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이비인후과에 대해 시대에 맞는 진료형태를 개발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과 위생관념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러한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 차별화는 물론, 저비용 고급시장을 찾아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임구일 이사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코로나 판데믹 이후의 이비인후과 진료환경의 변회(개원가를 중심으로)’라는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먼저 임 이사는 1995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제창한 이론인 ‘파괴적 혁신 이론’을 소개했다.
그동안 많은 산업적 변화가 파괴적 혁신이란 이론으로 해석돼 왔는데, 이 이론에서는 고객 집단을 ▲비소비자(어떤 제품도 소비하지 않거나 불편한 환경에서만 소비하는 고객 ▲불만족 고객(불만족스러워 하면서도 소비하는 고객 ▲초과만족고객(성능보다는 가격에 끌리는 고객)으로 구분한다.

임 이사는 “최근 의료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매우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에 성장을 구가하던 병원이나 과들이 갑자기 몰락해 버리는 광경을 보게 된다”며 “특히 이비인후과는 기후 변화와 인구변화라는 외부 환경적 요인과 의료전달체계 같은 내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비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신규시장에서의 파괴적 혁신을, 불만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존속적 혁신을, 초과만족 고객을 위해서는 로엔드 시장을 겨냥한 파괴적 혁신이나 모듈의 대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괴적 혁신은 로엔드 시장(초저가 할인 시장)이나 신규 시장에서 일어나는데, 로엔드 시장의 혁신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가 좋기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낮은 가격으로 비교적 단순한 제품을 제공하면서 시작된다는 게 임 이사의 설명이다.
파괴적 혁신 이론을 바탕으로 임 이사는 이비인후과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이비인후과는 호흡기 시장의 기존 기업으로, 1980년대 건강보험의 확대로 잠재 고객이 실질적 고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임 이사는 “수요의 증가는 이비인후과의 환자증가로 이어졌고, 상기도 감염증 환자 등으로 이비인후과의 성장이 시작됐다”며 “파괴적 혁신 이론에 의하면 초과만족 고객을 목표로 하는 타과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게 되지만 보험수가라는 제도적 통제 환경은 가격의 차별화를 통한 다른 과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 10년 넘게 이비인후과의 호황이 이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이비인후과 진료실서 쓰는 석션과 스프레이 기계가 다른 과에서도 사용되면서 상기도 치료에서 유니트 치료의 모듈화가 일어나는데, 이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치료기술이 된 것을 의미한다”며 “묘듈화는 기존 초과만족 고객을 유인하기 시작했고, 2000년 이후 소아과ㆍ내과ㆍ한의원 등에서 따라하기 전략으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이비인후과는 서비스나 질적 차별성을 두지 못해 불만족 고객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이는 이비인후과라는 기존기업에게 고급시장을 겨냥한 존속적 혁신을 수익성 있게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임 이사의 설명이다.
임 이사는 “알레르기 면역치료 등으로 대응할 기회를 제공했고, 비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시장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음성 질환, 초음파기기 등 신규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보자면 불만족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존질환 환자를 보는 병원이 80% 이상이며 비소비자 시장이나 초과만족 고객 시장은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이비인후과가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 코로나19 사태로 올 4월 진료비 증감률은 이비인후과가 작년 동월 대비 46% 감소하였고 처방건수로는 60% 넘게 감소한 상태다.
이비인후과 개원의 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작년 동월 대비 40-80%의 매출감소를 93%(491명)의 응답자가 응답했고 56%(295명)의 응답자는 내원환자 감소율이 60%가 넘어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임 이사는 “이는 이비인후과의 경영 모델인 상기도 호흡기질환의 대량공급과 대량수요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결과”라며 “상기도 감염증 환자에 편중된 경영구조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경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경영상의 어려움은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기피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질병관리본부의 2020 감염병 표본감시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호흡기 바이러스의 검출율이 거의 0%에 가까워졌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개인 위생관념과 손 씻기 등이 일상화될 때 이비인후과 환자가 얼마나 극적으로 감소할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비인후과를 포함한 의료시장 안에서 초과만족 고객과 로앤드시장의 파괴를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고객층을 목표로 성능과 기능을 낮추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이비인후과는 이미 낮은 수가와 통제된 보험수가, 낮은 서비스의 질로 더 이상 저가격을 통한 환자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임 이사는 ▲양보 ▲맞대응 ▲성장주도형 ▲방어적이라는 기존 기업의 대응 전략을 통해 이비인후과의 개선방안을 살폈다.
그는 “양보 전략은 기존의 로앤드 시장을 포기하고 핵심고객에 다시 집중하는 방법”이라며 “기존의 로앤드 시장은 감기 등의 상기도 환자를 말하는 것으로 일부 이비인후과는 이미 비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전문기업으로 진입해 상기도 환자를 포기했지만 80% 이상의 이비인후과에 로앤드 시장을 포기하라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맞대응 전략은 이비인후과의 센터화와 대형화를 통한 공격적 경영방식”이라며 “최근 이비인후과 개원가는 공동개원을 통한 대형화, 대형투자, 센터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경영모델도 진료시간 늘이기 등의 박리다매형 경영 방식이라면 상호의존적 비용의 부담에 반해 센터화를 통한 기능적 다양성을 추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방어적 전략은 더욱 로앤드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역시 일부 이비인후과에서 가능할 수 있다”며 “성장주도형 전략이란 기존의 이비인후과가 가지는 핵심 가치의 변형을 통해 다른 과의 새로운 영역이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성장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구일 이사는 “특성화와 전문화가 모든 이비인후과가 나아갈 길은 아니겠지만 코로나 19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위생관념의 변화들은 장기적으로 이비인후과가 만나야 할 질환이 바뀔 수밖에 없다는 필연적 메가트렌드”라며 “불만족고객을 공략해서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급시장의 존속적 혁신을 이루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코로나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비 접촉 중심의 새로운 산업적 변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쩔 수 없는 혁신의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비인후과도 필연적으로 비대면과 위생관념의 변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진료형태를 개발하고 적응해 나아가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차별화의 신규시장과 저비용의 고급시장을 계속 찾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