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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 위기, 새로운 원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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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 위기, 새로운 원리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7.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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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교수..".도덕적 권위 무너져,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로 국제보건에 대한 협력의 도덕적 권위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팬데믹 상황에서 다함께 극복한다는 개념보다는 고립주의, 자국중심적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 

이에 새 원리를 제시해 도덕적 권위를 키우고, 시민이 국제보건의 또 다른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지난 8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국회 국제보건의료포럼이 개최한 함께 ‘포스트 코로나시대 보건의료 ODA의 국제협력과 연대 강화’를 주제로 창립 15주년 기념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과 연대’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지난 8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창립 15주년 기념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과 연대’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지난 8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창립 15주년 기념포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과 연대’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의 발생과 유행을 살펴보면 개별 국민국가가 각자도생 식으로 팬데믹에 대응하는 상황은 역설이자 모순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세계적, 지구적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현실은 국가별 대응, 고립주의적이고 자국 중심적 경향이 뚜렷해졌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전 지구적 코로나의 영향이 더 컸는데, 사회경제적으로 교역과 외국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국제적 협력과 연대, 교류, 상호의존이 아닌 각 나라가 각자도생의 원리에 의존할 때 큰 피해를 넘어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팬데믹은 국민국가와 국제사회 사이의 긴장을 피할 수 없고, 팬데믹 특성상 한 국가의 종식이 성립될 수 없다”며 “어느 나라보다 백신 접종이 빨랐지만 변종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새 도전에 직면한 영국이 대표적으로, 저소득국가까지 고려하면 글로벌과 지역 수준의 협력과 연대가 중요하지만, 기존 국제체제의 무력함이 드러난 지금 새 협력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시대를 ‘뉴노멀’이라고 일컫는데, 코로나19 이후의 국제협력과 국제보건 역시 ‘뉴노멀’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체제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실현되면 새 국제협력과 국제보건은 각 국가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반영할 공산이 크다”며 “국제협력의 다양한 동기 중 설득력이 높은 것은 ‘현실주의’로, 이는 국제협력이나 국제보건의 윤리적 근거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참여와 실천은 각 나라의 이해에 기초한다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건강과 보건을 둘러싼 국제협력의 원리는 현실주의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국제보건의 전통은 현실론과 많이 떨어져 있는데, 많은 행위자가 동의하는 국제보건의 핵심사치는 국내, 국제적 건강불평등을 줄인다는 것”이라며 “건강 형평성은 인도주의의 본질 또는 근본 동기와 완전히 부합하는 것으로, 국제협력의 현실론은 이러한 지향성을 설명하기 어렵다”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불평등한 국제질서를 드러낸 것은 ‘백신’과 ‘치료약품’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 자원 중 약품과 백신은 이윤창출과 자본축적이라는 목표로 하는 국제적 제약기업과 자본이 개입하는 일이 흔하고, 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에서 이를 둘러싼 정치경제는 필연적 국제와 국내불평등을 초래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 약제도 기업의 동기와 이해관계가 작동하기는 마찬가지로, 기업과 자본의 논리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 후,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도 국제 정치경제와 무관하지 않는 중요한 과제로, 개발ㆍ생산ㆍ배분의 전체 과정이 시장논리에 충실할수록 국가 간 불평등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자원배분은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책무성에 연관된 중요한 정치적 실천으로, 한 국가 안에서배분을 결정하는 원리의 정치적 토대가 없으면 팬데믹과 같은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국제협력과 연대는 불가능”이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길게 2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므로 이후 국제보건 거버넌스가 어떻게 회복하거나 변할지에 대해선 불확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ㆍ경제적 권력과 기술적 영향력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도덕적 권위’는 상당부분 상실했다”며 “국가 간 불평등을 줄인다는 국제보건의 이념이 현실 앞에 무력했기에 단기적으로 ‘현실론’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창엽 교수.
▲ 김창엽 교수.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국가 간 경쟁체제에 편입해, 국제보건의 거버넌스도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백신과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팬데믹 대응이 국제 정치경제의 이해관계에 연동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국제보건은 이런 현실 국제 정치경제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실과는 다른 차원에서 국제보건의 새 원리를 찾고, 정립하려는 노력도 나타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무력함이 증명됐지만, 역설적으로 국제보건이 강화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팬데믹이 드러낸 국제보건의 과제는 전략, 기술, 방법 등에 대한 것으로, 국가 간 협력 범위와 방법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 국가 간에서 보건체계 강화와 다분야 협력의 과제의 우선순위가 높다. 일례로 저소득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는데 국제협력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국제개발협력으로서의 국제보건이 구권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에 쉽게 ‘국내 정치’로 편입된다는 것도 국제보건이 맞이한 도전”이라며 “국제개발협력은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정치적 책무성의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 활동으로, 특히 국내 정치적 토대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 ‘우리도 어려운데 다른 나라를 돕느냐’는 국내 여론의 영향을 받고, 정보는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책무성 구조와 현실은 ‘시민’이 국제보건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한다”며 “국가권력이 주도하는 자국 중심주의나 비민주성을 견제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로, 이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는 세계 수준과 범위의 공공성, 즉 세계 시민이 실천해야 할 ‘민주적 공공성’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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