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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다름없는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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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 다름없는 도박
  • 의약뉴스
  • 승인 2008.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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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란 요란한 간판이 처음 내걸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만화영화‘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상영하는 소극장이거나 수산물 전문 식당인줄 알았다.

설마 참신한 386세대가 개혁을 부르짖는 현 정부에서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장을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권장할리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다이야기’는 2004년 12월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짧은 기간 내에 전국 15,000 여 성인오락실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했다. 그동안 770만 원짜리 게임기 45,000여 대를 판매하여 3,465억 원의 매상을 올렸으며 작년 한 해만도 1,215억 원의 매출을 올려 16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의 발표에 의하면 21일 현재 인천지역에서 성업 중인 게임장은 300여 곳으로 추정되며, 이번에 문제가 된 `바다 이야기'는 38곳이 있다고 한다.

또한 올 상반기 `사행성게임장' 단속을 벌여 불법 개·변조 및 환전행위 등 449건을 적발, 12명을 구속하고 593명을 불구속했다고 한다.

업종별로는 성인오락실이 288건, 사행성 PC방은 53건이었으며, 유형별로는 경품취급위반이 129건, 무등록영업이 109건, 도박·사행 및 환전행위가 46 건이었다.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시장의 규모가 2003년에는 3800억 원이었으나 올해는 28조 대를 넘을 것으로 보아 마약에 중독되듯 도박에 빠져드는 국민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 같다.

마약이 무서운 것은 한번 맛을 들이면 패가망신할 때까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데 있다. 도박도 마약과 다를 바 없다. ‘바다이야기’ 경험자들은 ‘한 달에 4-5명이 250만 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그 주인공이 자신일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있다고 한다.

도박 중독자들은 1만원을 투입한지 5-7분 만에 원금을 잃고도 다시 반복해 결국 하루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쩌다가 50만 원 이상의 횡재를 맛보기도 하지만 더 큰 행운을 위해 재투자하기 때문에 잃기만 할 뿐 소득이 없다.

지금도 전국 1만5천개 성인오락실에 엄청난 숫자의 게임기가 노력의 대가보다 한탕주의로 국민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이처럼 성인오락실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한 것은 2002년,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별 어려움 없이 개업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바다이야기’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2만원이 한도인 최고당첨 제한액수를 125배인 250만 원까지 초과해 당첨될 수 있게 하고, 최고한도액 잔여점수가 내부 기억장치에 누적되게 하는 등 프로그램을 조작했기 때문에 도박꾼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게임기 스위치 위에 라이터나 재떨이를 올려놓아도 돌아가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한 번에 수십 대의 게임기에 투자할 수 있는 연타(연속) 기능도 문제이다.

소위 그들 업계에서‘예시’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은 화면의 바다 속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순간 요동치는 상어나 고래의 꼬리지느러미가 나타나면서 물고기들이 짝을 맞추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행운의 주인공에 당첨되는 비율은 거의 없고 대박이 터질 것 같은 기대감과 사행심만 안겨주므로 써 온 종일 자리를 뜨지 못하도록 유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십만 원을 잃게 된다.

그 결과 웬만한 규모의 오락실을 개업하면 한 달에 1억을 버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지난해 8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행된 경품용 상품권의 액수가 26조 원에 이르고, 상품권 위조를 막기 위해 지정된 19개의 상품권 발행업체 중 한 곳은 6개월 만에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보도도 있다.

영화 감상, 독서 등 문화계를 활성화시키고 국민들을 유식하게 만들기 위해 성인오락실 경품까지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으로 유통시킨다는 정부의 배려에 배고픈 예술인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당첨자들은 10%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현금으로 할인하는 소위 ‘깡’시장만 활성화시켰다.

결국 ‘바다이야기’는 관련 업자들의 배만 불렸을 뿐 이 사회에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계층에 이어 ‘도박 중독자 층’을 새로 조성했다. 또한 사행성 조장 파문을 떠나 정치문제로 비화되어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다.

‘바다이야기’의 의혹은 사정당국에서 진실을 가려 줄 것이라 믿는다. 만에 하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고, 조국과 국민을 망국병인 도박의 수렁에 빠트린 장본인이 밝혀진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전례가 된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민들에게 마약까지 판매하는 매국노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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