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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종사 마트 이용 말라?" 지자체 황당한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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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종사 마트 이용 말라?" 지자체 황당한 공문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5.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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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위반 시 ‘손실보상 및 손해배상’ 언급
의협, 강력 항의...‘유흥시설 콜라텍’ 등 이용 자제였다며 해명

코로나19가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로 새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를 대상으로한 지자체의 ‘황당한’ 공문에 의료계 전역이 공분했다.

용인시는 지난 1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의료기관 및 약국 감염예방‧관리 협조 요청’ 공문을 용인시 수지구 의료관계협회를 비롯 용인시 내 의료기관 및 약국 등에 발송했다.

용인시는 공문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지난 6일부터 생활방역단계로 전환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인시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아님에 따라 각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는 코로나19 원내 감염 및 전파의 예방을 위해 힘드시더라도 의료기관(간병인 포함) 및 약국의 종사자가 다중이용시설(대형상가 및 유흥시설 등)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반해 의료기관 및 약국의 종사자가 다중이용시설 이용 후 코로나19 감염이 발생 또는 확산시킬 경우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의거 손실보상이나 추가 방역조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려드리니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 용인시에서 의료기관 및 약국 등에 발송한 공문(왼쪽)과 논란이 되자 수정한 공문.
▲ 용인시에서 의료기관 및 약국 등에 발송한 공문(왼쪽)과 논란이 되자 수정한 공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 전역에서 공분이 일었다.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 등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에게 이 같은 공문을 보낸 건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진정될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와 함께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로 코로나19가 재 확산될 지도 몰라 긴장하고 있는데, 이런 힘 빠지게 만드는 공문을 받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나 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이 아닌 곳이 없는데 의료기관 종사자란 이유로 가지 말라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의료인들에게 따로 마트를 이용할 시간을 주는데, 우리나라는 마트 이용금지에 처벌을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1일 용인시에 해당 공문에 대한 항의 공문을 보냈다.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자 용인시는 부랴부랴 수정된 공문을 다시 보냈다.

용인시는 “보낸 공문으로 불편하게 한 점에 대해 양해해주길 바란다”며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의 경우 환자와 밀접한 접촉이 상시 이뤄지고 있어 혹시라도 코로나19가 발생되지 않도록 직원교육 등을 요청했던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용인시는 기존에 보낸던 공문 내용 중 ‘코로나19 원내 감염 및 전파의 예방을 위해 힘들더라도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가 다중이용시설(대형상가 및 유흥시설 등)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라고 했던 부분을, ‘의료기관 업무 종사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다중이용시설(유흥시설, 콜라텍 등) 이용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도록 협조해달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겸대변인은 “다중이용시설에는 유흥시설만 있는 게 아니라 마트, 목욕탕 등도 포함돼 있다. 의료인들의 일상생활에 관한 활동에도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최근 의협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원 10명 중 6명이 의료분야 종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겪었다고 응답했다”며 “회원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것조차 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거 아니냐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며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 힘을 합쳐야만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권위주의적 사고는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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