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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잘못된 건강정보 많아, 신뢰성 수준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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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잘못된 건강정보 많아, 신뢰성 수준 ‘절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6.04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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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硏, 초등교과서 보건의료 검증 및 개선 제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건강정보 중 잘못된 내용이 많고, 신뢰성 수준은 5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은 최근 한국의학연구소 안지현 교육연구부장팀에 연구용역을 의뢰,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나와 있는 건강정보를 분석했다. 해당 연구용역 내용은 ‘초등교과서 보건의료 관련 내용의 의과학적 사실 검증 및 개선 제안’ 보고서로 발표됐다.

최근 몇 년 전 자연주의를 표방한 ‘약 안 쓰고 아이키우기’, 일명 ‘안아키’ 사태를 통해 필수 예방접종하지 않기, 고열이 나는 아이 방치하기 등을 따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여러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안아키를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에는 인터넷 카페가 한 몫 했는데, 이 같은 잘못된 건강정보로 인해 불신이 조장된 측면이 있다. 잘못된 건강정보를 통한 불신은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질병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방해된다.

이에 연구진은 초중고 교과서에서 올바른 건강정보를 접해야 안아키처럼 음모론에 기반한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논리적으로 맞서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교과서에 대한 교사ㆍ환자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과서에 대한 수업 의존도와 활용도가 높아, 교과서의 오류에 민감하다”며 “잘못된 건강정보는 국민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잘못된 정보를 통해 조장된 불신은 의사-환자 신뢰 관계를 무너뜨려, 질병 진단ㆍ치료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건강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진 현대사회에서 교과서의 건강정보 오류는 교과서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건강정보의 오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개념을 전달해 잘못된 건강행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시험문제 출제의 근거 자료로 사용돼 앞으로 문제 및 답안의 오류 시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초등학교 교과목 전 영역의 교과서에 나와 있는 건강정보 오류를 찾아 명백한 오류, 불분명한 기술, 용어의 문제로 분류해 신뢰성, 유익성, 이해용이성, 완전성, 공공성 등으로 나눠 평가했다.

이에 연구진은 총 55곳에서 오류를 확인했다. 약 80%의 오류가 교과서 보건과 보건이야기에서 나왔다. 신뢰도 수준은 52.7%에 불과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건강정보 오류의 종류로는 ‘명백한 오류’가 30%, ‘불분명한 기술(명백한 오류는 아니나 기술이 모호해서 학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28%, ‘용어의 문제(의학용어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 경우)’는 42%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연구진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초등학교 교과서에 포함된 보건의료 관련 오류내용을 하나씩 짚었다.

▲ 초등학교 교과서에 포함된 보건의료 관련 오류내용.
▲ 초등학교 교과서에 포함된 보건의료 관련 오류내용.

대표적인 예로 ▲감기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기침이나 재채기는 손으로 가리고 합니다.(보건) ▲무는 기침감기에 도움이 됩니다. 고구마는 소화가 잘됩니다.(1학년 국어 1-2나) ▲당뇨는 소변에 당분이 많이 섞여 나오는 질병입니다.'(3학년 체육) ▲볼거리는 유행성 이하선염을 한방에서 이르는 말(5학년 국어활동) 등이다.

이에 연구진은 ▲기침이나 재채기는 옷소매 윗부분으로 가리고 한다. 만약 손으로 입을 가린 후 기침 또는 재채기를 했다면 즉시 손을 씻어야 한다 ▲무가 기침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가 약하고, 고구마는 소화보다 포만감과 배변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은 혈관 내 포도당 농도가 많이 올라가는 질병입니다 ▲볼거리는 유행성 이하선염의 순우리말 등으로 잘못된 표현을 바르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등학교 5학년 체육 교과서에 ‘우리 몸에 해로운 약물’에 커피를 기재한 것에 대해서도 ‘커피는 당뇨병, 대사증후군, 일부 암(간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를 해로운 약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사병으로 의식이 없을 경우, 아무 것도 먹이지 않는다’고 기술한 데 대해선 ‘먹이지 않는다고 끝나지 않고, 응급으로 후송한다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용 자체의 오류 외에도 연결되지 않거나 활성화되지 않은 사이트를 ‘유용한 사이트’로 소개한 사례나 개인 운영 블로그 등 객관적으로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이트 정보를 인용한 일도 있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특히 보건 교과서에서 건강정보 오류가 많은 편”이라며 “건강정보의 범위가 다른 교과서보다 넓은 측면도 있지만 건강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므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보건교과서 집필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대한의학회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역사 교과서 이슈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ㆍ이념적 갈등으로까지 번지므로 금기처럼 다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교과별로 여러 직역이 얽혀있어 공청회 개최 등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어, “전국 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대다수는 교육 현장에서 현행과 같은 교과서 오류 및 질 관리 시스템을 선호하는 상황이므로 건강정보 오류 개선을 위한 새 시스템 마련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현 시스템 하에서 의학회 등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감수기관으로 선정해 교과서 질 개선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건강정보의 범위를 파악해 의협과 의학회에서 교사용 지도서 개념의 자료를 개발, 보급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최근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시청각 정보 습득을 선호하므로 의협 유튜브 채널 등을 활용, 정기적으로 건강정보를 전달하고 교과서의 오류를 시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교육 일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건강강좌를 개설해 올바른 건강정보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엇보다 의협과 의학회에서 초중고 교과서 내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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