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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예방ㆍ해결, 환자 중심의 소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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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예방ㆍ해결, 환자 중심의 소통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0.21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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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리 교수..."제대로 된 사과해야"

끊임없이 발생하는 의료분쟁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해선 환자 중신의 의료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의료분쟁으로 번지는 걸 예방하기 위해선 의료진의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계명대 법학과 이로리 교수는 21일 ‘2020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서 ‘의료분쟁 예방 및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의료사고란 보건의료인의 의료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대해 의료의 전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의료과실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의료사고가 곧 의료과실을 의미하진 않는다.

의료사고에 있어서 환자가 가지는 의료인에 대한 불신은 해가 지날수록 커져가고 있다. 실제로 아프다고 수차례 얘기해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거나, 진료할 때 제대로 보지 않는다, 무슨 약인지 주사인지 그냥 약 받아가고 주사 맞고 가라고 하는 등 많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 계명대 법학과 이로리 교수는 21일 ‘2020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서 ‘의료분쟁 예방 및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 계명대 법학과 이로리 교수는 21일 ‘2020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서 ‘의료분쟁 예방 및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사고를 접하면 환자의 감정 상태는 두려움, 짜증, 불안, 분노, 화, 공포 등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료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당사자, 즉 환자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법적인 쟁점만 부각되는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분쟁화 되는 건 환자 측 대응에 달렸다”며 “환자의 관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시점의 문제들을 잘 관리하고 대처해야 의료분쟁으로 가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의 정보처리 특성을 살펴봐야하는데, 인간은 시각ㆍ청각 등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이를 다 저장하고 처리할 수 없다”며 “입력되는 정보 중 선택해 저장을 하는데,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중간에 기억의 틈이 발생하는데, 이는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으로 메우게 되면서 왜곡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저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보가 다르다”며 “일례로 의료진은 질환ㆍ진료에 대한 정보를, 환자는 병원에 가기 전과 후의 본인의 상태, 진료 과정의 의료진과 의사소통ㆍ정서 등을 중심으로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터널 시야라는 특성도 있는데,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 이외의 정보는 무시하거나 차단하는 걸 말한다”며 “의료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과실과 관련된 정보, 정황들만 들어오지, 가능성이 아닐 거라는 정보에 대해선 배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지적 편향과 왜곡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이성적 추론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것이 확증 편향이라는 것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료진도 해당될 수 있다. 초기 내린 진단 결과와 중간에 바뀐 진단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의료사고의 의료분쟁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인식의 차이 ▲상호 불신 및 감정적 대응 ▲의료사고 책임 소재 ▲합의금에 대한 생각의 차이 ▲비전문가인 제3자의 개입 등을 꼽았다.

그는 “의료사고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분쟁화의 첫 요인이기 때문에 의료인 및 병원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의료행위 전 의미, 내용, 부작용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의 내용ㆍ악 결과 발생 이유ㆍ치료 가능성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호 불신으로 인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환자에 따라서는 병원 측에 대한 태도가 무례하거나 폭력적일 수 있는데, 환자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사고 발생 후 환자 측과 첫 대면 시 위로와 공감, 유감을 표현하고, 경위를 가능한 해당 의사가 직접 설명해야한다”며 “사과 부분에 있어서 잘못하면 의료과실이 있다고 간주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안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는 의료진의 사과를 의료과실의 원인이나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명한 사건처리 의지를 표명해야한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환자 측이 사건을 인식하게 되는 마음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며 “사건처리 과정에서 환자 측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료분쟁 예방 가이드와 함께 해결 가이드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올해 발간한 ‘의료분쟁 예방 가이드북’에 포함된 내용이다.

먼저 의료분쟁 예방 체크리스트로 ▲환자의 입장 이해하기 ▲환자 중심의 의료커뮤니케이션 ▲환자의 수용성을 높여주는 설득 ▲의료행위 단계별 체크리스트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를 치료대상이 아닌 치료계획의 동반자로 존중하고 있는가?’, ‘환자가 증상이나 상태를 이야기하거나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했는가?’, ‘환자의 경험의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해 설명했는가?’ 등 환자 중심의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도록 구성됐다.

이 교수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환자’다. 의료사고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상대를 무시, 배제하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상대 관점에서 입장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시작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환자 중심의 예방 조치가 도덕적, 윤리적으로 바람직해서 하라는 게 아니라 병원,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분쟁에 있어 해결 가이드로는 ▲환자 측을 존중하는 의료사고 소통하기 ▲분쟁 대처 체크리스트 ▲합의 시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로리 교수는 “의료사고에 있어 소통이 중요하다. 환자 및 보호자에 자발적으로 해당 사건을 설명하고, 공감 및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며 “사고의 원인이 의료과실로 밝혀진 경우, 사과해야하고 의료과실로 환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약속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과를 할 때 피해야할 사과의 표현은 ▲미안해 하지만... ▲조건부 사과 ▲유사 사과 등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게 되기 때문에 용서의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며 “진정한 사과를 제대로 했을 때는 상대방과의 개선이 되고, 해당 의료인의 평판이 개선된다. 단순히 미안하다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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