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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9 17:22 (금)
8. 냄새와 냄새 그 냄새의 근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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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냄새와 냄새 그 냄새의 근원을 찾아서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3.1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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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물어 봤자 이만 아프다. 그런 기분은 가만히 있을 때 오래가지 이렇게 온 몸을 밀고 나갈 때면 금세 사라진다.

그렇게 할 자격이 없음에도 순순히 용서 했노라, 혼자도 알 아 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 거린다.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진다.

무릎을 더 위로 치켜들자 속도감이 있다. 이 때 어디선가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온다.

진하지 않고 약하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은근히 날리는 향수 바람은 아니다. 그 냄새와 이 냄새가 어찌 같을 수 있으랴. 좋았던 기분은 다시 악화된다. 이인은 다리 위에 어떤 구조물이 있는지 잘 알고 있으므로 냄새의 근원지는 쉽게 추측이 됐다.

커다란 건물 뒤의 먹자골목이 주범이다. 그곳을 자주는 아니어도 서너 번 가봤다. 주택을 개조해 일층을 간이음식점으로 꾸린 곳인데 어떻게 이런 곳에 유흥시설의 허가가 나왔는지 올 때마다 아리송했다.

이번에도 냄새는 금세 사라졌다. 이제는 그 어떤 악의적인 냄새는 나지 않을 것이다. 마의 구간은 통과했다.

다 먹고 사는 일이라고 그 곳의 상인들도 잘 먹고 잘 살 권리가 있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되레 이런 축복까지 내렸다. 명소가 돼 홍대나 강남을 능가하는 먹거리 장소가 되라고. 이 역시 주제넘은 짓이다. 이름을 날리라는 나의 주문은 다시 자전거 길과 합쳐지는 지점에서 사라졌다.

양 팔을 더 힘차게 앞뒤로 흔든다. 덜렁거리는 느낌이 아닌 제대로 폼 나는 자세를 차린다. 이마의 작은 땀이 봄의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다. 더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욕심을 부리면 탈난다. 페이스 조절을 한다.

다리의 기운이 점차 아래로 하강하고 상체는 앞으로 기울어 진다. 사라졌던 흐미한 냄새가 다시 살아난다.

코로 들어온 냄새가 귀를 통과한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린다. 환청이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한 장면이다. 100년도 더 묵은 평나무에 이인이 올라갔다. 겨울이지만 날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마당의 한 구석에는 가마니 몇 장이 깔렸고 네 발이 묶인 돼지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곧 돼지의 골이 부서질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작년에도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섰다. 작은 나는 잘 보기 위해 나무에 올라갔던 것이다. 베기보다는 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도끼의 뒷날이 번쩍 위로 치켜 지더니 돼지의 정수리를 내리 찍었다.

멱따는 소리는 길고 거 강했다.

쉬지 않고 돼지는 소리를 질렀다. 목이 쉬지도 않는지 지를 수 있을 때까지 질렀다. 단 한 방에 끝낼 수는 없을까. 그는 아마추어 였다. 골이 어디쯤에 붙었는지 정확지 알지 못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곳을 내리 찍었지만 이번에도 빗맞았다.

고함소리는 처연했고 나는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 했다. 잡았던 손을 순간 놓쳤던 것이다. 몸이 나무가 아닌 허공에 잠시 붙었다가 다시 나무을 잡았다. 돼지 걱정하다 내가 죽을 판이다.

식은땀이 났다. 해본 사람이었지만 도끼질은 서툴렀다. 족히 열 번 이상을 내리쳤을 때 멱따는 소리는 줄어들었다.

옆에서 칼을 갈 던 사람이 원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잘 벼린 칼날이 얼음장처럼 찼다. 커다란 함박이 피를 흘리는 돼지 머리 사이에 놓이자 그는 멱을 위에서 아래로 찔렀다.

선지피가 숨 쉴 때 마다 울컥울컥 쏟아졌다. 피의 비릿한 냄새가 나무 위까지 번져왔다. 함박에 검붉은 피를 다 토해 내고서야 돼지는 그 소리를 멈췄다.

나무 위에서 내려 왔을 대 사람들은 붓기 위해 미리 준비한 뜨거운 물을 돼지에서 끼얹었다. 멱을 땄던 그 칼이 슥, 슥 이번에는 털을 밀어 냈다. 시간이 좀 걸렸다.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칼질 하던 사람이 잠시 멈추더니 한 마디 했다. 어따, 그 놈 크다. 족히 300근은 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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