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한의사들이 ‘막장대결’을 펼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김필건 신임 한의사회장이 취임하면서 대결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김 신임회장은 2일 취임식장에서 의사들에게 강한 어퍼컷을 날렸다.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공격했던 잽 대신 큰 것 한방으로 KO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한 것.
말은 비수를 박아 의사들의 가슴을 예리하게 찔렀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잔악한 행동으로 분노를 샀던 독일 나치군에 의사들을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나치에게 학살당한 유태인으로 표현했다.
의사들에게 한의사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더 나아가 일본인의 한국인 학대에 견주기도 했다.
“날마다 진료실에서 양의사들의 근거 없는 한의약 폄훼에 한의사들은 치를 떨고 있다”는 것.
김회장이 이런 극도의 절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은 의료기기 사용에 의사들이 절대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회장은 "어떤 병을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100년 전 방식으로 가둬놓으면 무슨 발전이 있는가"라며 "타이어 공기압 측정이나 동물병원에서도 MRI가 쓰인다"며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억장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심정을 토해냈다.
이에 의협 노환규 회장은 절제된 언어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싶으면 한의사들이) "의사면허증을 받으면 된다"라고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노회장은 "의사가 뜸과 침 시술을 하기 위해 한의대를 졸업해야하듯, 한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원한다면 의사면허증을 받아라"고 부연 설명했다.
"의사들에겐 사람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중요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노회장이 비교적 점잖은 표현을 썼다면 개원의들은 이에는 이 식으로 격하게 반격했다.
한 전문의는 "그렇게 비교하면 한의사들은 일본 731 생체실험 부대"라며 "배우지 않은 걸로 환자들에게 생체실험을 하지 않나"라고 한의사를 나치의 잔학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일본군에 비유했다.
또 다른 안과의는 "유태인들이 밉상이긴 하지만 얼마나 실용적이고 쓸모 있는 민족인데 이런 비유를 하는지"라며 답답한 심경을 비췄다.
다른 개원의는 "법적으로도 의료인이 아닌데 자기 파악부터 하라"고 지적하고 "건강보험에 기생을 시켜주는 복지부와 공단, 건정심 관계자도 좀 깨닫기를 바란다"고 관을 끌어 들이기도 했다.
더 거친 표현도 부지기수다.
예를 들면 "한의사의 폭거는 역사에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 이었다"라거나 "다이어트 약이랍시고 진찰 한번 없이 인터넷으로 판매해 여러 사람을 해쳤고, 한의학의 강점인 허준의 본초학을 발전시키지도 못했다, 침술하고 IMS를 먼저 쓴 건 그 쪽 아니냐, 현대의학을 어깨 너머로 배워 돌팔이처럼 쓰는 게 한의사의 생각인가 보지"라는 등의 표현이 여과없이 나왔다.
우리는 의사와 한의사들의 주고 받는 공격 수위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식있는 이들이 존경받는 의사상을 구현하기 보다는 서로 밥그릇 챙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런 막장대결에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이기적 집단행동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록 의원이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한의약법'을 발의한 후 판이 커지는 두 직역간의 이익다툼이 어떤 식으로 확대재생산 될지 우리는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두 집단의 난투극에 가까운 대결양상은 결코 국민건강에 바람직 하지 않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한의사들과 결사반대하는 의사들의 힘겨루기에 국민들은 지치고 피곤할 뿐이다.
의료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국민건강이 위협받는다거나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진료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의사나 한의사나 반성의 여지는 충분하다. 당국의 현명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