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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 투여량은 의료진 재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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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 투여량은 의료진 재량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7.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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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사망사건에 과실 불인정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에게 골절 수술을 시행하기 전 진정제를 투여하다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진정제의 용량이 맞지 않는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경 오토바이 운전 중 곡선도로에서 넘어지면서 옹벽에 부딪혀 119 구조대를 통해 C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씨에 대한 각종 검사 결과, 우측 상부 경골관절구와 비골 복합골절, 좌측 상완골 골절, 흉막하 무기폐(폐의 일부가 팽창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부피가 줄어 쭈그러든 상태를 말한다)와 폐좌상 외에도 백혈주 증가증, 신장 기능 이상, 간 기능 이상, 호흡성 알칼리증, 대사성산증, 고혈당증, 저산소증 등이 확인됐다.

C병원 의료진은 A환자에게 진통제와 항생제를 투여하고 산소를 공급한 후 입원해 골절에 관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으나, A씨와 아버지(원고)가 연고지에 가까운 병원에서 수술받기를 희망해 같은 날 구급차를 통해 D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했다.

A씨와 유족들은 골절 수술 시행이 지연되자 다른 병원에서 빨리 골절에 관한 수술을 받기를 희망했다.

D대학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가 좋지 않음으로 일단 상태가 호전된 후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으나, 환자와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구급차를 통해 B학교법인에서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에 다음날 오후에 도착했다.

B대학병원은 C, D병원에서 진단된 바와 같은 일련의 증상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진통제, 항생제, 생리식염수 투여 및 산소 공급 등의 조처를 하고 혈액검사도 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결과, BUN 수치 47.8㎎/dl, 크레아티닌 수치 2.5㎎/dl, CPK 수치 1만U/L 이상, 칼륨 수치 5mmol/L CRP 수치 8.55㎎/dl 이었다. 의료진은 혈장제인 플라스마 투여를 시작했고, 기존에 시간당 40㏄의 속도로 투여하던 생리식염수는 시간당 200㏄의 속도로 2개 투여하도록 했다.

A씨는 골절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로 옮겨졌고, 의료진은 요추 3∼4번 부위에 국소마취제인 마케인을 투여해 마취를 시행했다. 의료진은 진정제인 프리세텍스 1앰플과 생리식염수 48㏄를 섞어 시간당 120㏄의 속도로 투여하다가 투여를 중단했다.

프리세텍스 투여 전에는 분당 약 135회 정도이던 환자의 맥박은 프리세텍스 투여 중단 당시에는 분당 114회가 됐다가, 그로부터 약 5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8시 20분경에는 분당 65회까지 떨어졌고, 아울러 그 무렵 혈압도 74/55㎜Hg로 떨어졌다.

이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수액 300㏄와 승압제인 페닐에프린 0.05㎎을 투여지만 A씨의 맥박이 더 떨어지면서 심전도 모니터상 무수축이 발생하고 혈압도 측정되지 않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를 시행하면서 페닐에프린 0.1㎎과 또 다른 승압제인 에페드린 5㎎을 추가로 투여했고, 이에 따라 심전도 모니터상 동성리듬이 회복됐다.

그러다 심전도 모니터상 심실빈맥이 관찰됐고, 의료진은 심장마사지를 계속하면서 제세동을 시행하고, 또 다른 승압제인 에피네프린 1㎎도 투여했다가 다시 에피네프린 1㎎을 추가로 투여하고 기도삽관도 시행했다.

의료진은 수차례 반복 시행한 제세동 끝에, 심전도 모니터상 동성리듬이 다시 회복되자 심장마사지를 중단했고, 중심정맥관을 삽입한 후 환자의 활력징후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의료진은 심정지 발생 후 원인을 찾기 위해 각종 검사를 시행했으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환자는 혈압상승, 호흡수 감소, 동공 확장 등의 증상이 발생해 뇌CT검사를 시행했다. CT검사 후 출혈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환자에게서 저산소성 뇌손상과 뇌부종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객담을 스스로 배출해내지 못함에 따라 폐렴이 지속됐고, 패혈성 쇼크까지 발생해 지속적 신대체요법을 시행받기에 이르렀다. 또 수술하지 못한 오른쪽 다리의 구획증후군이 악화해 괴사가 이뤄짐에 따라, 괴사가 이뤄진 부분을 절단하는 수술을 시행받기도 했으나, 계속해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9월 14일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즉시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2시간 30분이 지난 후 뒤늦게 횡문근융해증 치료를 위해 생리식염수 투여량을 증가시켰다”며 “골절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프리세텍스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당초 처방된 것과 달리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생리식염수와 섞인 진정제를 5분 만에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심정지가 발생했음에도 페닐에프린·에페드린만 투여하다가 4분이 지난 후에야 에피네프린을 투여했고, 그 과정에서 호흡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심정지가 처음 발생한 때로부터 9분이 지난후 기도삽관을 했다”며 “심정지로 인해 비가역적으로 저산소성 뇌손상과 뇌부종이 발생했을 적으로 추정되는데 적절한 신경학적 검사 및 그에 따른 약물치료를 시행하지 않아 추가적인 뇌 손상을 발생시킨 점을 이유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유족들은 “환자가 골절 수술을 시행하려고 했을 때 이미 신장 기능과 간 기능 등이 저하돼 프리세텍스와 같은 진정제 투여로 인한 위험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진 상태였음에도 병원 의료진이 그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환자가 B대학병원 응급실에 왔을 때부터 생리식염수를 꾸준히 투여받았고, 골절 수술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생리식염수 투여량 증가 처방을 일시적으로 지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프리세텍스와 같은 진정제의 경우 같은 용량을 같은 속도로 투여하더라도 환자마다 일정한 진정 심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를 수 있는데, A씨에 대한 병원의 마취기록을 살펴보면, 프리세텍스 투여가 중단됐을 당시 A씨는 의료진이 의도했던 진정 심도에 이르렀다”며 “의료진으로서는 프리세텍스 투여를 중단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춰보면 프리세텍스 투여가 5분만에 중단된 이유가 1앰플 전체를 5분 만에 모두 투여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혈압 상승효과가 있는 페닐에프린과 혈압 및 맥박 상승효과가 있는 에페드린은 에피네프린과 같이 심정지 발생 시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투여하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에 맞게 약물을 투여한 것은 특별한 문제로 보이지 않고,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부터 의료진은 환자에게 연결된 마스크를 통해 계속해서 높은 농도로 산소를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도삽관이 늦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심정지 등 심장 기능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그에 따라 저산소성 뇌 손상과 뇌부종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역적인 현상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방법 또한 특별히 존재하지 않음으로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설명 의무 위반과 관련, “A씨가 횡문근융해증, 구획증후군과 개방성 골절 등으로 인해 최대한 빨리 응급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환자 자신도 응급수술을 빨리 받기를 원해 병원 두 곳을 거쳐 B대학병원에 내원한 것을 고려하면, 진정제 투여에 대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골절 수술 자체를 나중에 시행 받기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병원 의료진이 프리세텍스를 투여할 때 약물설명에서 정해진 개시 용량보다 훨씬 적은 양을 단시간(5분) 내에 투여하다가 중단했다”며 “진정 유지를 위한 투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으며, 5분 투여하다가 중단한 후 A씨가 의식 저하가 급격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프리세텍스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절이 가능하다”며 “A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 횡문근융해증 등으로 불완전한 신체 상태였고, 의료진은 불안정한 전신상태를 고려해 권장용량보다 더 느린 속도로 진정제를 주입했다. 의료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A씨가 더 빨리 진정 상태에 도달해 마취심도감시장치(BIS) 지수가 낮아짐에 따라 5분 만에 프리세텍스 투여를 중단했던 판단은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씨는 당시 개방성골절 등으로 인한 구획증후군에 따라 횡문근융해증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골절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골절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환자에게 간기능 및 신기능 장애소견, 무기폐로 인한 저산소증 소견이 있어 전신마취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며 “전신마취 시 폐합병증의 위험이 있었으므로 의료진은 척추마취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척추마취를 시행하면 교감신경계통이 주로 차단되고 뇌신경에서 나오는 부교감신경계통은 차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주신경긴장이 증가하게 되며, 차단된 교감신경 부위의 혈관확장을 초래해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이 감소돼 저혈압이 나타나게 된다”며 “척추마취의 범위가 높지 않을 때에는 호흡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마취의 범위가 높아짐에 다라 호흡기능상실 또는 호흡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의료진은 척추마취제로 마케인 11㎎을 환자에게 투약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성인의 권고용량인 10∼20㎎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위 투약과정에서 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척추마취로 인한 A씨의 불안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정제인 프리세텍스가 투여됐는데, 프리세텍스는 호흡억제가 적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부위마취 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경우 골절 수술을 위해 척추마취제(마케인)와 진정제(프리세텍스)가 투여된 후 저혈압·서맥 등이 나타났고, 맥박이 더 떨어지면서 승압제인 페닐레프린과 에페드린이 투여됐으며, 심전도 모니터상 심실빈맥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약물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횡문근융해증이 진행돼 저산소증, 고칼륨증 등 전신의 불안정한 상태에서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세텍스의 투여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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