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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멋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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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멋진 성공
  • 의약뉴스
  • 승인 2016.05.1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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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서 맨 처음 한 일은 화장실을 찾는 거였다. 두 어 시간 가까이 식사를 하고 맥주를 먹었으니 뱃속은 이제 다음차례는 화장실로 직행이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이런 것은 명령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한다. 하지 말래도 하고 돈을 내면서까지도 한다. 화장실 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망정이니 나는 돈을 내고 화장실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첫 번째 기억은 어디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히 그렇게 했다는 것만 기억에 있다. 두 번째는 확실히 기억한다.

금상산 여행 때이다. 만물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여러 군데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다. 미리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볼 일을 보고 돈을 내려니 영 기분이 이상했다.

돈 1달러가 아까워 아무 대나 볼 일을 보다 걸리면 백 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백 불인지 그보다 더 많은지 적은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그 정도 였던것 같다.

참을 수 있었지만 호기심이 일어, 나는 소변을 본 적이 있다. 안내원이 간이 건물 두 개 가운데 한개인 소변보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나오면 1달러를 요구했다.

길은 두 갈래 였고 다른 길로 가면 더 돈을 내야한다. 그만큼 처리하는데 수고 스럽고 오염 처리에 대한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차별요금 징수의 이유였다.

사실 나는 그런것에 불만이 없었다. 금단의 땅 북한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신기 했었으므로 겨우 1달러는 ( 1달러 대신 현금 1000원을 내도 됐다.) 불만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징수 이유도 조국의 자랑인 금수강산을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도 있었으니 쪼잔하게 투덜거릴 수 없었던 것이다.

징수원에게 물으니 퇴근할 때 그 통을 들고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소변 말고 다른 길로 가서 처리한 내용물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는다고 했다.

내용도 그럴싸했으니 내 생각에 술자리의 안 주로 떠들기에 안성맞춤이었을 망정 그것을 호되게 비판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언론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행위를 크게 나쁘다고 지적하거나 나무라는 여론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적은 돈이라도 내는 것을 아까워하는 생리가 있다.

생리작용을 해결하면서도 그런 생리를 갖는 것은 인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콘크리트로 된 진짜화장실이 있어 사람들은 그분의 신호가 오지 않아도 억지로 짜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자 손님이라면 더구나 남자 징수원이 지키고 있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일은 은밀하게 처리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구 아니겠는가.

등산로 중간마다 보안요원이 있었던 것 같다. 같다고 확신하지 않는 말을 쓴 것은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있었던 것은 확실한데 그들을 부르는 용어가 보안요원인지 아니면 안내원이나 다른 이름이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간단한 질문에 답변도 하고 사진도 찍어 주고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면 가까운 거리인데도 농담 삼아 앞으로 두 어 시간은 더 올라야 정상에 도착한다고 배짱 좋게 이야기 하기도 했다.

남쪽에서 온 여행객의 가슴 앞에 단 꺼다란 명찰을 보고 혹은 사전에 오르는 일행의 직업을 확인해서 인지 그에 맞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남조선에서는 죽은 사람도 살려 내느냐고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고 물어 오던 앳던 얼굴의 여 종업원도 생각이 난다.

다 그렇듯이 등산로 초입에는 많은 안내원이 있었으나 오를수록 숫자가 조금 뜸해 지는 것 같았다. 등산로가 갈라지는 지점이나 혹은 샛길로 샐 수 있는데는 여지없이 그들이 지키고 있어( 안내하는 것이지만 감시한다는 느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해진 곳 외에는 갈 수 없었다.

그리고 일탈 행동을 하다 들키면 벌금이 아주 샜고 정상참작이나 융통성 같은 것이 적용되지 않아 나는 규정을 잘 지키는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오르다가 땀도 많이 흘렸지만 물을 많이 마신 관계로 소변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기 보다는 그들의 감시를 통해 몰래 일을 보고 싶고 멋지게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을 때는 심장이 작게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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