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9 08:26 (월)
"과실에 법정 구속, 의사 외 직업엔 드물어"
상태바
"과실에 법정 구속, 의사 외 직업엔 드물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8.28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희 변호사..."의협, 감정의 교육 철저히 해야"
▲ 김연희 변호사.

횡격막 탈장 사망 환아부터 최근 사산아 유도분만 산부인과의사 사건까지 의사에 대한 구속 사례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법조계에서도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의사를 구속시키는 것에 대해 ‘과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는 지난 27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의사 구속’과 ‘의협의 감정원 설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됐던 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사건은 의사 3인에 대해 실형 및 법정구속이라는 선고가 내려져 의료계 내에서 크게 논란이 된 사건이었다. 1심에서 의사 3인에게 징역형과 법정구속이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상고를 포기한 2명의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1명의 의사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은 ‘무죄’였다.

지난 6월 대구지방법원에선 사산아 유도분만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주의로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금고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담당간호사에게도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들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즉각 반응했다. 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사건에서 구속된 의료진을 즉각 석방하라며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의료 바로세우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엔 전국의사 6500여명(주최 측 추산 1만 2000여명, 경찰 추산 5000여명)이 모였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와 함께 지난 20일 서울역 광장 앞 모여 사산아 유도분만 과정에서 산모가 사망,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된 사건을 규탄하기 위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사건들에 대해 김연희 변호사는 “직업적으로 업무상 고의도 아닌 과실로 구속까지 된다는 건 드문 케이스다. 아마 의사란 직업 빼곤 이런 케이스는 없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잘못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잘하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인데 우리나라는 과한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물론 고의로 저지른 범죄들, 마약류 관리법 위반이나 성범죄 같은 경우에는 구속돼야하는 게 맞지만 직업과 관련한 업무를 하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구속되는 건 의사가 유일할 것”이라며 “이는 직무수행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걸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은 과실로 업무상 과실로 의사를 구속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형사사건화 되는 일도 거의 없고, 형사사건화 된다고 해도 구속되는 일도 많지 않다.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해결한다”며 “민사배상 또한 보험으로 해서 국가가 부담해주는 식으로 하는 국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명백한 과실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선 과실을 경과실, 중과실로 보는데, 어디서부터 중과실로 볼 것이냐도 문제”라며 “민사의 경우 책임비율로 나누는데, 예전에는 30~80%, 최근에는 100%까지 책임비율이 나올 때가 있다. 100%는 중과실이라고 할 수 있지만 60~80%를 중과실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이는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양형기준처럼 과실에 대한 비율을 명확하게 하기에도 의료라는 특성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김 변호사는 의료감정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횡격막탈장 환아사망 사건으로 인해 법원의 의료감정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공론화가 이뤄졌고, 이는 의협의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단 구성으로 이어졌다.

현재 의협 박정율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이우용 학술이사를 간사로 한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단은 다양한 의학적 감정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공정성, 전문성, 신속성을 갖춘 국내 최고의 의료사안 감정기관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구성·운영 중이다.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단에 대해 김 변호사는 “판결은 어떤 변호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고, 변호사 만큼이나 판결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건 판사와 감정의사”라며 “이 세 변수로 인해 같은 의사의 행위도 판결이 달라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의협이 감정원을 설립하려고 추진단을 구성했는데, 그 일에 관여하진 않지만 감정원을 만든 뒤, 감정의에 대한 교육 등 강의안을 제출했다”며 “감정의에 대한 강의안을 여럿 만들어서 여러 번에 걸쳐 진행해야한다. 실제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감정위원을 상대로 다양한 강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의는 자신이 하는 감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야한다”며 “일례로 아는 의사가 법원 감정에 대해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법원에서 해달라고 해서 여러 번 감정했는데, 귀찮아서 대충 써줬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있다. 이는 감정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정 하나에 의사의 인생이 좌지우지될 수 있고, 환자가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알아야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연희 변호사는 “감정은 판사의 판단을 구속하는 증거가 아니고, 판사의 자유심증을 도와주는 역할”이라며 “판사에게 의학적 지식이 없거나, 있어도 자료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