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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둘러싼 논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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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둘러싼 논란 '점입가경'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6.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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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연구원 이관ㆍ청 승격 무용론 등 공방...의료계 "바람직한 개편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 질본이 청으로 승격됐을 때 환영의 뜻을 보였던 의료계였지만 보건연구원 이관 등 복지부와 질본의 조직개편안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자, 많은 우려를 제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함과 동시에, 복지부와 질본의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신설될 질병관리청은 예산ㆍ인사ㆍ조직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감염병과 관련한 정책 및 집행 기능도 실질적 권한을 갖고 수행하게 된다.

또한 복지부에는 복수차관제가 도입되는데 이에 따라 제1차관은 기획조정 및 복지분야를, 제2차관은 보건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이뤄졌는데, 제21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2명의 차관을 두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발표내용에서 질병관리본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실제 규모는 축소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많은 우려가 제시됐다.

우려를 표하는 여러 전문가 중에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이와 관련한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4일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동의를 요청했다.

▲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
▲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승격을 열렬히 환영한다. 그러나 행안부에서 발표한 질병관리청의 승격에는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됐다”며 “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 자리에 복지부의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 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려는 것이냐”며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도 의료계의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연구원이 한지붕 아래 오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두가족 처럼 살았다”며 “보건연구원이 하고 있는 많은 연구 중 질병관리청에 필요한 응용연구는 작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질병관리청이 별도 연구조직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 보건연구원에서 남겨둘 부분은 많지 않다”며 “질병관리청 산하에 공중보건연구원을 두고 질병통계, 역학연구 정책연구 조직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초연구와는 달리 감염병 관리 응용등급의 성격을 갖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람직한 질병관리청 신설을 위해 ▲현 감염병관리센터를 감염병관리국, 예방접종관리국, 의료감염관리국으로 ▲질병예방센터를 만성예방관리국, 만성감염병관리국으로 분리시키고 ▲역학조사분석과 환경건강관리 관련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질병관리‘처’로의 승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신설기관의 독립성ㆍ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청'이 아닌 질병관리'처'로의 승격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가 시행될 경우, 결국 2차관이 질병관리청에 개입을 하게 돼 있다”며 “이 경우 질병관리청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의 질병관리본부로 운영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송시영 교수는 “부처 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는 기회를 보건연구원 이관 논의 때문에 잃어서는 안 된다”며 “질병관리청은 감염병과 관련한 국가적 관리 컨트롤 타워가 돼 감염병 대응, 역학,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연구 인프라 세계 최고 기관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보건연구원은 복지부 내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보건의료 연구 및 산업화를 위한 전주기 컨트롤 타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전 총리(더불어민주당)는 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계획에 대해 “연구기관을 옮기거나 인원과 예산을 줄이려는 해괴망측한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에서 이제는 질병관리본부 개편 문제를 다룰 때가 됐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연구기관을 옮기고  인원과 예산을 줄이는 해괴망칙한 시도”라며 “그나마 이재갑 교수가 눈물로 지적하고 호소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도 감수성 높게 대처해 그나마 이상한 길로 많이 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도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관련,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으로의 승격은 환영받을 일이나, 단순히 정부조직체계의 개편만이 아닌 국가 질병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에 맞게 개편돼야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한림원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는 문제는 국민들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이 달린 중요한 사안”이라며 “질병관리청은 질병예방 및 통제를 전담할 조직으로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직과 인력과 예산 등을 갖춰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림원은 ▲질병예방관리청으로 명칭 수정 ▲질병예방관리청 산하에 국립보건연구원 두는 것 ▲감염성 질환 및 만성질환관리 기능 강화 ▲권역별 지방청 설치 등을 제안했다.

한림원은 “질병예방관리청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감염병 확산 통제의 기능을 전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난성질환 및 손상 등과 같은 보건분야 전반에 대해 질병의 감시, 예방과 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기능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원은 이어, “질병예방관리청 승격 시 보건의료 전 영역의 예방과 관리를 총괄 관리하기 위해 이에 걸맞는 조직과 예산권이 확보돼야 한다”며 “인력과 조직을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사태 시 우리나라 전체의 보건의료인력과 병상 및 의료시설에 대해 전반적인 통제와 관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한림원은 “질병 예방과 관리사업은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야 하기에, 질병예방관리청의 연구기획집행기능이 강화돼야 하며 이에 따른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며 “공중보건연구의 기능을 강화해 체계적으로 예방, 관리, 대응에 관한 연구들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림원은 “현재와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 관리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심혈관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예방과 관리뿐 아니라 장기이식이나 수혈관리와 같은 현행 비감염성 질환 관리체계가 강화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 내에선 이번 논란이 복지부와 질본의 대립구도나 복지부가 질본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복지부로의 완전 이관이 아니라, 연구원의 기능 중 일부가 분리돼 복지부로 이관되는 거라면 모를까, 조직전체가 이관되면서 질본에 공백이 남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가 큰 역할을 했지만 복지부라고 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최근 언론에 질본의 청 승격을 두고, 복지부와 질본이 경쟁을 하는 구도나, 질본이 더 많은 역할을 맡아야하는데 복지부가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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