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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지 않는 옷" 환자안전법 반응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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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지 않는 옷" 환자안전법 반응 '싸늘'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6.03.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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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병원계 토론회. 개최..."현실적 불가능" 꼬집어

▲ 보건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환자안전법’의 하위법령 제정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댔다.

16일 오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령 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 2010년 빈크리스틴 투약오류로 정종형 군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14년 1월 오제세·신경림 의원이 각각 발의한 환자안전법안은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 제정 및 공포됐다.

환자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환자안전법’ 시행(7월 29일)을 앞두고, 법 시행규칙은 국가와 의료기관에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담았다.

오는 4월 5일까지 입법예고절차를 진행하는 해당 법령은 위원회와 전담인력 등을 활용한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학습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하고 환자를 보호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영훈 과장은 “위해사건 발생으로 연간 약 4만명이 사망하고 있고, 이 가운데 예방가능 한 사망은 약 1만 8000명”이라면서 “하지만 환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처벌 대상조차 불분명하고 입증의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이상일 부회장.
이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책임문제 등으로 사고에 대한 자발적 공개를 꺼려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히며 “환자안전사고는 불가피하게 범할 수 있는 실수인 만큼 이를 예방·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법령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정부는 법령 시행을 통해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전담인력 배치 의무화, 교육을 통한 전담인력 역량 확보, 환자안전에 대한 현황 파악, 국가차원의 환자안전사고 재발방지 체계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령 제정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환자안전법이란 말을 최초로 썼다”고 밝힌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이상일 부회장은 “수차례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이 없었는데 아마도 오늘이 최후진술이 아닐까 싶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몸에 맞지 않는 옷(환자안전법)이 만들어지고, 그 옷에 사람 몸을 끼워 맞춰야 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예고가 된 상황에서 관련 예산조차 확보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한 법인지 자괴감마져 든다”면서 “법안의 어떠한 조항도 병원계에서는 잘됐다고 반기는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어떤 것을 의무화하고, 어떤 것을 권고사항으로 할 지도 명확치 않아 이를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환자안전사고에 대한)의료기관 수준의 미시지표를 공표하면 환자안전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공개는 국가 수준의 거시지표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 또한 “환자단체나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법 시행에)기대를 가지고 있겠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겁을 먹을 수도 있는 법”이라며 “이상일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는 병원협회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
그는 “환자안전 전문인력 확충은 필요하지만 중소·요양병원에서 경력 5년 이상은 보직이 간호과장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력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전담인력 자격을 간호사의 경우 5년에서 2년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환자안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지방 중소병원은 외부인사 위촉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병원 간 중복될 수 있다”면서 “외부인사 위원 구성은 의무조항이 아닌 개별병원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왕준 이사는 중소·요양병원의 전담인력 확보 어려움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법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환자안전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건의료기관,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환자안전활동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지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며 “의료기관이 자발적이고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 확보와 교육에 대한 비용지원방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도 “(환자안전법에는)의료기관의 의무와 책임만 가득하고 정작 지원에 대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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