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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C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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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C 파동
  • 의약뉴스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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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엔 때아닌 하얀색 비타민 C 파동이 일고 있다. 불로초를 구하는 진시황제처럼 변두리 약국까지 찾아다니며 만병통치약으로 탈바꿈한 비타민 C를 구하고 있다.

서울의 한 도매상은 두 달 동안 판매할 양이 이틀만에 동이 났으며 제약회사는 원료를 수입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지난해 12월 7일, 모 TV 아침 방송에 출연한 대학병원 해부학 교수의 하얀색 비타민 C 예찬론 때문이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구호가 무색하고, ‘약 좋다고 남용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며 시행되고 있는 의약분업의 취지가 낯부끄러울 뿐이다.
필자도 혈액 순환(循環)제인 토코페롤과 간장 해독제인 실리마린 예찬론자로서 각종 지면을 통해 기고하여 독자들의 큰 반응을 일으켰지만 필요한 양만을 복용토록 하는 정확한 복약(服藥) 지도(指導)를 빼놓지 않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

비타민이란 인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로 인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성분은 음식이나 영양제로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그 양은 극(極) 미량(微量)에 한한다.
한국 비타민 정보 센터는 최근 학회지를 통해 그 동안 60mg으로 통용되었던 비타민 C의 1일 권장량에 대해 호흡작용의 질병엔 178mg, 잇몸 질병엔 600mg, 백내장은 290mg 가 적당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일반적인 영양제에는 적정량의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어 이중으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굳이 1000mg 용량을 하루 10정 이상씩 복용해야 한다며 하얀색 비타민 C를 찾아 약국을 전전하고 있다.

약학대학 재학시절, 약의 복용(服用)량에 대해 강의하시던 어느 교수님은 인간이 밥을 먹지 않으면 죽지만 과식해도 죽는 법이라며 시험삼아 시계에 밥(태엽)을 많이 줘보라고 웃음 속에 뼈있는 말씀을 한 적이 있었다.

비타민은 물론 어떤 약이든 과잉 섭취하면 인체에 필요한 양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장기간 과잉 섭취하면 신장(콩팥)이 상하고 위장과 간장 등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용(常用)량을 훨씬 초과해 한 알에 1000mg 이나 되는 하얀 비타민 C를 식사 후마다 3~4정씩 복용한다는 모 교수의 메가 요법은 일시적인 치료로 그쳐야 한다.

비타민 C는 이미 70년대 초 피부 미용 효과가 과장되어 초등학교 어린이들 사이에 과자처럼 판매되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약이란 제대로 쓰면 명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약이 되는 법이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전문인들이 주관적인 학설을 매스컴에 흘리는 것도 문제지만 주변의 약사나 의사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무작정 과잉 섭취하려는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오래 전엔 만병 통치약 구연산이 인기를 끌더니 어느 날 엔돌핀 교수가 등장한 후로는 온 국민의 관심은 건강식품 쪽으로 쏠렸다. 동의보감을 주제로 한 TV 드라마가 방영된 후 시중에 매실이 바닥나고, 심장병에 좋다니까 아스피린과 포도주가 보약으로 변신할 정도로 ‘좋다고 하더라’는 소문만 나면 구하기 힘든 보물이 되고 만다.

그러나 보약인 녹용과 인삼이 독약이 되고 독약인 부자가 명약이 되듯 모든 약은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복용량과 복용법이 다르고 그에 따라 효능이 달라짐을 소비자들은 알아야 한다.

누군가가 매일 아침 빈속에 소주를 한 병씩 마시는 것이 자신의 건강 비결이라고 밝혔다고 해서, 육식을 절대로 안하고 선식(仙食)을 한 덕분에 장수했노라 자랑했다고 해서 너나없이 따라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이웃의 귀동냥을 듣거나 방송 출연자의 학설을 맹신한 나머지 약을 식품처럼 오. 남용한 후의 피해는 자신의 몫일 뿐 아무도 보상해 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유명한 교수가 TV에 출연해 ‘뱀, 개구리, 지렁이, 굼벵이, 메뚜기, 참새, 까치, 곰쓸개도 좋지만 정력에 가장 좋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바퀴벌레 튀김과 쥐꼬리 구이를 못 따라간다’는 한마디를 던진다면 그땐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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