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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멀고 과제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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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멀고 과제는 많다
  • 의약뉴스
  • 승인 200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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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양면의 칼날, 의료기술평가제도(下)
복지부는 새해 의료기술평가제도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전망이다. 복지부가 "의료평가제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못박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아직까지 복지부가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제도 도입의 당위성에는 목청을 키우면서도 일면 의료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어쨌든 제도는 도입되고, 시행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시기와 절차가 문제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원만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또 한번의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편집자 주)

◇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의료기술평가제도의 전제는 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칭)로부터 출발한다. 복지부는 위원회의 설립근거 마련을 위해 먼저 의료법 개정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올해 4월 정기국회 이전에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몰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신년특집 中)한대로 위원회의 성격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 문제에서부터 평가주체가 누구냐 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의료법상 설립근거가 마련되면 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이를 지원하는 의료기술평가 실무지원단과 안건 별로 구성될 세부전문위원회도 꾸릴 계획이다.
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대상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 무엇보다 의료기술평가 결과를 내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평가는 그 자체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대해 먼저 짚어보자.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기술개발평가단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약 15인 정도의 의료전문가와 소비자, 정책담당자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성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결정이 도출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평가결과보고서 및 제안된 권고안을 참고해 의사결정 권한까지도 부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세부전문위원회는 평가대상 의료기술의 특성에 따라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는 각 안건별로 평가기간 동안 활동하게 된다. 특히 위원회는 임상관련 사항과 평가방법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평가과정에서 자문을 제공한다. 최종적으로는 평가결과 보고서를 검토하고, 권고안 작성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의료기술평가위원회 위원 가운데 1명이 세부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활동하게 된다.

실무지원단은 실질적인 의료기술 평가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세부전문위원회와 평가 프로토콜을 확정하고, 정해진 지침에 따라 선정된 논문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문헌고찰' 등의 평가방법으로 진행한다. 이어 평가과정의 세부사항은 모두 기록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평가에 필요한 의료기술에 관련된 정보의 수집, 관리 및 평가 사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하도록 한다.

지난해 1차 시범평가사업의 경우와 비교하면 'RFA 세부전문위원회'가 여기서 말하는 세부전문위원회에 해당하며, 실무지원단은 신기술개발평가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술평가제 2007년 실시"

복지부는 의료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단계별로 단계적 접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신기술개발평가단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큰 틀의 구상은 의료법 개정을 통한 근거마련→정부주도 또는 정부 재원으로 운영되는 기구 설치→의료기술평가 과정에 전문가 참여 유도→평가 과정의 합리성과 신속성 유지→임상시험 장려 정책과 연계 운영 등이다.

먼저 1단계(2003∼2005년)로 시범평가사업을 통한 의료기술평가의 수행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간암에 실시하는 고주파 열치료'와 같은 시범사업을 통한 의료기술평가제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간이다. 현재 2차 의료기술평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지부는 이 단계에서 의료법 개정 작업을 적극 추진, 의료기술평가를 위한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2단계(2006∼2009년)는 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운영하고 평가체계를 강화하는 단계다. 특히 의료기술평가제도가 본격 실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실시 시기와 관련 의료법 부칙 조항에 2∼3년 유예하는 조항을 넣을 생각이다. 이 기간 동안 의료계와의 세부 이견을 조율하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의료기술평가제도는 늦어도 2007년이나 2008년께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의료계도 평가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제도 도입과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술 평가라는 작업이 학문의 영역인데 제도로 편입시키려고 하느냐는 주장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평가방법이나 결과를 보면 모두 수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기술개발평가단의 1차 시범사업을 거론하며, "처음에는 자문에 참여했던 교수들이 회의적이었지만, 평가결과를 내놓은 후에는 결과에 관계없이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평가결과 활용방향에 '촉각'

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거친 평가결과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가 의료계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의료계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복지부의 판단은 조금 다르다. 평가결과를 충분히 홍보함으로써 평가결과를 통해 제공된 정보를 의료인과 환자,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위험도가 높거나 효과가 거의 없는 기술의 경우 평가결과를 공표 함으로써 이용억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측면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를 대상으로 급여인정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환자의 위급성이나 위험도를 고려해 제한적인 사용을 인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등 의료행위와 관련된 급여 결정을 다양화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선택권과 의료진의 수준을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의료계 역시 시술의 시행여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치료의 선택 및 적용과 충분한 정보에 효과적인 접근을 가능토록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치료의 지연 등을 단축하고, 치료방법 선택에 따른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의료계는 평가결과의 활용과 관련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의료평가제 도입 취지가 '부적절한 의료행위'의 퇴출과 맞닿아 있고, 결과적으로 강제규정을 두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개최된 '의료기술평가제도의 도입과 활성화 방안'이라는 토론회에서 고대 의대 안형식 교수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안 교수는 "의료기술평가 자료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부적절 의료시술을 제한할 것이냐"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부적절 의료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의료법에 강제조항을 삽입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학문적인 분야'에 정부가 간섭하는 형태를 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기술평가제가 도입되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생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이비 의료나 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은 시술이나 사이비 의료는 어차피 설자리가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술등록제나 '신의료기술 평가 의무화'는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한 시술은 어차피 퇴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절묘한 균형감각 필요

복지부는 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만큼 제도 활성화로 인한 기대효과가 높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먼저 효과가 불분명하고 위해한 의료기술의 확산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행여 제도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로 주춤거릴 경우 이 점을 무기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제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반박논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제도를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의료계의 각 단체별 영역이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평가방식이나 그 결과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또 평가자료를 보건의료분야의 의사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의료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평가 기반이 조성됨에 따라 평가결과에 따라 임상시험과 연계해 국내에서 개발된 의료기술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부가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의학발전의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지부가 임상시험에 대한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기술평가를 거친 항목에 대해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것은 의학발전과 환자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기술평가제도가 보는 관점에 따라 '양면의 칼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환자의 권리만을 강조할 경우 의료인이 안전하고 검증된 시술만 하게 될 것이고, 자율성과 창의성의 결핍을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의학발전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환자가 부지불식간에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누구나 검증된 시술을 받고 싶어한다"는 환자의 권리 측면과 "의학발전은 도전에서 출발한다"는 의료계의 창의성 측면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제도 도입의 관건이다. 이는 복지부와 의료계가 풀어나가야 할 난제 중의 난제다. 제도를 강화할 것이냐, 의료인의 양심에 맡길 것이냐의 문제는 "To be or not to be"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합리적 의견조율의 정점에서 "Eureka"를 외칠 수 있다면 복지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갈 길은 멀고 남은 과제는 많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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