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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가져온 불행,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한 종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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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가져온 불행,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한 종합병원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1.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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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병원 설립자 A원장 "B사가 계획적으로 병원 강탈"...병원은 “억지 주장” 일축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가져온 불행이 지역의 한 종합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전락시켰다.

해당 병원을 설립한 A원장은 의료기기 수입판매기업 B사가 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하고, 리스사기까지 벌였다고 주장했다.

◇대전 D병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대전 D병원의 개설자이자 초대원장인 A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잘못까지 전부 드러낸 채 이제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 대전 D병원의 개설자이자 초대원장인 A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잘못까지 전부 드러낸 채 이제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 대전 D병원의 개설자이자 초대원장인 A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잘못까지 전부 드러낸 채 이제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전토박이인 A원장은 지난 1983년 대전에 S병원을 개원했고, 이후 대전에 노인질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만드는 목표를 이루고자, 1995년 D병원 부지를 매입했다.

지난 2012년 D병원 신축을 위해 건설업체들과 협의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건축비용에 난관에 직면했고, 그때 의료기기 수입판매기업인 B사와 연을 맺게 됐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A 원장에 따르면, B사의 C회장은 A원장에서 D병원 건축비 단가를 낮추고, 의료장비도 좋은 조건으로 공급해 주겠다는 제안과 더불어 병원 신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대출도 주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A원장은 2012년 11월 B사의 자회사인 E사와 D병원 신축공사 계약(324억원)을 체결하게됐고, 2015년 3월 이 병원을 개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개원한 지 두 달만인 5월 대전 메르스 1호 환자가 D병원에 입원했던 것.

방역당국은 감염 경로 차단을 위해 D병원에 한 달 간의 코호트격리 행정명령을 내렸고, 그 후 6월 말 다시 병원 문을 열을 열었지만 환자는 급감, 의료진도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까지 병원을 방문, 공을 치하하고 정부도 향후 지원 및 보상을 약속했지만 그뿐이었다. 2개월 간 수입이 전무하자 은행은 도산을 우려해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라고 독촉했다. 

A원장은 “D병원은 메르스 퇴치에 공을 세우며 외관적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경영 상태가 악화되며 폐업위기에 처했다”면서 “자식처럼 생각하며 40년 동안 공을 들여 세운 병원이었고, 직원만 300명인데 무책임하게 폐업할 순 없어서 병원을 다시 일으킬 방법을 백방으로 찾게 됐다”고 밝혔다.

추가 대출이 어렵게 된 A원장에게 손을 내민 것은 E사의 모기업인 B사.
 
A원장은 “D병원 신축 공사에서 공사비 은행 대출에 차질이 빚어져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B사 F회장이 의료기기를 리스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순박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실제 324억원인 D병원 신축 공사비를 362억원으로 계약한 뒤, 차액인 38억원을 병원 운영비로 쓸 수 있도록 돌려주겠다는 B사의 말에도 넘어갔다는 게 A원장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O원장은 D병원을 살리기 위해 B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병원 정상화를 위해 2016년 10월까지 매달 H사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그 금액은 총 96억 여 원에 달했다.

이 돈으로 A원장은 경영 정상화를 꾀했지만 B사는 대여금을 미끼로 D병원을 가로채기 위해 3년 안에 의료법인으로 전환한 뒤, 법인 이사장과 이사의 과반수를 B사에서 지정하는 사람으로 위촉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압박했다는 것이 A원장의 주장이다.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처분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피할 수 없어, A원장은 서명할 수밖에 없었고 B사 F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부동산투자사에 병원 소유권을 넘겨 추가 대출을 받고, 나중에 D병원을 의료법인으로 전환,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렇게 D병원을 손에 넣은 F회장은 병원 기획실장 등 주요 보직을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하고, A원장을 인사, 재무, 경영 등에서 배제했다는 것.

D병원 장례식장과 편의점 운영, 의약품 및 소모품 도매, 의료장비 구매, 인테리어, 각종 공사 등을 모두 B사의 계열사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원장은 “2017년 초 비로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F회장에게 D병원을 사무장병원처럼 운영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그러자 F회장은 2개월 남짓 인턴을 한 게 전부인 자신의 조카 여의사 G씨를 의료기관 공동 개설자로 등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 동의 없이 개설자 변경 신청했다가 무산되자 지난 2017년 7월 경에는 G씨를 의료기관 공동 개설자(G씨 99%, A원장 1%)로 등재시켰고, 나를 내쫓았다”며 “F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 명의의 D병원 은행 대출금 상환을 중단해 나 뿐만 아니라 연대 보증한 내 아내, 딸까지 모두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한 D병원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의료법 조항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 즉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ㆍ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의료인이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을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된다고 보는 것이 관련된 판례의 내용이다.

B사 F회장의 손에 넘어간 D병원은 어떻게 됐을까? A원장 측은 B사와 F회장이 병원 인사, 경영, 운영성과 귀속 등에 장악했고, 그의 조카인 G씨는 '바지 원장'에 불과해 D병원이 사무장병원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원장은 “G씨는 병원장 업무가 막중함에도 일주일에 고작 2~3번 출근하는 게 전부였고, 간부회의, 진료과장 회의 등 중요한 회의를 주관하지도 않았다”며 “G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뒤 여러 명의 의사들이 새로 들어오거나 재계약했지만 E씨를 대면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행정실에서 면접을 보고 보수를 결정하면 결재만 하는 명목상 원장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B사는 D병원으로부터 임대료 명목으로 매달 4억 여원을 빼갔고, 의료장비, 의약품, 의료소모품 등을 공급하는 기존 업체를 모두 B사와 계열사로 교체했다는 것이 A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F회장은 내게 리스 대출을 받아 그중 일부를 병원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3차례에 걸쳐 210억원을 불법 대출받게 한 뒤, 내가 H사로부터 70여억 원을 대여한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대여금, 구상금 소송사기까지 벌였다”며 “이런 식으로 200여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고도 리스사기, 조세포탈 공범이 됐고, B사는 D병원과 S병원 사냥, 리스 사기대출 등으로 500억 원이 넘는 불법이득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경찰, B사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 A원장은 자신도 처벌 받을 것을 각오하고, B사와 F회장 등 관련자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 A원장은 자신도 처벌 받을 것을 각오하고, B사와 F회장 등 관련자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A원장은 자신도 처벌 받을 것을 각오하고, 지난 2017년 11월 대전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H사의 요청으로 서울동부지검으로 이관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원장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에 사무장병원 등을 이유로 B사 F회장과 일당을 고발했는데, 반전이 일어난 곳은 종로경찰서였다. 

종로경찰서는 A원장 외에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들로부터 B사와 계열사가 불법 사무장병원 내지 리스사기를 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사무장병원, 리스사기 등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탈세, 비자금을 조사하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A사와 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해 B회장 등 관련자들에 각 수억 원을 추징했다.

특히 종로경찰서는 최근 B사 F회장을 D병원 관련 의료법 위반(사무장병원), 리스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고, 경찰은 F회장뿐만 아니라 이미 자수한 A원장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지난 10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D병원을 의료법 제33조 제2항 ‘사무장병원 관련 조항’ 위반 등으로 요양 및 의료급여 지급을 보류한다는 통보서를 보냈다.

A원장은 “병원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며 "내 어리석음으로 생긴 일이기 때문에 공모자로서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 병원 사냥꾼인 B사와 F회장을 엄벌하고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D병원 측 “사무장병원 아니다”
A원장의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D병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현재 D병원 기획실장 H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H씨는 “당시 D병원이 적자 경영상태에 있었고 병원을 살리기 위해 의료법인으로 전환해 병원을 살려보자는 좋은 취지로 G씨가 공동운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원장을 일방적으로 병원에서 내 몰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O원장은 리베이트를 수수하다 적발됐고, 이는 동업계약 위반 사유에 해당해 개설자 해지통고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G원장이 병원을 빼앗기 위해 개설자 지위를 박탈한 것이 아니다"라며 "G원장은 자금 차입을 하면서까지 병원을 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O원장은 리베이트 관련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1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게 H씨의 설명이다.

H씨는 “사무장 병원 관련해서는 이미 동부지검에서 수사를 끝냈으며, 당시 수사관이 압수수색을 했고, 동부지검에서 무혐의 판결이 난 사건”이라며 “그런데도 다시 사건을 1년 반 넘게 끌었고, 그 사이에 병원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종로경찰서에서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병원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이번 경찰의 수사도 편파 수사로, 피해자는 직원들이고 그 다음 피해자는 대전 시민이며 환자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원장과 D병원의 공동원장인 G씨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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