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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 의료민영화 장기적 관점서 대비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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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 의료민영화 장기적 관점서 대비책 마련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6.1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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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硏, 전문가단체의 목표...공익 및 다른 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조화 필요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의료민영화 논쟁과 관련해 보건의료단체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최근 ‘의료민영화 논쟁의 동태성과 보건의료 전문가단체의 대처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의료민영화 논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오랫동안 정책논쟁이 전개되었지만,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노동단체, 기업가 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과 대립 때문에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구성 초기 의료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원격의료 논란 등 규제개혁 및 서비스산업 활성화의 기조를 보이고 있어 의료계와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인 전화상담 및 대리처방에 이어 원격의료의 추진 의지를 보이자, 의협, 대개협, 시도의사회 등이 반발에 나선 것. 하지만 국민이 원격진료에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IT 업계도 비대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론과 산업이 의료계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구소는 “보건의료 전문가단체들은 민감한 정책논쟁에 대비해 일관성 있는 목표체계, 신념체계, 가치체계 등을 정립해야 한다”며 “대형 보건의료정책 논쟁은 당면하여 조급하게 대응을 하면 목표체계를 제대로 정립하기 어려우며, 신념과 가치도 세부 논쟁항목 간 모순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단체 산하의 연구소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쟁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정책사안 별로 적절한 목표체계, 정책대안 등을 시나리오 형식으로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 의료민영화의 쟁점에 대한 정부와 의료인단체 간의 인식과 이해의 차이.
▲ 의료민영화의 쟁점에 대한 정부와 의료인단체 간의 인식과 이해의 차이.

이에 연구소는 의료민영화 논쟁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이론적ㆍ실천적 시사점으로 ▲정치적 환경 ▲사회적 환경 ▲경제적 환경 ▲의사결정제도 ▲찬ㆍ반행위자들의 상이한 신념체계 등으로 정리했다.

연구소는 “먼저 환경적 요인들 중에서 정치적 환경 특히, 정권교체ㆍ대선ㆍ총선ㆍ촛불시위 등의 정치적 기회구조 내지 정책 창이 논쟁이 되는 정책의 촉발, 추진력, 목표달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정책과정은 합리적ㆍ과학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 환경적 맥락의 영향 하에서 규정되고 작동하는 동태적 정치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는 “보수정권인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적극 추진했던 의료민영화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19990년대 이후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진보성향 시민단체나 노동단체들의 보수정권에 대한 반감이 의료민영화 반대를 촉발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연구소는 “변화된 사회적 환경 역시 의료민영화 논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사회적 환경은 사회세력 내지는 사회집단들 간의 역학관계의 변화와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래 정치민주화와 더불어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 대규모 성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사회세력의 영향력이 급증했다”며 “인구고령화 추세와 보건의료기술의 발달 등이 의료민영화 논쟁에 영향을 미쳤는데, 거동불편 노인, 노인성 만성질환자 등을 치료하는데 원격진료가 필요하게 되자, 정부는 이에 대한 도입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경제적 환경 역시 의료민영화 논쟁을 촉발했는데, 신성장동력 확보와 이를 통한 경제활성화 등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함”이라며 “보건의료분야에서 건강형평성ㆍ의료형평성ㆍ사회적 약자 배려 등의 사회적 가치가 주요 의제로 등장했는데, 이런 분배지향의 경제적 환경은 반대로 의료민영화 반대 측의 신념체계, 행동방식 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의료민영화 논쟁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또, “의료민영화 논쟁의 경우, 의사단체 등 보건의료 전문가단체의 반대가 정책변동을 초래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로선 논쟁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단기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닌, 상설 대화기구의 설치, 집단행동에 대처하는 단계별 매뉴얼 마련 등과 같은 보다 지속가능한 대응책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연구소는 “대응 방향 면에서 사회진보와 기술발전에 따라 기존의 이해들 중에 양보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인지하고 수용하며, 이를 통해 전문가단체의 목표체계가 가급적 공익 및 다른 행위자들의 이해관계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이어, “이를 통해 보건의료 정책논쟁을 둘러싼 보건의료 전문가단체의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로 보는 외부의 비판을 완화해야 한다”며 “보건의료정책의 논쟁을 야기하는 정책 추진 시 사회 전반에서의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포지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연구소는 “보건의료 전문가단체가 운영 방향, 활동방식, 전략 등 실천적 측면에서 정교한 실행계획을 수립해 청사진을 마련해야한다”며 “논쟁적 정책 이슈에 대처하기 위한 거버넌스 및 외부와의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 정부와 제도화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동 협의체에서 합의된 사항이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의료인 단체는 미리 보건의료정책의 논쟁점별로 양보 가능한 내용과 한계, 정책단계별 요구사항 및 협상전략 등을 담은 대정부 및 대국회 협상 목록을 만들며, 각 논쟁이슈의 주요 항목별로 비용편익 분석 등을 실시해 과학적, 분석적,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분석이 되어 있어야 문제 상황에 직면해서도 정부나 국회 등 정책결정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며 “그리고 전문가단체의 활동방식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 논쟁적 이슈의 세부 항목별 예상 시나리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 등에 대한 실행계획과 청사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는 의협 대의원회가 중심이 된 KMA POLICY나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 의료계 리더들이 모여 만든 미래한국의사회 등 장기적 관점의 의료현안 대응 단체가 있지만, 원격의료나 의료민영화 대응에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점도 짚었다.

이와 함께 의료정책연구소는 ▲논쟁적 정책이슈 대처 위한 거버넌스체계 및 외부 협력체계 구축 ▲정부와 제도화된 협의체 구성 이후 합의된 사항 이행 ▲중요한 정책논쟁에 대응하는 테스크 포스 편성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기구 효율적인 형태로 재구조화 ▲보건의료정책 정보수집 기능 강화 ▲대국민, 대언론 홍보기능 강화 ▲보건의료 전문가단체 내 정치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연구소는 “의료민영화 논쟁은 의사단체의 이해가 가장 민감하게 걸린 정책이슈임은 틀림없다”며 “따라서 의료민영화 논쟁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의사단체의 구체적인 정책 정향과 주장, 신념체계, 이해, 전략 등에 초점을 두는 또 다른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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