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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 그리고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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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 그리고 부작용
  • 의약뉴스
  • 승인 2004.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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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자기 부인이 통 음식 맛을 못 느끼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PPA 성분이 든 감기약을 복용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내용이다.
콧물 감기이든 말든 광고의 유명세를 믿고 스스로 처방을 내리며 오랫동안 애용해 온 약이건만 PPA 파동이 터지자 잘못되는 것은 모두 조상 탓으로 돌리고 있다.

PPA는 ‘페닐푸로판올아민(Phenylpropanolamine)’의 약자로 이 약물을 복용하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비충혈 제거와 함께 콧물 감기가 치료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출혈성 뇌졸중의 우려는 혈관수축의 약리 작용 때문이다.

1996년,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출혈성 뇌졸중 유발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미국 FDA는 2000년 11월부터 제약 업체들에게 우리나라처럼 ‘강제 리콜’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다른 성분으로 PPA 성분을 대체하라고 권했지만 이 마저도 워싱턴대, 하버드대 등에서는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11월, PPA 성분 약품에 대해 제조, 수입,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지하라고 권고했으며 2001년 1월부터 일부 제약사들은 대체 성분으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식약청은 2001년 7월, PPA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와 1일 최대 복용 량이 100mg 이상인 감기약은 사용을 중지시키고 낮은 용량이 함유된 감기약에 대해서는 ‘뇌졸중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표기토록 하며 제약회사로 하여금 연구토록 했다.

미국에서 4년 7개월이 걸린 연구를 2년 4개월에 끝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식약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받은 후 전격적으로 회수 및 판매 중지 결정을 발표했다. 16대 국회의 국정감사 때마다 메뉴로 올라 온 PPA 이었지만 그동안 언론에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기에 부담 없이 2일을 앞당겨 발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복지부, 제약회사와 약사회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토요일에 발표하므로 써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이유로 그간 쌓아 온 공은 지워지고 오히려 부작용의 의혹만 키운 꼴이 되었다.

PPA의 부작용은 언론의 보도처럼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지난 8월, PPA 함유 감기약에 대해 자체 연구 조사를 하지 않고 올 2월말까지 ‘슈도에페드린’ 성분으로 대체하도록 지시했을 뿐 ‘수거 후 폐기’조치까지는 내리지 않았다.

또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가에서는 지금도 PPA를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에서는 안전성을 검토 중에 있다.
PPA 성분은 복용 후 몸에 축적되지 않고 바로 배설되므로 과거에 이 약을 3일 이상 복용했다 하더라도 5일 정도가 지나면 체내에 잔여 량이 없기 때문이다.
매스컴의 보도처럼 PPA의 부작용이 심각했다면 소비자들은 50년 동안 애용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작용의 의혹을 확대한다면 이 세상엔 안심하고 복용할 약도 음식도 존재할 수 없다. 쌀밥을 과식하면 비만증, 고기를 자주 섭취하면 동맥경화증, 과음은 억제중추가 마비되어 추태를 부리는 정신분열증과 고혈압을 유발시키며, 담배는 폐암과 발가락이 썩는

‘버거씨’병을 유발시키므로 모두 수거해 폐기시켜야 한다.
또한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모두 해로운 약물은 아니다. 비아그라는 심장병 치료제 부작용의 산물이다. 항생제는 위장병을 악화시킨다며 위염환자에게는 복용을 절대로 금지시켰지만 ‘아목시실린’은 위염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테리아’ 치료약이라는 연구 발표가 난 후 만성 위염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해열진통제로 장기 투약하면 위염을 유발시킨다는 ‘아스피린’은 100mg 함량으로 제조되어 심장병 예방약으로 처방되고 있다.

항암제 치료제는 탈모, 오심 구토 등 전신의 부작용이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한 가닥의 소망이기에 수거 폐기하지 못하고 있다.
똑같이 생선이나 과일을 먹어도 유독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 있고 함께 생선회를 먹어도 비브리오 패혈증은 간이 약한 체질에만 감염되어 생명까지 빼앗는다. 이처럼 같은 약이라도 부작용은 환자의 체질에 따라 경중의 차이가 난다.

또한 덱스트로메트로판과 카리소프로돌 제제는 기침 가래약으로 뛰어난 효능을 자랑하는 일반약품이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관리가 까다로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었다. 인체에 해로운 부작용이 있어서가 아니다. 일부 청소년들이 한 번에 수십 정씩 복용한 후 환각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퇴임한 식약청장이 밝혔듯이 인체에 해로운 부작용이 있는 약은 PPA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약의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PPA보다 위험한 약이 어떻게 소비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명세를 타며 행세를 하는지 의아스런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모 교수가 TV에 출연하여 1000mg 함유 비타민C를 1회에 10정씩 복용하라고 했을 때 시청자들은 이성의 판단을 잃고 00제약의 흰색 비타민C를 선호하여 원료가 동이 나기까지 했다. 당시 위장장애와 혈뇨를 호소하는 부작용은 PPA 부작용 이상이었다.

반면에 자신이 오랫동안 복용해 오며 눈에 띄는 효력을 보아 온 약도 언론에서 ‘인체에 해롭다’는 발표 한 마디만 하면 배신감을 느끼며 치를 떤다. 우리는 이런 냄비 근성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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