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23:03 (금)
다사다난했던 2018년, 의료계 핫이슈
상태바
다사다난했던 2018년, 의료계 핫이슈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2.24 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응급실 폭행·건정심 탈퇴...비대위 만능론과 불행한 임총

2018년의 의료계는, 그 어느 시기보다 많은 격동을 겪은 한 해였다.

대한의사협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수장이 선출됐고, 그로 인해 정부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됐으며, 새 해에도 변하지 않은 정부의 ‘문재인 케어’ 정책 기조로 인해 무엇보다 의-정간 극심한 갈등이 표출됐다.

2015년 이후로 잠잠해진 줄 알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를 포함한 감염병의 공포가 다시 한 번 찾아왔으며, 응급실 및 진료실에서 의료진을 폭행하는 주취자 문제가 연중에 걸쳐 수면 위로 떠오른 한 해이기도 했다.

또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 상복부초음파·MRI 급여화로 문재인 케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기도 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최초의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연말 이슈로 대두됐다.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 의료계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살펴봤다.

◆이제는 숨기지 말자, 의료기관내 폭력 사태

▲ 올해 발생한 의료진 폭행 사건들.

주취자에 의한 의료기관내 의료인 폭행 사태는 오랫동안 의료계의 골치덩어리 중 하나였다. 그러다 올해 의료기관내 폭행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됐는데, 시발점은 전라북도 익산 모 병원에서 발생한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이었다.

해당 사건은 지난 7월 1일 전라북도 익산의 한 병원 응급센터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이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뇌진탕 증세를 비롯, 비골과 치아가 골절될 정도로 크게 다쳤다.

이후로도 주취자에 의한 폭행사건은 여럿 발생했는데,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강원도 강릉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에게 주먹으로 목, 머리, 어깨 등을 구타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29일 전북 전주시 모 지구대에 있다가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주취환자가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며 난동을 부렸고, 31일에는 경북 구미 소재 병원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전공의를 철제 소재의 혈액 샘플 트레이로 가격, 동맥파열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최대집 의협회장은 7월 8일에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8월 5일 청와대 앞에서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근절을 위한 범정부 긴급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 근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의료기관내 의료인 폭행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은 물론, 국회에서도 의료기관 폭행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의료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등 10개 법안을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 9월 경찰청에서는 대응-수사매뉴얼 및 구속 수사 원칙 등 강력 대응방침을 발표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보건복지부에서도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응급실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응급의료 방해행위를 징역형만으로 처벌(벌금형 삭제) ▲응급의료 방해행위 처벌시 주취감경 적용 배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 처벌 ▲응급의료기관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 및 비용 국고지원 ▲주취상태에서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시 가중처벌 등이 담겼다.

특히 이에 따른 처벌은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으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며, 중상해·사망의 경구 각각 3년 이상,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또한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응급의료 방해행위를 할 경우 형법 제10조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명시해 가해자가 주취상태를 이유로 형을 감경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환영의 뜻을 밝혔고,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희망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정협의는 재개, 건정심은 탈퇴

▲ 의협이 탈퇴를 선언한 건정심(위쪽), 복지부와 진행 중인 의정협의.

올해 의협이 보여준 가장 기묘한 행보는 의·정협의는 재개했으면서, 정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탈퇴해버린 것이다. 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한 쪽은 열어놓고, 다른 한 쪽은 닫아놓은 이 행보는 의료계 내에서 갖은 구설수에 오른 행보였다.

의협의 건정심 탈퇴 선언은 지난 5월 30일에 있었다. 이는 지난 제37대 노환규 집행부 이후로, 6년만의 일로, 이번 건정심 탈퇴는 2019년 유형별 수가협상에서 정부가 수가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최대집 회장은 “2017년 12월 10일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정상수가 보장, 최근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언급한 적정수가 필요 등 공언을 감안할 때 의료계를 기만하는 수가협상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협은 복지부와 건보공단의 무성의한 수가협상안에 대한 강한 항의의 뜻으로 30일자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과연 건정심 탈퇴가 의협의 의도대로 정부에 항의의 의미로, 의료계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까? 결론만 놓고 따졌을 땐 의협의 의도대로 흘러가진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건정심 탈퇴로 인해, 의협이 정부와 마련해놓은 유일한 소통 채널인 의·정협의가 난항을 겪게 됐고, 이후로 진행된 상복부 초음파, MRI 급여화는 물론, 한방의 추나요법 급여화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대집 회장이 건정심 탈퇴 선언 당시 의·정협의체를 정부와 유일한 대화창구로 사용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실무협의체와 건정심의 역학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의·정협의에서 공통의 합의 주제를 만들고, 최종 정책 결과물을 관철시키는 건 건정심이며 이곳에서 의협과 복지부는 한 팀이 되어 복지부와 함께 나머지 위원들을 설득해야한다”라며 “의협의 건정심 탈퇴 선언은 자신들의 요구만 복지부에 전달한 채 복지부보고 알아서 건정심을 통과시키라고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급여화가 결정된 한방의 추나요법에 대해서도 의협의 건정심 탈퇴를 비판하는 의견이 대두됐다. 한방 행전위에서 추나요법 급여화를 건정심에 부의하기로 했다면 이를 저지할 방법은 건정심 외엔 없는데 현재 의협은 건정심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의사회 전 임원은 “이번 건정심에 추나요법 급여화가 부의됐다면 건정심에서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내야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내야할 의협은 현재 건정심에서 빠진 상태”라며 “이런 기회를 놓치고 있는 의협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의협은 건정심 복귀에 대해 어떤 논의도 진행된 바 없으며, 건정심 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복귀는 없다고 못 박은 상황이어서 쉽게 복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정심 탈퇴 선언과 별개로 의·정협의는 다시 재개된 점도 올해 의료계에서 손꼽을 만한 소식 중 하나다.

올해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5월 2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총 6번에 걸쳐 의·정협의 회의를 진행했다. 건정심 탈퇴 이후, 의·정협의를 정부와 유일한 소통 채널로 사용하겠다는 게 최대집 회장의 복안이었지만 의료계의 여러 상황과 맞물려 의·정협의는 논의가 크게 진행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지난 10월 25일 제6차 의정실무협의체에선 9월 27일 의정대화 결과의 후속조치로 제안사항을 교환해,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의협에선 ▲기본진찰료 인상(현행 의원급 의료기관 초·재진 상대가치점수 각 30% 인상) ▲처방료 신설(의원급 의료기관 처방건당 3000원 처방료 신설)을 제안했다.

이어 복지부에선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 협조 ▲교육상담·심츨진찰 확대 ▲의뢰·회송사업 활성화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및 의료인 자율규제 환경 조성을 제안했다.

이에 의협과 복지부는 각자 제안사항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고, 상호 검토를 거쳐 추가논의를 행하기로 했다는 게 전부로, 이후 의·정협의는 언제 열릴지 모른채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100일만에 열린 임총, 비대위 만능론 대두

▲ 지난 10월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

지난 의협회장 선거의 여파일까? 의협에선 또 한 번의 비대위 만능론과 고질적인 회장 흔들기가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바로 임기 반년도 안된 최대집 회장을 회무에서 배제하고, 이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자는 임시대의원총회가 개최된 것이다.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반 년도 되지 않아, 또 한 번의 비대위가 태동을 알린 것은 지난 9월의 일.

당시 일부 대의원들이 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투쟁력의 집중화를 위해 전권을 행사 할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임시총회 소집 요구안을 발의했다.

동의서에 따르면 임시총회에서 논의할 의안은 ▲문재인 케어(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 저지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위한 대책을 추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 ▲불합리한 의료정책 개선 대책(경향심사, 한방대책, 응급실 폭력 대처 등)의 건이다.

동의서에는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앞세운 집행부가 출범한지 100일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성과없이 오히려 퇴보하는 현실에 실망만 가득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투쟁의 강화는 고사하고 정책발향의 수정이나 인적쇄신없이 정부의 공세적 정책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집행부의 안이한 대처와 부족한 상황판단에 의협 대의원들은 더 이상 상황 악화를 막고 대정부 협상력 강화와 투쟁력의 집중화를 위해 전권을 행사할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햇다.

이후, 9월 15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임총 개최 동의안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으며, 10월 3일 임시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시 큰 논란을 불렀는데, 강력한 투쟁체인 비대위를 구성해 대정부투쟁에 나서야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임기 반 년도 되지 않은 집행부를 흔드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엇다.

결국 지난 10월 3일 의협 대의원회는 ▲문재인 케어(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저지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위한 대책을 추진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 ▲불합리한 의료정책 개선 대책(경향심사·한방대책·응급실 폭력 대처 등)의 건 ▲정관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의 건 등 3가지 안건이 다룬 임시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당시 임총에서는 비대위 구성과 관련된 찬반 토론이 진행됐는데, 비대위 구성을 찬성하는 측인 경기도 강중구 대의원은 “당장 파업을 하거나 투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공무원들에게 긴장을 주는 집행부가 되어야하고, 비대위를 만들어야한다”며 “의협이 무너지면 진료권이 무너지고,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국민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젊은 후배, 국민을 생각해 이번 비대위 결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김세헌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는데, “이번 임총이 열린 이유가 회원들의 알권리 차원이 아닌 다른 이유가 아닌가 의구심이 있다”며 “아울러 만약 비대위가 구성이 되더라도 협회 회장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항상 갈등이 있어 왔다. 비대위 구성이 된다면, 오늘 예산, 감사 등 절차적 요소들도 다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 구현남 대의원은 “오늘 자리가 마치 패싸움 같다. 이렇게 모인 것은 궁극적으로 최대집 회장을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비대위 구성을 한다고 해도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의사를 사랑하고 의협을 위해 나온 대표다. 비대위 구성 찬성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 구성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고, 총원 178명 중 찬성 49명, 반대 129명으로 비대위 구성이 기각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비대위 구성이 비록 부결됐지만, 문 케어 대응에 대한 집행부 행보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은 여전했다.

한 대의원은 “최대집 회장은 문 케어를 막을 후보는 자기밖에 없다고 해서 당선이 되었는데, 복지부에 속아 합의를 해주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절반이 넘는 회원들은 이에 아예 관심이 없다. 집행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집행부에선 이번 임총에서 나온 여러 의견들을 겸허히 수용하고 회무 추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대집 회장은 “비대위 부결은 현재 의협 상황이 집행부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주요현안에 대처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다만 소수 의견으로 비대위 필요하다는 점도 있는데 이분들의 의견도 집행부 회무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비대위 만능론에 대한 일침도 있었는데, 이번에 비대위 구성이 부결된 것은 최 회장에 대한 흠집 내기에 일관하다보니 비대위를 왜 구성해야한다는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제까지 집행부가 있으면서 비대위가 새로 구성되면 항상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 갈등이 반복되는 게 싫은 여론이 크게 반영돼, 비대위 만능론에 동조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