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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병원개설에 명의 변경·운영 모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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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병원개설에 명의 변경·운영 모두 ‘유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2.1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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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원심 파기…‘포괄일죄’ 적용
 

이제까지 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왔다.

그렇다면 비의료인이 여러 번 의료인의 명의로 변경해 의료기관을 운영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했을까? 당연하게도 ‘유죄’였다.

대법원은 최근 A씨 등 4인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의료법위반, 의료법위반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비의료인인 A씨가 치과의사 B씨 명의로 C치과의원 D점을 최초 개설·운영한 후, 이를 운영하면서 개설자 명의를 지난 2015년 8월 28일 다른 의료인 E씨로, 2015년 10월 16일 1심 공동피고인 F씨, 2016년 2월 15일에는 1심 공동피고인 G씨로 순차로 변경했다.

개설자를 치과의사 B씨 명의로 C치과의원 H점을 최초 개설한 후, 이를 운영하면서 개설자 명의를 공소외인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 이후 여러 번 의료인 명의를 변경해 운영한 사건에 대해 실체적 경합범으로 기소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원심)은 이 사건에 대해 “치과 개설자 명의 변경 전후에 개설자인 의료인 1명이 바뀐 외에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동일성을 상실할 정도로 변경되지 않았다”며 “A씨도 종전과 다른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하겠다는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재판부는 “의료법이 개설자 명의변경 등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A씨가 각 개설자 명의변경으로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의 ‘개설’에는 ‘운영’의 의미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 재판부는 최초 의료인 명의의 개설만을 유죄로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A씨가 C치과의원 D점을 E, F, G의 명의로, C치과의원 H점을 공소외읜 명의로 개설했다는 각 의료법 위반 부분, I씨가 치과의사인 E, F, G를 소개했다는 각 의료법방조 부분, B씨의 의료법 위반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상고이유에 지난 2014년 9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법이 제33조 제2항에서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기타 비영리법인 등이 아닌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제87조 제1항 제2호에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둔 취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위 의료법 조항이 금지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비의료인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한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괄하여 일죄에 해당하고, 여기서의 개설행위가 개설 신고를 마친 때에 종료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비의료인이 위와 같은 주도적인 처리 관계에서 이탈하였을 때 비로소 종료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기간 계속해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해야 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는 지난 2010년 11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검찰은 “의료기관의 개설자 명의는 의료기관을 특정하고 동일성을 식별하는 데에 중요한 표지가 되는 것이므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도중 개설자 명의를 다른 의료인 등으로 변경한 경우에는 그 범의가 단일하다거나 범행방법이 종전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개설자 명의별로 별개의 범죄가 성립하고 각 죄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피고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포괄일죄(수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하나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대법원은 “A씨가 C치과의원 D점에 대해 B씨의 명의로 개설신고하고 운영한 기간, 그 이후 개설자 명의를 E, F, G로 순차로 변경하면서 각 그들 명의로 운영한 기간 동안 각 개설자 명의별 포괄해 일죄가 성립한다”며 “각 개설자 명의별 범죄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A씨가 C치과의원 H점에 대해 B씨의 명의로 개설 신고하고 운영한 기간, 이후 개설자 명의를 공소외인으로 변경하고 운영한 기간 동안 각 개설자 명의별로 포괄해 일죄가 성립하고 각 개설자 명의별 범죄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I씨는 A씨에게 E, F, G를 각 고용의사로 순차로 소개해 C치과의원 D점을 이들 명의로 개설하도록 했으므로, A씨의 E, F, G 명의의 의료기관 개설 범행을 각 방조한 것이 되고, 서로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대법원은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치과의사 명의를 대여하고 고용의사로 근무해, A씨의 B씨 명의의 의료기관 개설 범행에 공모해 가공했으므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는데, 원심 판결에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인한 의료법위반죄의 성립과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A씨에 대한 의료법위반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돼야한다”며 “그런데 이 부분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의료법위반 부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및 사기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모두에 대해 하나의 형을 정해야하므로, 원심판결 중 A씨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돼야한다”고 전했다.

또 대법원은 “I씨에 대한 부분도 파기해야하는데, 이 부분 역시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 모두에 대해 하나의 형을 덩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I씨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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