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던 의협 김세헌 감사에 대한 불신임이 ‘옳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아직 상고 여부가 남아있지만 김세헌 감사의 임기가 오는 22일 의협 정기총회까지이므로 더 이상 소송으로 다툴 이유가 없어진 것.
서울고등법원은 13일 대한의사협회 김세헌 감사가 의협을 상대로 제기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감사 불신임 결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한 것.
감사 불신임 결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김세헌 감사는 “의협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법원에서 다시금 올바른 판결을 내려줬다”고 밝혔다.
김 감사는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할 때 법과 정관, 규정을 위반한 결의는 결국 무효가 된다는 게 증명됐다”며 “대의원회가 좀 더 정관에 근거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잘못된 결정에 관여한 사람들은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의료계에서 한 발 물러나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세헌 감사 불신임, 시작은?
김세헌 감사의 불신임은 지난 2016년 9월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됐지만, 김 감사 불신임의 시작은 2016년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기총회에서 이동욱 경기대의원은 대의원 87명으로부터 불신임안 발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며 불신임안을 표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상 초유의 감사 불신임안이 올라오자, 대의원회는 혼란에 빠졌다. 감사의 불신임을 규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감사의 불신임을 인정한다면 의결 요건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논란이 됐다. 의협 정관에 명기된 불신임 의결조건을 살펴보면 ‘회장이 임명한 임원에 대한 불신임은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성립하고, 재적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 대의원이 감사의 불신임이 가능한 지와 의결요건에 대해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에게 자문을 구했고, 김 이사는 “정관에 따르면 임원에 대한 불신임 규정은 있지만 감사에 대한 불신임은 없다”며, “감사에 대한 신분보장인지, 입법 누락인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불신임 요건은 선출직 회장과 임명직 임원이 다른 만큼, 감사의 독립성을 감안할 때 선출직인 회장에 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불신임안의 대상이 감사단 전체인지, 김세헌 감사 개인에 대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어 감사 불신임 발의자인 이동욱 경기대의원이 “감사단 전체에 대해 불신임안이 올라간 게 아니라 김세헌 감사에게 해당한다. 87명의 동의로 발의됐다”며 규정대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논란 끝에 임수흠 의장은 “감사 불신임안이 사전에 접수되지 않고 현장에서 접수됐기 때문에 87명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정관에 언급된 부분이 없고, 발의여건과 통과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법률전문가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아봐야 한다. 요건이 된다면 임총 등 정해진 절차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기총회 이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김세헌 감사 불신임에 대한 법률자문을 구했다. 법률자문은 공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와 집행부가 별도의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구하는 형태로 진행했는데 두 곳 모두 ‘감사 불신임’ 의결조건이 재적대의원 2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2분의 1 찬성이라는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운영위원회는 김세헌 감사 불신임안을 임시총회 안건으로 다루는 안을 상정해 찬성 19, 반대 2로 의결했다. 의결기준은 법률자문 결과대로 재적대의원 과반 참석과, 출석 대의원 과반 찬성으로 결정했다.
◆김세헌 감사 불신임, 의결은?
김세헌 감사 불신임은 지난 2016년 9월에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됐다.
이동욱 대의원은 ▲의협 감사의 직위를 남용한 부적절한 행위 ▲하부 단체 감사 직무 중복 및 편향 감사 ▲윤리위 제소 남발 빛 고소고발 남발 등의 행위를 들어 총95명의 대의원 동의를 받아 김 감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이 대의원은 “추무진 회장이 면허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 회원들 기본권을 침해하는 동료평가제, 면허정지처분 강화 등 악규제를 전격 발표했고, 시도협의회장단의 강력한 반대까지 있었지만 이런 회무에 대해 회무 감사 보고에 어떤 문제점 지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68차 총회 감사보고서에 ‘일부 시도의사회의 대의원이 정관위반의 불법대의원’ ‘대의원운영위원회가 총회에 직접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정관위반’이라는 등 무려 10여차례나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명시, 사용해 대의원회의 명예를 대내외적으로 심각히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김 감사는 의협, 대한개원의협의회, 경기도의사회, 수원시의사회 등 4개 단체의 감사를 맡고 있다”며 “한 사람이 4개 단체 감사를 중복으로 맡는 것도 문제의 소기자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 감사를 하면서 해당 단체 전임 집행부에 대해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된 편향 감사를 해 신구 집행부간 심각한 갈등관계를 유발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감사는 “추무진 집행부의 문제점에 대해 감사보고서에 충분히 적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구체적으로 정관 몇 조 몇 항 위반인지 적시되지 않았다”며 “감사보고서는 감사단 4인이 각자 제출한 초안을 기초로 공동으로 작성해 총회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개인적인 감정으로 4인의 감사 중 1인을 특정해 불신임 발의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정관과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협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감사가 정관과 규젱어 따라 충실히 감사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명시한 것이 대외적으로 협회의 명예를 훼손해 불신임사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감사업무의 본질을 왜곡하는 모함”이라고 꼬집었다.
불신임을 발의한 이동욱 대의원과 김세헌 감사의 발언을 들은 대의원회는 바로 표결을 진행했고, 출석대의원 167명 중 찬성 106명, 반대 57명, 무효 4명으로 김 감사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됐다.
◆김세헌 감사 불신임, 1차전-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대의원총회의 결의로 불신임된 김세헌 감사는 곧바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효력정지’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가처분소송도 진행했다.
불신임 결의가 이뤄진지 석달 뒤인, 지난 2016년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소송에서 김 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원에 대한 불신임제도는 회원의 신뢰를 상실한 임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민주주의적 장치 중의 하나로, 이런 관점에서 불신임 사유에 대해 폭넓게 인정할 여지도 있다”고 풀이했다.
또 “감사업무규정 제3조에서 규정한 감사의 범위에 대의원회 및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협 대의원회는 감사원법 제24조 제1항, 제3항의 유추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규정들은 공무원 등에 대한 직무감찰의 범위에 대한 것으로 해당 사안의 감사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 참고할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보고서 중 문제된 부분은 ‘대의원회 내지 운영위원회가 한 행위에 대해 10차례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대의원회를 사실상 불법단체로 규정’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라며 “감사가 감사업무를 수행한 다음 특정 행위가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면 그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김세헌 감사가 대의원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됐음에도 무효인 불신임결의에 의해 감사 직무가 제한됐고, 잔여 임기 등에 비춰볼 때 본안소송에 의할 경우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불가능해 보인다”며 불신임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김세헌 감사 불신임, 2차전-총회 불신임결의 무효확인 소송
가처분소송에서 불신임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소송 이후, 진행된 본안 소송에선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까?
지난 2017년 8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김세헌 감사가 의협을 상대로 제기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대의원총회에서 내린 감사 불신임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면서 김 감사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의협 정관은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감사에 대해 정관에서 정한 불신임 사유가 있을 때 대의원총회 의결로 불신임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협 정관에 의하면 임시총회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등의 결의에 의해 의장이 소집하며, 개최 7일 전에 소집공고 및 통지가 이뤄진다”며 “의결정족수에 관해 특별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규범 해석의 원칙상 일반규정으로 돌아가 의협 정관 제19조 제1항에 따라 재적대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대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감사에 대한 불신임 사유는 의협 정관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감사보고서의 내용에 부실 등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의협 정관 제14조 제2항 또는 감사업무규정 제3조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세헌 감사가 감사보고서에서 집행부의 회무에 대해 충실한 감사결과를 보고하지 않은 측면이 있더라도, 이 같은 행위로 인해 회원의 일반적·추상적 권익을 넘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침해하거나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세헌 감사가 감사보고서에 대의원회와 관련 ‘정관위반’이라는 표현을 사용,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여러 법무법인의 법률자문결과를 기초로 작성된 내용으로 보인다”며 “관련 규정을 검토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 등의 사항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는 감사결과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의협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김세헌 감사가 의협 및 산하 단체 등 4개 단체의 감사를 맡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의협 정관에 회장, 상근부회장, 상근이사의 경우와 달리 감사의 겸직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이상 정관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며 “김 감사에 대한 불신임결의는 의협 정관이 정한 불신임사유가 분명하지 않거나,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뤄진 결의라 할 것이므로, 실체적 하자가 존재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김세헌 감사 불신임, 항소 결정은?
1심 판결이 내려진 이후, 의협은 항소 여부를 두고 집행부와 운영위원회 사이에 한바탕 갈등이 벌어졌다.
1심 패소판결 이후,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김 감사에 대한 소송에 대해 항소를 하기로 결정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운영위원회는 집행부에 최종 항소하기로 결정했고, 적극 대처하고자 한다는 내용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세헌 감사 불신임 소송 항소장은 지난해 8월 28일 제출됐는데, 문제는 불신임 항소와 관련된 안건이 상임이사회에 계속 부결된 것이다.
먼저 지난해 8월 20일 열린 상임이사회에는 1심을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을 소송대리인으로 하는 감사 불신임 항소 안건이 상정됐는데, 패소한 법무법인에 다시금 소송을 맡기는 것을 꺼려했고, 항소를 굳이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되면서 안건을 부결시켰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소송대리인을 찾아, 다시 안건을 상정했지만 8월 27일에 열린 상임이사회에서도 안건이 부결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송 당사자인 김세헌 감사는 “피고가 의협 추무진 회장으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이 항소하겠다며 상임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한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 생각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김세헌 감사에 대한 불신임 소송 항소심 여부가 상임이사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의결된 내용에 대해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불만을 표했다. 이제까지 상임이사회에서 변호사 수임건으로 번번이 소송 진행을 방해했었는데, 이번에 의결한 변호사는 중책을 맡기기엔 의심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임 의장은 “상임이사회 분위기는 1심에서 패소했는데 2심까지 굳이할 필요가 있느냐였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김세헌 감사 불신임은 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된 사안으로 집행부가 소송을 중단시킬 권한이 없다. 재판을 보면 1심에서 패소했다고 2심도 패소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1심을 맡았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2심을 맡기려고 생각한 법무법인에 비해 집행부가 선임한 변호사는 믿고 맡길만한 경력이 없어 솔직히 난감한 심경”이라고 꼬집었다.
◆김세헌 감사 불신임, 3차전-항소심과 그 이후
우여곡절 끝에 항소가 제기된 김세헌 감사에 대한 불신임 소송은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의협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감사 불신임 결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김세헌 감사는 “협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가처분, 1심 판결에 이어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며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할 때 법과 정관, 규정을 위반한 결의는 결국 무효가 된다는 게 증명됐다”고 밝혔다.
김 감사는 “정관상 불신임조항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불신임을 추진한 이동욱 대의원과 감사불신임에 대해 총회에서 의결하더라도 소송이 진행하면 패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안건으로 상정한 운영위원회, 그리고 대의원회 의장은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고 협회 위상을 떨어뜨리고 분열을 책동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회원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상고 여부다. 이에 김세헌 감사의 임기가 오는 22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까지이기 때문에 소송으로 다툴 이익이 자동 소멸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김 감사의 임기가 끝나도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임기가 끝난다고 해서 소의 이익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만약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다면 감사가 임기 동안 진행한 감사 활동의 효력에 대한 다툼이 생길 수 있고, 협회로부터 받았던 감사와 관련된 일체의 비용도 부당이득으로 다시 협회에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새 집행부와 새로 구성되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 의지에 따라 상고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의료계에선 새 집행부에, 새로운 대의원들이 선출되는 만큼, 지난 일은 이제 덮어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송의 근본 원인인 감사 불신임은 옳고 그르기 보다는 정치적 이유에서 이뤄진 거라는 건 의료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이 이슈의 당사자들은 이제 임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힌다면 그동안 감사 활동한 모든 걸 부정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계 화합차원에서 김세헌 감사 불신임 소송을 그만 둘 시기가 왔다”며 “새 집행부에선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