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0 06:03 (토)
“저수가, 결국엔 의료분쟁으로 이어진다”
상태바
“저수가, 결국엔 의료분쟁으로 이어진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0.22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성종호 이사..."의료계 내 연구 부족 반성해야"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수가’가 의료분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이와 관련된 연구가 부족한 점에 대해선 의료계 스스로 반성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사장 방상혁)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지난 2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의료분쟁 기저에 법과 제도 점검과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의료제도와 의료분쟁 연관성’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이사.

성종호 이사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특징으로 ▲민간의료기관이 절대적 수와 역할 차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재정 투입 ▲저부담-저보장-저수가 ▲국가책임 방기 ▲공급자에 대한 일방적 규제 ▲의료인의 중노동 ▲의학, 의술 뿐 아니라 의료제도와 정책의 영향 아래에 있는 의사의 의료행위 등을 꼽았다.

성 이사는 “저부담-저보장-저수가 등 3저는 국가가 해야할 의무를 방기한 것. 국가는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많은 규제를 했고, 이로 인해 의료인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는 제로에 수렴한다”며 “이로 인해 정부가 의료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추진하려 해도 의료공급자가 국가를 믿지 못해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수가는 이미 차고도 넘칠 정도로 증거가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와 의료취약자에 대한 저수가”라며 “저수가에 대해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통해 기존 비급여의 적정보상을 하고 있다지만 실제 협상 결과물을 보면, 비급여의 적정보상은 허구”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 의사 수는 인구 1000명을 기준으로 2.2명으로, OECD 평균 3.1명에 비해 적다. 하지만 업무량은 6.8로, OECD 평균 2.2에 비해 3배 이상, 수가는 0.48로, OECD 평균 1.32에 비해 37%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의료인이 행하는 기존 중노동에 대한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5년(2014~2018년 9월) 접수건수.

성 이사는 수요자 측 원인으로 “대기시간은 늘어났지만 진료시간은 줄어들고, 의사의 과다한 노동으로 인한 형식적인 진료 및 불친절이 있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과거와 다르게 수평적 관계로 변화했다”며 “의료에 대한 본질,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도 있는데, 의료행위는 신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는 위험성을 내포해, 악결과가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환자 측은 완전한 결과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성종호 이사는 의료분쟁 증가 원인을 수요자, 공급자, 사회·제도적 여건에 나눠서 설명했다.

공급자 측 원인으로는 ▲의료제공형태의 변화 ▲의사의 전근대적 의료관 ▲의사의 직업적 피해의식 ▲의사의 법규 및 법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 ▲의료행위의 고도화로 (규범적 수준의) 의료기술 숙련도 미비 가능성 증가 ▲저수가, 급여기준, 인력부족 등 의료제도의 영향 등을 꼽았다.

사회적, 제도적 여건에 대해선 “인터넷 등 자칭 전문가들이 나타나면서 의료지식의 보급 확대가 이뤄졌고, 사회 전체적으로 불신풍조 등이 만연해 있다”며 “의료심사조정기구의 의료분쟁에 대한 홍보와 함께 언론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들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 ▲의료인의 기술부족과 주의태만 ▲인체에 대한 침습으로 각종 부작용, 위험 가능성 증가 ▲의사의 자율성,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한계성으로 오진 가능성 상존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증가, 진료시간 단축 등으로 의료사고 위험성 증가 ▲고난이도 전문의학적 시술로 위험성 증가 등을 지적했다.

해마다 의료분쟁에 대한 관련 소송, 중재원의 조정 건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를 살펴보면 의료분쟁에 대한 상담은 2012년 2만 6831건에서 2016년 4만 6735건으로 연 평균 증감률 11.7%였고, 조정신청은 503건(2012년)에서 1907건(2016년)으로 30.5%의 연 평균 증감률을 보였다.

의료관계 형사사건 현황을 보면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2012년 1994건에서 2016년 2388건이었고, 의료사고 민사소송은 2012년 1009건 접수(922건 처리)됐는데, 2016년에는 970건 접수(943건 처리)로 약간이나마 감소했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의 데이터를 살펴봐도 지난 5년간 접수건수가 2014년 949건에서 2017년 2084건이었으며, 올해 9월까지 접수건수는 총 1640건이었다.

여기에 성종호 이사는 “의료사고를 유발하는 제도적 의료행위 제한 행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지만 보험자가 적정진료라는 말로 방해하고 있다”며 “적정진료는 재정절감, 삭감이라는 말과 같다. 보험자가 의사의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성 이사는 “급여항목이나 기준을 보면 어떤 행위 외엔 급여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의료행위 축소를 조장하고 있다”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되어 있는 기준으로 인해 과도한 삭감이 초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료행위 설명에 소요되는 시간은 급여로 인정되지 않고 있고, 의료행위자인 의사의 행위와 환자안전과 관련된 병원관리 수가가 분리가 안돼, 환자 안전을 위한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중증, 필수의료에 대한 좁은 급여기준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료인이 중노동에 노출되고 있다. 정부가 적정수가로 보상된다고 하더라도 중노동은 전혀 변화가 없다”며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대폭적 인상하는 등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의료인 중노동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기관 경영자는 수입이 되는 곳에만 투자를 하니 중증,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 요인이 없어지고, 이는 의료사고에 대한 개연성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그렇다고 의료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아니다. 비뇨기과 교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대학병원에선 충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수가가 낮으니 의료인력 충원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성종호 정책이사는 “미국 오리건, 콜로라도주의 의사 124명을 대상으로 의료소송경험이 있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의 진료시간을 조사해본 연구가 있는데, 의료소송 무경험자가 유경험자보다 평소 환자에 대한 평균 진료시간이 3.3분 더 길었다”고 밝혔다.

성 이사는 “정형외과와 소아과 관련 의료소송 판결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의료사고 방지책으로 ▲투약오류 방지책 ▲응급처치 미숙 방지책 ▲위험환자 및 위험요소 관리 시스템 개발 ▲표준진료지침 개발 및 보급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등을 꼽았다”며 “해당 연구에선 환자안전과 관련된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점과 함께 의료수가, 특히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수가체계 등을 개발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의료분쟁 현황이나 통계 등을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등의 데이터를 인용했는데, 저수가와 의료사고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국가에선 굳이 이 연구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의료계에선 항상 저수가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면서 통계나 연구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