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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솔로몬 왕과 의약품, 그리고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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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솔로몬 왕과 의약품, 그리고 약사
  •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승인 2022.07.13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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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구약성서에는 지혜로운 왕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나온다.

두 여인이 서로 한 아이의 어머니라고 주장하자 솔로몬 왕이 지혜로 아이의 진짜 어머니를 찾아주었다는 이야기다.

아이의 진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솔로몬 왕이 주목한 것은 아이를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진짜 어머니에게서는 아이를 아끼는 일관된 태도가 드러나 쉽게 명판결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솔로몬 왕 조차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난제가 나왔다. 바로 약사가 과연 의약품의 관리 전문가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약사가 의약품의 관리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약사회가 최근 발생한 사건들을 대하는 모습은 이 같은 주장을 궁색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약 배달을 비판하는 집회에 모인 약사들은 "자식같이 소중한 의약품이 공산품처럼 배달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약사를 통한 약 전달은 꼭 지켜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약사회는 화상투약기를 통한 일반의약품 판매를 막기 위해 대통령실 앞에서 열었던 대규모 집회와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도 의약품의 관리 전문가는 약사이고, 약은 약사를 통해서만 전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약사회는 의약품과 관련해 최근 벌어진 한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충북 제천시에서는 코오롱제약의 전문의약품 코미플루가 어린이집 아동들에게 처방전 없이 배부됐다.

이에 대한약사회를 필두로 한 약사들은 이 사건을 명백한 의약품 관리 참사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후 구체적인 행동은 없었다.

조사에 나섰던 식약처와 복지부는 사건 발생 2개월 뒤, 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제약사와 봉사단체 모두에 권고만을 내리고 모든 조치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제약사가 기부한 의약품이 제대로 된 관리체계 없이 봉사단체를 거쳐 어린이들을 통해 가정에 도착한 심각한 일이 고작 권고로 마무리된 것이다.

코미플루 사태에 대해 의약품 관리 참사라고 비판했던 약사회는 정부의 권고처분에 대해 어떠한 논평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또한 코미플루 사태에 연관된 봉사단체에 전ㆍ현직 대한약사회 임원이 이사와 고문 등으로 재직 중인 사실에 대해서도 어떠한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시 솔로몬 왕의 재판정으로 돌아간다면 약사회에는 이런 질문이 날아들 것이다.

“과연 한치의 부끄럼 없이 약사가 의약품 관리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업체와의 이권 다툼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약품 관리를 약사가 맡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재판정에 앉은 솔로몬 왕은 코미플루 사태에 대처하는 약사회의 모습을 보며 쉽게 판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의약품을 대하는 약사회의 표리부동한 모습에는 아이를 위해 울부짖던 어머니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솔로몬의 재판정의 재판관은 국민이다. 약사회는 재판관들에게 의약품을 소중히 여기고, 관련된 모든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밥그릇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는 의심의 시선이 아닌 의약품의 관리 전문가로서 약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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