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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해결, DUR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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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해결, DUR이 능사 아니다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20.03.04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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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ㆍ청와대 정책실장 연이어 언급
안정성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심평원, ‘요양기관업무포털’ 대안으로 검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기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스크 수급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수출 제한’,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 공적판매처 신속 출고’ 등을 골자로 개정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지난달 26일 시행됐지만, 상당수 시민들에게 적정가격의 마스크 구매는 언감생심이다.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탓도 있지만, ‘사재기’와 같은 불공정거래가 ‘마스크 대란(大亂)’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당국을 향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DUR’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ㆍ김상조 정책실장 “약국 DUR로 마스크 중복구매 막겠다”

▲ 공적 마스크 공급에도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정부가 약국 DUR시스템을 활용해 사재기 등을 막겠다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 공적 마스크 공급에도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정부가 약국 DUR시스템을 활용해 사재기 등을 막겠다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청와대 비서실 김상조 정책실장은 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패널로 출연해 “국민들이 얼마만큼의 마스크를 구입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약국에 있다”면서, 약국 DUR을 활용해 마스크 공급을 관리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마스크를 약국ㆍ우체국ㆍ농협 등 공적판매처에 유통시키는 동시에, 약국 DUR시스템을 활용하면 적어도 한 사람이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싹쓸이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약국에서 줄을 서지 않고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묻자 ‘약국 DUR 시스템’을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동일한 약을 중복해서 타갈 수 없도록 하는 약국 DUR 시스템이 있다”며 “이를 활용해 1인당 2~3매씩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DUR을 활용한 시스템이 2~3일 내에 갖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DUR이 뭐기에

정부가 ‘마스크 사재기’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DUR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를 말한다.

DUR은 부적절한 약물 사용으로 인해 국민건강에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0년에 구축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심으로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이 정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DUR은 의사와 약사가 의약품을 처방하고 조제할 때 ▲병용금기 의약품 ▲특정 연령대 금기 의약품 ▲임부금기 의약품 ▲안전성 관련 사용중지ㆍ주의 의약품 ▲용량 및 투여기간 주의 의약품(1일 최대투여량 및 최대투여기간) ▲노인주의 의약품 등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진료ㆍ조제 컴퓨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DUR시스템에 ‘공적 마스크’ 항목을 탑재해 누가 얼마만큼의 마스크를 사갔는지 체크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으로 전국의 약국 2만 1692개소 중 99.1%에 달하는 2만 1500곳이 DUR시스템을 설치했다. 정부의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진 셈이다.

 

◇DUR로 마스크 판매 관리...넘어야 할 산 많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DUR 제도의 본래 목적ㆍ취지를 따지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의약외품’인 마스크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로 관리하려면 관련 기준을 살펴봐야 한다.

물론 엄중한 시국에,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이정도 걸림돌은 쉽게 치울 수 있다.

▲ DUR 표준 팝업창 화면.
▲ DUR 표준 팝업창 화면.

하지만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정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홍 부총리의 예상대로 2~3일 내에 시스템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안정성’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DUR은 대부분의 요양기관이 사용하고 있고, 환자 안전에 중요한 정보가 처방ㆍ조제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오가기 때문에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심평원이 DUR 전용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DUR 서버를 이중화해 장애 발생에 대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현재 DUR은 금기약품 등을 처방ㆍ조제하려고 할 때 팝업창이 뜨는 형태로 운영된다. 의사나 약사가 입력을 하는 칸 자체가 없다.

마스크 판매 관리를 위한 입력란을 만든다하더라도 약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 강제하든, 보상하든, 선의(善意)에 기대든, 어느 하나 녹록한 문제는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력 지원이 없다고 전제한다면 누가 약국 마스크 판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느냐는 문제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심사평가원 내 DUR 담당 인력은 부서장을 포함해 29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한 듯 심평원에서는 ‘요양기관포털사이트’를 활용해 공적 마스크 판매를 관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3일 브리핑을 통해 “DUR은 물론 건강보험의 전산체계를 활용해 마스크 중복구매를 방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논의하고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는데, 언급한 ‘건강보험의 전산체계’는 ‘요양기관업무포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요양기관업무포털을 활용하더라도 약사들이 직접 입력을 해야하는 문제는 남는다. 당국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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