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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청구 업무정지, '사실확인서'가 발목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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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청구 업무정지, '사실확인서'가 발목 잡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10.1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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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한의사에 업무정지 정당...“강제 작성 보기 어렵다” 판단
 

부당청구로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한의사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사실확인서가 발목을 잡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3년 3월경 A씨가 운영하는 B한의원에서 대해 요양급여비용 적정 청구 여부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조사 결과, 일부 수진자의 경우 실제 내원하지 않아 진료한 사실이 없음에도 내원해 진료한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록하고 진찰료 및 처치료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사실을 드러났다.

이에 복지부는 53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A씨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B한의원의 접수담당인 간호조무사 C씨는 2013년 5월 경 실제 내원한 환자는 ‘모두 빠짐없이 기록하고 확인하는데, 다음날 추가 기재된 환자명단은 본인이 실제 내원을 확인한 후 작성한 명단이 아니다. A씨의 배후자가 수납대장 아래쪽에 끼워 넣기 한 명단’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

A씨의 배우자 D씨는 ‘원장이 작성한 수기 차트 내역을 전산청구 데이터에 수시로 입력하고 있고, 수기 차트에 없는 진료내역 및 실제로 오지 않은 날에 컴퓨터에 끼워 넣은 날짜의 청구내역은 본인이 가족, 친인척 및 지인들의 진료내역 및 날짜를 임의로 정해 입력하고 수납대장이 기록한다. 수납대장에 추가로 끼워 넣은 명단의 수납금액은 실제 받은 금액이 아닌 전산에 임의로 입력 후 뜨는 금액을 기재한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A씨도 ‘내원일수 증일 청구자 명단’은 모두 1480건의 부당청구 내역을 포함하고 있고, 그 최하단에는 ‘상기 명단은 실제 내원일 이외에 내원하지 않은 날 끼워 넣은 명단임을 확인한다’는 자필 기재가 포함된 사실확인서를 2013년 5월경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에서 A씨는 “복지부는 B한의원에 실제 환자가 내원한 경우도 전산상 요양급여비용을 당일에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허위 내원으로 간주했다”며 “550건의 내역은 실제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음에도 복지부가 부당청구 내역 1480건에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미숙했던 자신과 C씨는 환자 내원 당일 전자 진료기록부에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 진료일로부터 며칠이 경과한 후 한꺼번에 전자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됐다”며 “전자 진료기록부의 실제 작성일을 기준으로 해 해당 진료일자의 진료내용이 입력된 것과 전자 진료기록부의 실제 작성일이 아닌 다른 일자(환자의 초진일 등)을 기준으로 해 해당 진료일자의 진료내용이 입력된 것으로 나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80건 중 550건을 제외한 930건의 끼워 넣기를 한 것은 사실이고, 끼워 넣기 과정에서 550건의 전산 입력일자가 변경되거나 수정된 것”이라며 “이 사건 처분사유 중 550건의 내역과 관련된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업무정지기간 재산정을 위해 이 사건 처분은 취소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복지부가 제시한 1480건의 부당청구 내역을 모두 확인하고, 하단에 ‘상기 명단은 실제 내원일 이외에 내원하지 않은 날 끼워 넣은 명단임을 확인한다’고 자필로 기재했다”며 “이 사건 처분사유를 모두 인정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한의원 접수담당인 C씨와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보조한 D씨도 현지조사 당시 ‘실제 내원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요양급여 내역을 끼워 넣기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다”며 “A, C, D씨가 제출한 확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작성됐다거나 내용의 미비 등으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는 등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는 일정한 기간을 단위로 묶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진료기록부의 작성은 개별적인 의료행위를 실시한 후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A씨는 이 사건 처분사유를 구성하는 1480건의 내역 중 930건에 관해 부당한 끼워 넣기를 했다고 인정하면서 나머지 550건에 관해서는 업무처리 미숙으로 진료기록부 등의 작성이지연됐다고 주장하는 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는 930건을 끼워 넣는 과정에서 550건의 전산 입력일자가 변경되거나 수정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입력이 완료된 전산 입력일자가 별도 내역의 끼워 넣기 과정에서 변경되거나 수정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사유는 A씨가 실제 내원하지 않은 사람들에 관해 요양급여를 실시한 것처럼 가장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는 것이고, A씨는 그러한 청구를 위해 전자 진료기록부나 수기 진료기록부, 수기 수납대장에 허위내용을 기재하기도 했다”며 “이 같은 행위에 관해 적절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낭비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에서 A씨는 “현지조사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소속 조자원은 자체 제작한 심평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산입력일자가 변경되는 등 이상한 점이 발견된 청구는 모두 부당청구로 간주했다”며 “복지부는 진료부 및 본인부담금 장부를 대조하거나 청구자 대다수에게 연락하는 등 추가 확인없이 일률적으로 내원일수 증일 청구자 명단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그램상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라도 실제 내원한 환자가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부당청구로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복지부의 구체적인 입증이 없는 이상 부당청구임을 인정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550건에 대한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내원일수 증일 청구자 명단의 모든 대상자에게 수진자 조회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한의원의 전산입력자료, 진료기록부, 수납대장 등을 비교해 부당청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A씨는 가족, 친인척, 지인 등을 부당청구에 이용했던 것으로 보여 설령 이들에 대해 수진자 조회를 했더라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요양급여비용 청구자료와 A씨가 제출한 수납대장, 진료기록부 등을 비교해 부당청구를 확인하고 이 사건 처분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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