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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대처로, 의료전달체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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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대처로, 의료전달체계 ‘The End’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0.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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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박진규 이사, 국감 해명 논란…의협 “공식 입장 아니다”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의협 이사가 ‘의료전달체계’와 관련,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합의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의료계 내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해당 이사의 어설픈 대처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약간의 가능성조차 완전히 사라졌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기획이사겸보험이사는 지난 1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 의협 박진규 기획이사겸보험이사(왼쪽),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박진규 이사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의료인 입장에서 느낀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에 대해 묻자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비가 내려가는 것이나,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며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장성 강화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그간 상급병원 특진료(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가 존재하고 비급여의 가격이 병원급와 2~3배 차이가 나다보니 전달체계 비슷한 형태가 유지됐지만 (문 케어 보장성 강화로 인해) 전달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의료전달체계 개편 없는 문재인 케어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의료계와 정부가 2년간 합의해 만들었던, 전달체계 개편 합의가 깨진 원인이 무엇인가, 의협이 깬 거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박 이사는 “외과계에서 반대한 것이고 내과는 찬성했다”며 “의료전달체계는 내과계만 갖고 몰래 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알려져서(논란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당시 합의를 깬 당사자는 의협인데, 여기서 다시 거론하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 아닌가? 내과가 찬성하고 외과가 반대했고 하는 것은 의협 내부의 문제, 의료계 내부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여기서 문제는 박진규 이사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합의를 깬 원인으로 외과계의 반대를 거론한 것. 박 이사의 답변에 외과계 의사회는 사실과 다르며 잘못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외과계 반대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내과계 일부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만 지속적으로 찬성했지 대부분 내과계도 의료전달체계 합의문 반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박진규 이사의 합의문 관련 해명 자체는 자칫 외과계 직역 이기주의로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어 잘못됐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합의문의 잘못된 핵심을 설명했어야했다”며 “누가 반대를 해서 못했다가 아니라 전달체계 개선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등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었다. 합의문에는 오히려 의원급 수술실을 폐쇄하고, 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합의문의 잘못된 핵심으로 의료계 전체가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해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협회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정감사 현장의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갑작스런 질문을 받아 당황한 거 같다”며 “해당 이사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방 부회장은 “의료전달체계 문제의 배경에는 대한민국 의료의 저수가 문제가 있다”며 “그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의료계 내부의 문제로 언급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협 이사의 어설픈 대처로, 앞으로 진행될 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았던 의료전달체계가 말 그대로 ‘끝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박진규 이사의 답변은 부적절했다. 그런 답변보단 의료전달체계는 의협이 가지고 있는 안이 따로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했다”며 “문제는 변명을 해버렸고, 대안을 제시 안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은 답변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노출되고 국회가 가지고 있는 국민의 대표성을 생각한다면 박 이사의 답변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전달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실마리까지 다 없어졌다”며 “의료계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시간을 좀 더 주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하겠다고 답변하는 편이 나았다”며 “내·외과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고, 합의만 이뤄지면 바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실마리를 남겨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의료전달체계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모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으려면 지금 환자 의료 시스템부터 바꿔야한다”며 “의료전달체계가 지금도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학병원에 있는 몇몇 과 때문으로, 그 과들이 의료전달체계 우회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경증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이 80%가 넘고, 경증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에서 감당할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1차 의료기관에서 처치가 안되는 환자들이 가야하는데,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중증환자를 봐야할 대학병원이 경증환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게 아니다”며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전달체계를 지키지 않았을 때 오는 페널티를 강화해야하고, 환자도 제대로 치료를 받기 위해선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대학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교육, 연구, 진료인데 의학이 계속 발전하고, 지속 가능하려면 양질의 의학교육과 연구가 이뤄져야한다”며 “지금의 대학병원들은 생존을 위해 교육과 연구가 아니라 진료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학병원들은 정상적인 진료를 해선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대학병원들도 지금의 패턴으로 병원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과 연구보다는 진료 실적을 가지고 교수들을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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