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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의료현장 고민 반영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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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의료현장 고민 반영못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1.0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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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하 대변인, 과학기자대회...만성질환ㆍ재진 조건도 의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원격의료, 프레임에 갇혀 진행 전무...건설적 방향으로 논의 필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비대면진료에 대해 ‘의료현장의 고민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에서 내세운 지대면진료의 조건인 ‘만성질환, 재진환자’도 의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지난 5일 ‘2020 과학기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시국임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원격의료의 다른 이름, 비대면진료에 대한 고찰’이란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14년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했을 때 의료계에서 크게 반발했고 그해 3월 10일 집단휴진까지 불사했다. 이후, 의협은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에 관한 KMA POLICY’로 정리했다.

▲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겸대변인은 ‘2020 과학기자대회’에서 ‘원격의료의 다른 이름, 비대면진료에 대한 고찰’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겸대변인은 ‘2020 과학기자대회’에서 ‘원격의료의 다른 이름, 비대면진료에 대한 고찰’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에 관한 KMA Policy를 살펴보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에 비해 의료행위의 안전성을 해치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및 일차의료기관 존립기반의 붕괴, 의료시장의 혼란 등을 초래해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이 자명하므로 강력히 반대한다’로 되어있다.

특히 원격의료 중 원격진료에 관한 논의는 국민의 건강 및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산업계의 요구, 투자확대, 경제적 효용성을 우선적으로 고려, 추진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그러나 2014년 당시 의료계와 함께 원격의료를 반대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되어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당혹스러워하는 상황. 이에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기존 원격의료 반대하는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는 ▲비대면진료 자체의 한계(직접진찰 불가) ▲진료의 높은 난이도(안전성)과 그로 인한 법적 분쟁 가능성 ▲국내 현실과 맞지 않음(높은 의료접근성) ▲의료전달체계 붕괴 가속화(중소병원, 의원 몰락) ▲극단적 영리추구행태 등 부작용 ▲사회적 의료비용 지출의 증가 등이다.

정부와 국회는 ▲대면진료에 대한 보완수단 ▲높은 난이도에 대해 추가적인 보상 ▲법적인 면책 논의 ▲코로나19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한정 ▲초진이 아닌 재잔 환자로 한정 ▲급성질환이 아닌 만성질환(고혈압, 당뇨병 등)을 대상 ▲노인, 거동불편자, 의료취약지 대상 ▲병원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등으로 비대면진료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

김대하 대변인은 “원격의료 중에서도 비대면진료에 대해서 몇 가지 조건을 한정하면 의료계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는 조건들이 있다”며 “하지만 실제 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서 보기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2월 대구ㆍ경북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정부는 2월 24일부터 전화를 통한 환자 상담과 처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며 “해당 시점을 돌이켜보면 환자들은 함부로 외출해 코로나19에 걸리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코로나198 환자의 증상을 확신할 수 없어 환자 방문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3달 동안 총 26만건의 전화상담으로 진료가 이뤄졌고, 만족도가 높았으며 우려했던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박능후 장관도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비대면진료에 대해 속도를 내겠다고 발언했다”며 “다만 지금 시점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남아있는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전화로 진료를 받는 게 유효한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시점에는 전화상담이 도움이 됐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게 된 시점에서도 전화나 온라인으로 진료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고민해봐야한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여기에 김 대변인은 정부와 국회에서 말하는 비대면진료의 만성질환, 재진환자 한정이라는 조건에 대해 의료현장의 고민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 못하거나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약만 먹으면 괜찮은 병이라고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며 “많은 분들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들은 약만 먹으면 되니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 받고 약만 처방받으면 되는 게 아니냐고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만성질환들은 증상을 느끼기 어려운데, 약을 빼먹거나 치료를 안 받아도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부분 합병증이 생겨 병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질환의 특성 때문에 관리를 간과하는 환자들이 많고, 약을 먹는 환자들도 합병증에 대한 진단을 게을리 하거나 진찰을 통해서 이를 찾아내는 걸 소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만성질환은 환자가 심각성을 자각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가 설명하고 설득해야하고, 검사를 유도해야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가능하느냐 이게 현장의 의견이라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재진의 경우도 건강보험에서 보는 재진과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재진이 차이가 있다”며 “건강보험에서는 병원에 온 간격과 상관없이 치료 종결되지 않는 환자를 재진환자라고 본다.  만성질환의 특징은 완치가 되지 않고, 완치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성질환으로 진료중 다른 상병이 발생해 내원, 진찰시 만성질환에 대해 진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가 종결된 것이 아니고, 진찰은 기존의 질환 상태를 감안해 이뤄지는 것으로 기존 질환에 대한 처방 등이 없었더라도 재진진찰료로 상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초ㆍ재진 기준이 복잡해서 국감에서 개선될 문제라고 지적됐지만 개선이 안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령이나 만성질환자들은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면 이를 이용할 환자들이지만 환자 치료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 입장에선 대면해 환자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나 화상으로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의사가 지시하고 환자가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지속적으로 개입해 설득하고 설명하고, 필요하면 환자와 갈등을 초래하면서까지 끌고 가야 한다”며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현장의 고민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건설적 논의 필요한 시점

▲ 패널토의에선 프레임이 씌워져 있는 원격의료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패널토의에선 프레임이 씌워져 있는 원격의료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선 프레임이 씌워져 있는 원격의료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천대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 이언 단장(신경외과 교수)은 “10여년 전에 KT와 함께 전용선을 이용해 원격진료를 시도했지만, 사회분위기나 기술 수준이 충분하지 않아서 많은 제약이 있었고 실패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다시 한 번 원격진료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원격진료냐, 아니냐, 비대면이냐, 대면이냐는 프레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의사가 환자를 보는데 있어, 중요한 건 진료의 질, 접근성, 비용인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안되고, 비대면에 대한 논의만 무성하다”며 “프레임에서 벗어나 앞으로 우리가 진료의 비용, 질, 접근성에 대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토론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외래환자의 3분의 1을 비대면으로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된다”며 “사전 준비가 많아지고, 환자 진료시간도 길어져 진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밤낮 가리지 않는 환자들의 연락은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만 비대면진료 덕분에 약사, 간병인과 대화를 하며 진료를 할 수 있게 됐고, 환자와의 관계가 좋아졌다. 이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혼재돼 있다”며 “우리사회의 트렌드가 비대면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 비대면진료를 회피할 필요가 없다. 잘 준비해서 우리 사회에 알맞고, 사고 없는 비대면진료가 하나의 옵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산업 입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의료 논의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점프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여러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는 주시하고 있다. 학자들은 한국의 성공적인 대처능력 등을 주시하면서 기존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오피니언 리더와 같은 전략을 짜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원격의료가 의료자체만의 행위로 한정되지 않고, 여러 산업적인 기회가 있다. 결과물들로 국민들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원격의료 해야 한다, 말아야한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 협의점을 찾아 하나씩 완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국에서도 원격의료, E헬스에 관련해 도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은 파격적인 규제완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보다는 목표점을 가지고 양보할 수 있는, 원격의료로 많은 논의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송승재 회장(라이프시맨틱스 대표이사)은 “원격의료의 경우 산업화 논리 프레임이 있다”며 “비대면진료, 원격의료도 의료인이 제공하는 것으로 산업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비대면으로 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 외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비대면 자체가 산업화되겠다는 것은 어려운 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산업적 파급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같이 생산과 소비를 경험하는데 있어서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의료는 시장으로만 보면 200조가 넘어가는 규모로, 재원 자체가 유통되는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다”며 “다만 그 자체가 산업화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논의에서 같은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면진료,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 프레임을 반응이 좋고, 효용성 검증이 된 비대면진료에 대해서 선택권을 제한하지 말고, 이해관계자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자로 바꿔야한다”며 “건보 체계와도 연결돼 있는데, 지금까진 의료인들을 압박해서 건강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진행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코로나19에 발생하면서 문제는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이라며 “의료인간의 원격의료는 허용됐지만 의사-환자 원격의료가 허용 안되는 구조가 계속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한된 범위에서 법률을 통해서 원격의료를 허용해야한다”며 “시범사업을 제대로 해 원격의료를 더 이상 뒤로 미뤄선 안 된다. 최근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에 원격의료가 진척이 너무 느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환자단체에서는 원격의료를 추진해야한다고 본다. 예전에는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이제는 시기가 더 늦어선 안 된다”며 “우선 법률 개정을 통해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여러 혼란에 대해선 논의를 해나갔으면 한다. 지리적 제한이 있는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안정적으로 법적 장치에 따라 원격의료를 하고, 다른 환자의 경우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확대해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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