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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의협의 불안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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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의협의 불안요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6.0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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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보이콧·건정심 탈퇴…예정된 협상파행 지적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간의 내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수가협상으로 인해 건보공단 등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최대집 의협회장이 ‘무능하다’고 비판했던 ‘추무진 집행부’도 지난 3년간 3%라는 인상률을 받아온 전력이 있어 의협의 수가협상 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과 6개 공급자단체간의 수가협상은 협상 법정시한인 5월 31일을 3시간가량 넘기면서 논의를 펼친 끝에 마무리됐다.

내년도 환산지수 평균인상률은 전년(2.28%)보다 소폭 증가한 2.37%로 결정됐고, 6개 공급자단체 중 의원과 치과는 협상이 결렬됐다. 환산지수 평균인상률은 지난해 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추가소요재정 규모 역시 전년(8234억 원)보다 1524억 원 늘었다.

▲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지난달 31일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6개 공급자단체 중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수가협상에서 보험자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제37대 노환규 집행부 시절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한 지 6년만의 일이며, 최근 3년 동안 3% 인상률을 기록(2015년 3.0%, 2016년 3.1%, 2017년 3.1%)했던 것에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의협의 이번 수가협상은 시작부터 불안요소의 연속이었다.

앞서 의협은 2019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수가협상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제40대 의협회장으로 당선된 최대집 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게 제 생각’이라면서 선을 그으면서 의협의 수가협상 보이콧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런 최대집 회장의 수가협상 보이콧에 대한 의지는 지난달 2일 열린 40대 집행부 첫 상임이사회에서 수가협상에 참여하기로 결론이 내려지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동안 4인으로 수가협상단을 꾸려왔던 관례를 깨고, 방상혁 상근부회장, 연준흠 보험이사 단 2명으로만 구성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됐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나섬에도 불구하고 개원의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할 수 있는 시도의사회장단과 대한개원의협의회 추천 위원이 배제된 것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어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원급 수가협상을 하면서 대개협 추천 위원을 배제한다는 건, 시민 모임을 한다면서 시민을 전부 빼고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해당사자를 전부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추진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번 일도 비슷한 경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협의 2019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참여가 결정되고, 수가협상단도 구성됐지만 협상장 안팎의 정치적 상황에 맞물려 또 다른 불안요소가 잉태됐다.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공급자단체장이 수가협상에 앞서 상견례를 진행한 지난 5월 11일,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의정협의 재개를 선언했다. 이날 최대집 회장은 김 이사장과 만난 이후, 자리를 옮겨 복지부 권덕철 차관을 만나 ‘더 뉴 건강보험’을 제안하면서 의정협의 재개를 선언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의·정협의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의협과 복지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화·소통해 나간다면 국민·의료계·정부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문 케어 절충안 도출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복지부와 회동을 가진 지 사흘 뒤인 14일이었다. 의협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대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인해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된 것.

여기에 20일 두 번째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진행되면서 의협은 가입자단체들과 정부 여당에게 일제히 비판을 받았다.

수가협상을 앞두고 벌어진 의협의 행보에 대해 건보공단에서 강경한 발언이 쏟아졌다. 건보공단 강청희 습여상임이사는 “현 의협 집행부의 주장이 과연 의사사회 전체의 인식과 판단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협상을 이용하는 것이 회원 전체의 동의를 받거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의 발언에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의협의 대표성을 지적하는 것은 13만 의사를 모욕하는 언사”라며 극도의 불쾌감을 표했다.

수가협상이 시작되기 전과 협상 초반에 불거진 몇 가지 불안요소들 중 결정적인 불안요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였다.

지난달 30일 의협은 건보공단과의 3차 협상을 진행한 후, 최대집 회장 주재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협이 선언한 것은 건정심 탈퇴였다.

최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적정수가 보장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번 수가협상에서 기본적인 인상률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어느 정도 인상을 통해 수가정상화를 위한 계획표를 제시해야한다”며 “오히려 작년보다 못한 수가예상폭이 나오는 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실질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2019년도 수가협상을 이따위로 할 수 있는지 의료계로서는 매우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협은 복지부와 건보공단의 무성의한 수가협상안에 대한 강한 항의의 뜻으로 30일자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다”며 “건정심 탈퇴는 고질적인 인적구성 불균형에 대한 규탄 속에 지난 4월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권고안으로 올라오기도 한 사안”이라고 선언했다.

수가협상 전부터 협상 보이콧, 협상장 안팎의 정치정 상황에 건정심 탈퇴라는 불안요소까지 더해진 의원급 수가협상은 ‘사실상 결렬’이라는 분석이 의료계 내에서도 쏟아져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가협상 시작 전부터 보이콧을 언급했고,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등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이 있었으며, 건정심 탈퇴까지 선언한 의협이 수가협상을 타결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협상 마지막날인 5월 31일 의협은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3차 협상 당시 의협은 7.5%의 수가인상률을 건보공단에 제시했는데, 그 이유는 현재 의원급 원가보전율이 60%대에 불과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수가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최소 30%의 원가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연 단위로 나눠 계산하면 최소 매년 7.5% 이상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이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했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몇 차례 협상을 더 진행했지만 건보공단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수치인 2.7%를 두고 의협이 반발, 협상결렬이 선언됐다.

여러 불안요소를 끌어안은 채 올해 수가협상에 임했던 의협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불안요소를 남겼다. 31일 협상 결렬된 후,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언론에 “건보공단이 2.8%를 제시해놓고 도장을 찍든지 아니면 말든지 하라고 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1일 공급자단체와의 2019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종협상 이후, 의협 측이 언론에 흘린 말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

강 이사는 “수가협상을 진행함에 있어서 절대 ‘(계약서에) 도장을 찍거나 말거나’라는 식의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의협이 우리가) 그런 표현을 했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건보공단에서는 가입자뿐만 아니라 공급자단체도 민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해를 살만한 발언이 전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의협이) 협상과정을 자꾸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올해 수가협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내년도 좋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며 “협상과정에서 건보공단에 많은 불만이 있었겠지만 이를 표현하는 것도 스킬이 필요하다.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가 의협 협상단의 발언을 두고 반박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내년 수가협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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