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13:17 (금)
"의료인 결격사유, 금고 이상 형 선고 전과로 확대해야"
상태바
"의료인 결격사유, 금고 이상 형 선고 전과로 확대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1.27 0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진국 교수..."특정 보건의료범죄 국한으로 비판"
▲ 이진국 교수.
▲ 이진국 교수.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의사 직역이 최근 국민의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의료인 결격사유에 대한 범죄를 특정 보건의료범죄에 국한시켜 의료직역 이기주의를 보였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선고’ 전과로 확대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와 한국의료법학회(회장 김소윤)는 26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의료관계법의 제문제’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진국 교수는 ‘의료법상 형선고 관련 결격사유의 체계적 정합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8월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우리 사회의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고, 이에 대한 여파로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범죄를 범한 의료인을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법 또는 의료관계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했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관한 정책적 논의에선 의료인이 변호사, 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임에도 결격사유가 느슨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진국 교수는 “변호사 등 타 전문직에서의 결격사유는 그 대상범죄를 특정범죄에 한정하지 않고 일정한 형선고 경력이 있으면 모두 결격으로 인정한다”며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결격사유는 특정한 범죄로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어야 결격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 조항이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전했다.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다른 전문직 종사자의 결격사유와는 달리 결격기간, 예를 들면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등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누구라도’가 아니라 ‘이미 의료인인 자’가 특정 직무범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확정되면, 그 형기 동안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러나 이렇게 해석하면 해당 조항은 일반인의 의료직역에의 사전적 진입을 제한하는 결격사유가 없게 되거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되어버린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범죄목록들이 일반인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둘러싼 이러한 난맥상은 깊은 성찰없이 입법이 행해졌고, 그때그때 체계성 없이 개정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의료인 결격사유와 관련된 법 조항을 살폈다.

그는 “독일의 경우엔, 형법 제70조의 직업금지로, 일본은 의사법 제4조 및 제7조 제2항에 따라 일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사의 면허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 상대적 결격 사유를 도입하고 있다”며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영업이 금지되고, 일본에서는 계고, 3년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면허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격사유의 유형에 있어서 독일은 형법 제70조에 형종을 제시함이 없이 특정 직무와 관련한 위법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을 것만을 요건으로 하고, 일본은 의사법 제4조 제3호 및 제 7조 제2항도 ‘벌금 이상의 형에 처해진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다”며 “독일 형법 제70조나 일본 의사법 제4조 제3호 및 제7조 제2항이 전제하고 있는 결격사유의 유형은 벌금이상 형선고 결격사유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결격기간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금고이상의 형을 집행 받는 동안만 결격된다”며 “독일의 직업금지 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하이지만 예외적으로 영구히 금지시킬 수도 있고, 일본의 경우엔 의료업 정지의 경우 3년 이하, 면허취소의 경우 그 결격기간은 5년”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 교수는 “형선고 관련 의료인 결격사유를 비교해보면, 독일과 일본은 형선고 관련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상대적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음에 반해 우리나라는 절대적 결격사유로 명시돼 있고, 법적 효과도 면허취소로 곧바로 이어진다”며 “의료인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결격사유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엄하게 규정돼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결격사유의 유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금고이상의 형선고의 경우에만 결격을 인정하는 반면 독일과 일본에서는 (사실상)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기만 하면 바로 결격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결격사유가 의료인들에게 더 유리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문가그룹에 속하는 변호사 등의 경우, 대상범죄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선고만 있으 면 결격이 되지만, 의료인의 경우에는 특정한 직무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선고를 받아야 결격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인의 형선고 관련 결격조항이 특권조항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진국 교수는 “‘누구라도’ 의료인이 되어서는 아니 될 실질적인 결격사유는 빠트린 채 현직 의료인을 사후적으로 퇴출시킬 좁은 통로만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명시했다”며 “의료직에 있었던 사람은 제외하고라도 일반인으로 살인죄나 성범죄로 복역하고 만기출소한 사람이 의료인이 될 수 있다면 이는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의사 등 의료전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난의 중점은 전문가이고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직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대상범죄를 특정 보건 의료범죄에 국한시켜 의료직역의 이기주의가 극에 달했다는 데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직에의 사전적 진입을 제한하는 형선고 결격사유를 좁게 설정하는 것은 합리성을 상실했다”며 “따라서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선고’ 전과로 확대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의에서는 의료인 결격사유에 대한 다른 의견이 제시됐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김봉철 연구위원은 “일정한 형선고가 있으면 법률로 자격결격이 결부되는 것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이미 형사처벌을 통해 형벌의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자격결격을 시키는 것이 자격결격자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이중처벌에 해당해, 개인에 너무나 큰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특정 직업의 공공성과 국민에 대한 신뢰보호라는 차원에서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절한 수단이지만 범법자가 받는 불이익은 너무나 구체적”이라며 “의료법 제8조 제4호처럼 직무와 관련된 범죄만을 자격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체계정합성을 위해 오히려 다른 법률들이 의료법 제8조 제4호를 모델로 삼아 개정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독일의 사례를 참조할 때, 개별 법률에서의 결격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자격결격의 여부와 그 기간에 관해 판단하는 것이 구체적인 타당성 면에서 합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