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코로나19 환자 증가세가 확산되자, 정부는 사실상 ‘4차 유행 초입’을 인정하고, 오는 14일까지 수도권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료계 내에선 ‘예정된 수순’ 이었다면서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우려한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15만 2753명으로 전일 대비 1212명이 증가했다. 격리해제는 12만 1500명, 격리 중인 환자는 9220명, 사망 환자는 2033명이다.
특히 7월 6일 746명이었던 일일 확진자 수가 하루 사이에 두 배 가까이나 되는 1212명으로 급증했으며, 서울의 경우엔 6일 보다 583명이 증가해 4차 대유행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수도권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는 14일까지 연장함과 동시에 5인 이상 사적 모임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현재와 같은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새로운 거리두기의 가장 강력한 단계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의료계 내에선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조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가 7월 1일부터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함과 동시에 사적 모임 금지를 7인으로, 영업제한 시간은 12시로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의료계 내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7월 방역 완화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교수는 “연구팀은 7월 방역완화가 급격히 이루어질 경우의 예상 확산 곡선을 지난 5월 29일 제시했다”며 “현재 유행 추세는 1달전 예측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으며, 이 상태 그대로 방역이 완화될 경우 급격한 유행 확산이 예상된다. 이 예측은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가정을 포함하고 있기에 더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7인으로, 영업제한시간이 10시에서 12시로 연장되고, 각종 업장의 영업이 재개되는 개별적 조치가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면서 마치 7월부터는 과거로 거의 돌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방역 성과의 핵심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인데, 이러한 신호는 실질적인 방역완화 정책 시행 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연령층 접종으로 확진자의 연령층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사회적 활동성이 더 높은 인구집단에서의 특수 발생율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확산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더구나 20~50대는 아직 충분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 7월로 예정된 개편된 사회적거리두기 적용과 방역완화는 너무 빠르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예정된 방역완화조치를 최소 몇 주 간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SNS를 통해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이뤄졌고 최근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줄었기 때문에 방역 방법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50대 이하 연령층에서도 고위험군은 얼마든지 있으며 젊은 연령층은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기저질환을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유행이 커져서 유럽이나 미국처럼 하루 확진자가 수천 명씩 발생하면 백신 접종율이 낮은 우리나라는 위중증 환자의 절대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겹치면 재앙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방역 방법의 변경(완화)은 확진자 발생이 안정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상황, 즉 백신접종율이 충분히 올랐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사출신 국회의원인 신현영 의원도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연기는 아쉽지만,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당장의 아쉬움은 곧 맞이할 희망을 위한 인내와 준비의 시간으로, 지금 이 고비를 잘 넘겨야 우리 사회가 큰 혼란이나 대가를 치루지 않고 코로나19 출구전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1000명을 넘어 또 한 번의 대유행을 예고하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권고문을 통해 정부의 ‘원칙없는 거리두기 완화’를 비판했다.
특히 의협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보류 ▲백신접종과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 ▲집단면역을 위한 백신 접종 원칙 ▲공식적인 전문가 단체와 협의 등을 권고했다.
먼저 의협은 백신 접종률이 미진한 단계에서의 성급한 거리두기 완화는 신중하게 결정돼야하며, 전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자가 증가추세인 만큼 더욱 철저한 거리두기와 방역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또 낮은 백신접종률과 감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야외에서는 불특정 다수와 마주칠 수 있는 만큼, 백신접종 여부와 실내외 구분 없이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특히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율은 10%, 1회차 접종 완료율은 30%로 대다수의 국민이 코로나19에 면역이 없는 상태”라며 “연령에 관계없이 만성질환자에 대한 예방접종을 우선 시행하고, 철저한 방역과 백신 접종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집단면역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정부의 방역지침 및 백신접종 추진 정책에 공식적인 의료전문가 단체인 의협과 긴밀하게 상의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를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 시도의사회장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60%가 돼야 방역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접종률은 30%대 수준”이라며 “정부의 섣부른 방역 완화 조치는 또 한 번의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방역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국민에 대한 메시지 전달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면서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거리두기 역시 장기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서민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국민도 불편을 겪게 되면서 사회적 피로도도 증가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따라서 방역과 일상을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노력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6월말까지 고령층 등 1300만명에 대한 1차 예방접종이 완료되는 시기를 선택, 코로나19 위험도가 낮아짐과 동시에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로 재편해 조금 더 일상 회복 쪽에 방점을 찍고 접종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면서 예방접종을 가속화하는 체계를 고안했다”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회에 설명하면서 체계를 이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런 과정 속에서도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지나치게 이완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 드리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함께 당부 드렸다”며 “현재 유행 상황을 볼 때 정부의 메시지 전달이 좀 더 효과적으로 전해져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일상 회복과 방역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이는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방역적 긴장감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보다 엄정하고 관리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에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