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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불가피한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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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불가피한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0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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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시간 후 대원은 깨어났다. 무언가 스멀거리는 것이 얼굴 위를 기었다. 발이 많은 지네인지 발이 하나도 없는 뱀인지도 몰랐다.

여름 날 낮잠을 자다 흘린 침이 목젖을 타고 내릴 때 같은 기분으로 눈을 뜬 대원은 그대로 꼼짝 않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중사의 뒤를 따랐던 자신을 떠올렸다.

얼굴에 스쳐 지나갔던 물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몸을 떠나지 않고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대원은 여전히 움직임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숨조차 쉬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대원은 그런 자세로 몇 분을 더 있었다. 편했다. 자세가 불편했다면 몸을 움츠리거나 했을 텐데 모로 누운 상태는 아늑한 침대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다시 잠이 쏟아졌고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잤다. 그가 잠을 깬 것은 어떤 물체 때문이 아니었다. 움직이는 것이 계속해서 신경을 건드려서 눈을 뜬 것이 아니었다.

죽었던 감각을 깨운 것은 무언가 둔탁한 것이 치는 느낌 때문이었다. 대원은 이번에도 몸은 움직이지 않고 눈만 조용히 떴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런 순간에도 옆구리 쪽을 무언인가가 두 어 번 더 걷어찼다. 그 제서야 대원은 그것이 중사가 내지르는 군홧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앞서가던 중사는 사라진 대원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왔던 것이다.

오면서 중사는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얼마동안 헤매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중사는 자신이 앞만 보고 뒤 따르는 대원을 놓친 것을 후회했다. 대원 없이 적을 향해 나가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어느 순간 중사는 등 뒤가 허전한 것을 알고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무언가 부디쳐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대원의 몸은 다가오지 않았고 그 제서야 중사는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사는 난감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바로 잡았다.

그는 더 가는 대신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대원의 낙오가 자발적인 것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것인지 가늠해 내려고 애썼다. 자발적인 것이라면 그는 배신자였다.

전투에서 작전 지역을 임의로 벗어난 것이다. 중사는 대원을 합법적으로 처치 할 수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찬 권총의 총신을 검지손가락으로 한 번 만져 보았다.

사용해 본지 오래된 녀석은 자신의 몸을 통해 뜨거운 것이 발사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순간적으로 반발심을 일으켰다.

중사는 얕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웃음을 싹 감추고 불가피한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중사의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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