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30 12:11 (화)
"현 新의료기술평가 문제 많다"
상태바
"현 新의료기술평가 문제 많다"
  • 의약뉴스
  • 승인 2005.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년특집〕양면의 칼날, 의료기술평가제도(上)
을유년에는 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그동안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 섣불리 공론화하지 못했던 복지부도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7월 이후 수면 아래에서 의료기술평가 시범사업을 진행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기술개발평가단에 새해 1억원의 별도 예산을 지원키로 한 것도 복지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의료계는 제도 도입의 총론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각론에서는 복지부와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당장 평가대상의 범위와 평가주체, 부적절 의료행위의 규제방식, 이에 대한 근거 마련을 위한 의료법 개정작업에서부터 마찰이 예상된다. 의약뉴스는 을유년을 맞아 일종의 '의료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기술평가제도를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의료기술평가제도, 90년대 말부터 논의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의료행위에 대한 국민의 욕구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일부 의료행위가 근거나 효과가 부족한 사례도 적지 않다. 또 일부 임상진료의 내용이 서로 다르거나 일관성이 없고,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자료 부족 ▲동일한 의료기술에 대한 각 학회 및 전문가 사이의 이견 ▲신의료기술 인정과정 지연 등 선진국에 비해 평가를 위한 제반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선진국의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1960년대부터 의료기술평가를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국민의 총 의료비 지출의 증가에 따라 특정 의료기술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의료기술평가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복지부가 서울대 의대 신영수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맡기면서부터다. 신 교수는 당시 '신의료기술 관리의 적정화 방안에 관한 연구'이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에는 현황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종류의 신의료기술이 의료제공자와 의료용구 및 의약품 수입·제조업자들에 의해 도입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이용실태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의료기술평가제도는 한동안 동면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 2003년 5월 신의료기술로 결정신청된 Needle TENS(침전기신경자극치료), IMS(근육내자극치료), IMNS(심층신경근자극치료) 등을 놓고 양·한방간 논란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의료기술평가제도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초 급여·비급여의 범주를 벗어난 의료기술 자체에 대한 의학적인 문제로 비화되면서 복지부 보험급여과에서 의료정책과로 업무가 이관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술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해보자는 목소리가 붉어졌고, 그해 7월 심평원에 복지부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신기술평가개발단'이 발족했다. 복지부는 그해 말 '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 2004년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신기술평가개발단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기술평가제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지난달 7일에는 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근거마련을 위한 법률자문세미나가 열렸다. 이어 15일에는 '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과 활성화 방안'이란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공론화작업에 착수했다.


◇"행위전문위 의료기술평가 능력 없다"

복지부가 추진중인 의료기술평가란 보건의료 분야에서 기존 연구자료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특정 의료기술에 대한 근거마련과 정책결정권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평가대상은 약제부분을 제외한 의사의 행위에 관한 것이 중심이다. 여기서 의사의 행위란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보편적인 진료로 확산되기 전 단계의 신의료기술로 보면 된다. 이는 건강보험법상 정의되는 급여·비급여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미결정 행위의 정의와도 차이가 있다.

신의료기술은 현재 건강보험권 내에서만 정의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제10조1항)에 따라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상 급여·비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행위'를 일컫는다. 환자에게 행위를 최초로 실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복지부장관에게 신청해 요양급여대상 여부를 결정받도록 규정돼 있다.

"복지부장관의 유권해석이 없는 시술에 대해 환자에게 본인부담을 시키는 행위는 임의비급여로 위법행위다. 따라서 의료인에게 신의료기술 인정 신청을 하려는 동기가 부여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인정이 되더라도 현재의 의료보험수가가 낮게 책정되는 점, 인정 신청한 기간 중에는 해당 시술에 대해 일단 의료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의료인들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위법인 상태에서 일단 환자에게 돈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아예 신의료기술 인정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보여진다."〔1999년 '신의료기술 관리의 적정화 방안에 관한 연구'(신영수 서울의대 교수)〕

현재 약제 및 치료재료는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거나 품목신고를 함으로써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사전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행위는 조금 다르다. 신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등의결정및조정기준'(복지부 고시 제2002-60호) 제7조에 따라 '의료법(제3조 및 제26조)의 규정에 의해 설립된 의료기관 관련단체 및 의료인단체, 단체가 지정한 전문학회 또는 의료법 제54조의2의 규정에 의한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했는지 여부'를 심평원장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신의료기술에 대한 결정기간이 150일이나 소요되는 등 비효율적이다. 특히 의료행위평가전문위원회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보단 주로 급여·비급여를 결정하는 기구로 활용돼 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평가위원은 총 16명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협회 등 의료계와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 관련학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행위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박효길 보험부회장조차 "위원회의 인적구성을 볼 때 전문성에 의한 판단보다는 일정부분 정책적 판단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한의사협회 양인철 보험이사 역시 "현재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행위전문위는 단순히 신의료기술에 대한 요양급여 여부와 상대가치점수만을 평가하는 선에서 머물러야 했다"면서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소지가 있는 의료행위라도 급여·비급여 외에 원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기술신청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혹은 전문적으로 합의된 장치가 없어 전문가 의견이 검증되기 어려운 맹점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관련단체나 학회, 중앙의료심사조정위원회 등에서 이를 확인해줄 수 있는 여건이 구비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신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위해 의료기술개발평가위원회 혹은 제3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복지부는 물론 의료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4년간 신의료기술 981건 인정

신의료기술 관련 규정이 적용된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행위전문위를 통해 검토된 의료행위는 총 1만5천705건(5천546항목)이며, 심의·의결된 항목은 5천531건이다. 이 가운데 기결정 행위가 아닌 순수한 신의료기술은 981건으로 약 17.7%에 그쳤다. 대부분 신의료기술은 2000년에 일괄 처리됐고, 2001년부터는 신청건이 대폭 줄어들었다.

복지부는 "현재 신의료기술 평가과정에서 처치행위에 대해 신청된 대부분의 기술이 기존 행위와 비교하면 임상적 유효성에 관한 근거가 미약한 경우가 있다"면서 "대다수는 기존 행위를 보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신기술평가개발단 이상무 단장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상시험의 기반이 취약하다. 심지어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의료행위가 신기술로 신청될 개연성도 있다. 어떤 경우는 환자에게 시술돼야 하는지 윤리적인 문제를 검토해봐야 하는 단계에서 신청되기도 한다."

이는 의학회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행위분류가 적절히 이뤄지거나 공식화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연히 미국의 표준의료행위(CPT)로 분류되지 않은 항목, 외국의 신의료기술 관련기관에서 평가되지 않은 항목 등 평가와 관련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행위가 신청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의료기술 신청과정에서 그 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직접 연관성이 있는 논문이 부족하고 제출된 근거논문 역시 연구방법상의 하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행위전문위의 역할이 의료기술 평가보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술 평가와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여부 및 상대가치 점수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구성되면 자연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첫 의료기술평가 실시 "긍정적"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는 첫 의료기술 평가가 나왔다. 심평원 신기술평가개발단이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했다. 평가대상은 비급여항목인 '간암에 실시하는 고주파 열치료(RFA)'였다.

신기술개발평가단은 평가에 앞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화기내과 1명, 외과 1명, 영상진단과 2명 등 간암을 세부 전공한 임상전문가로 'RFA 세부전문위원회'를 구성, 자문을 받았다. 시범평가는 '체계적 문헌고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국내 7건, 국외 28건 등 총 35건의 문헌을 검토했다.

평가결과 RFA는 다른 시술과 비교,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있고 종양을 괴사하는 효과도 높다고 신기술평가개발단은 평가했다. 복지부는 물론 신기술평가개발단도 이번 시범평가 결과에 대해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시범평가를 총 지휘했던 이상무 단장의 말을 들어보자.

"세부전문위원으로 위촉된 자문 교수조차 처음엔 '또 하나의 억제책'이 아니냐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평가 후에는 설혹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의 방법론에 수긍했다. 이번 결과는 향후 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의 초석이 될 것이다. 양심 있는 의사라면 이 제도를 절대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제도는 궁극적으로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복지부나 심평원에서도 평가결과를 정책결정 과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본다."

복지부는 일단 이같은 의료기술평가가 소비자와 의료계, 정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의료기술의 지침 ▲임상시험의 근거 ▲문헌정보 ▲급여결정의 근거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기술평가개발단은 지난 11월부터 '실시간 종합효소 연쇄반응 검사'에 관한 2차 시범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내년 5월경에 도출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2차 시범평가가 향후 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 과정에서 결정적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고 1억원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