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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체계개편, 의·정간 ‘무너진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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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체계개편, 의·정간 ‘무너진 신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6.1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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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보험의학회 토론회...政 ‘자율 보장’ VS 醫 ‘못 믿겠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기획실 이영아 실장.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과 관련, 정부가 추진 중인 심사체계개편에 대해 의료계가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부에선 의료공급자의 자율을 보장하는 방향으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간 수많은 심사 삭감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의료계에선 쉽게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는 지난 9일 중앙대병원에서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기획실 이영아 실장은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는 ▲심사 물량·복잡성 증가 등으로 현행 심사방식의 한계 도달 ▲비용 중심의 현행 심사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체감을 저하시키는 제한점으로 인식 ▲적정성 평가 대상·영약 불균형 및 환류 체계 미흡 등을 이유로 지난 2017년부터 심사체계 전면 개편을 위한 행보를 시작, 지난해 9월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했다.

이영아 실장은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청구 건 단위·비용효과성 관점 심사에서 질환·항목 등 주제 단위·의학적 타당성 관점 심사로 전환된다”며 “진료정보 종합 분석지표, 청구현황 분석 등을 입체적으로 관찰·분석하고 변이감지 시 요양기관 안내 및 중재 실시, 변이가 심화·지속될 경우 심층심사를 실시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공급자의 의료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심사위원회를 통한 심층심사 등을 실시한다”며 “기존에는 급여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심사조정이 들어갔는데, 앞으로는 급여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의학적 필요성이 있으면 인정, 과도한 변이 시 의무기록을 기반으로 심사를 하게 되는 것으로 개선된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급여기준에서 벗어나면 심사조정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 바꾸려는 분석 심사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거나, 합리적 사유가 소명되면 인정한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다양한 지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종별·기관별 등의 진료환경 및 특수성 등을 고려하려 한다”며 “임상, 행정 비용, 환자 안전 등 영역별 분석지표를 개발하고 분석을 실시하며, 특정질환 전문 진료, 타 병원 폐업으로 일시적 환자 쏠림 등 합리적 사유가 소명되면 인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사(급여)기준은 최신 임상진료지침 등으로 대체, 빠르게 변화하는 진료행태를 심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며 “임상전문가, 전문학회 등이 참여하는 개방형 심사 가이드라인 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관련 심사기준은 공개 후 현장 적용하고, 기존 미공개·내부 심사기준은 전면 재정비, 공개 후 적용 원칙을 확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평원 내부 중심 심사결정 구조에서 개방형·참여형 구조로 전환한다”며 “분석심사 과정 전반에 의료현장 임상 전문가가 심사주체로 참여, 합의결정하는 개방형 전문가심사제도(위원회)를 도입하게 되며, 진료비 심사제도 전반에 대한 효율적 운영을 위해 공급자·가입자·전문가·정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환자 중심의 질 향상을 위한 심사-평가 선순화 및 업무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심사과정에서 의학적 타당성 및 의료의 질을 함께 확인, 분석해 시의성 있는 중재 및 질 향상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고, 의료전달체계 기능 유형별 심사·평가 관리기전 사각지대 해소 및 질 향상을 목표로 관리기전 간 유기적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급자의 의료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심사체계개편안에 대해 의료계에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김기범 보험이사는 “심사는 자율과 책임의 균형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한다. 급여기준이 변경되고 건별심사가 없어져야 진정한 자율이 될 것”이라며 “심사체계개편의 우선과제로서 저수가 해결책이 제시돼야하고, 비용대비 질 효과를 평가받으려면 수가가 달라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의사들도 한 가지 검사만 해서 한 가지 약만 써서 치료하고 싶다”며 “최적의 진료제도(비용대비 효과)를 도입 전에 최적의 진료가 최선의 진료와 동일하다는 법적인 제도 및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합의된 후에 심사체계개편이 진행돼야 1차 의료 의사 입장에서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연준흠 보험이사는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여러 우려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심사체계개편이 제대로 흘러가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심사체계는 당연히 개편돼야하고, 이는 지난 의협 비대위에서도 요구한 사안이다. 당시 비대위는 현재 심사체계에 문제가 많으니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한 후에, 우리나라에 맞는 심사체계를 만드는 걸 긴 호흡을 갖고 진행하자는 의미였지, 느닷없는 경향심사를 하자는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 심사체계개편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연 이사는 “현재 심사체계개편이 좋은 제도일까라고 고민해보면 복지부나 심평원 입장에선 의료계에서도 그리 반대할 거 같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의료계의 기우가 그저 우려에 그쳤으면 좋겠다. 서오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면 이런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협 내 구성된 보험위원회에 74명 정도 있지만 이 위원회에서 현재와 같은 경향심사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고, 의협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에서도 심사체계개편이 필요하겠지만 경향심사는 안된다고 결정했다”며 “의협 입장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우리가 만든 것은 초안으로 의협이든, 의학회든 다 들어와서 전면 검토해달라고 제의해주면 의협에서 이를 가지고 대의원, 시도의사회장을 설득에 나설 수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풀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심사체계개편에 있어 심평원 의견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건의한 안이지만 의료계는 이걸 못 믿겠다고 한다. 이유는 상호간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를 쌓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 이사는 “언제까지 의료계는 건별심사를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한다. 의료계도 지금 심사체계가 불만이라면 이번이 기회이든 위기이든 바꿀 준비를 해야한다”며 “심사체계개편에 적극 참여해서 의료계가 개편을 주도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병협은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에 들어가 있다. 합심해서 구조를 바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선 들어가서 도움이 될지, 족쇄가 될지 판단해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하겠다”고 강했다.

대한임상보험의학회 조정호 재무이사는 “새 심사체계 개편안은 의학적 필요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이라 말하는데, 세부 내용을 보면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조 이사는 “기존 심사기준 중 하나로 쓰이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범위에는 해당 질병명이 들어가 있지 않는 경우 의학적 근거를 우선시한다는 새 심사체계개편안이라면 해당 약제를 해당질병에 쓰는 것은 자유로워야 한다”며 “하지만 새 심사체계개편안에서도 의학 교과서에 권고된 사항이 약제의 식약처 허가사항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필수점검이라 칭하는 전산심사에서 걸러지게 돼 처방을 제한하게 되며 앞으로도 이런 필수점검이라는 심사는 유지한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심평원이 제시하는 최종 기대효과를 살펴보면 ‘의료의 질 저하 없는 효율성 개선으로 국민의료비 절감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효율이란 결국 비용대비 효과를 말하며, 총 의료비는 적게 들이면서 공급자들을 관리해 더 좋은 서비스와 효과를 내도록, 당근보다는 채찍을 많이 써 원하는 목표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심평원이 말하는 비용대비 효과는 지극히 개별적이어서 환자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지표”라며 “국민 각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지료를 국가에서 관리해 몇몇 지표로 평균치를 내고 지표마다 효율이 떨어지면 공급자에게 페널티를 주고, 높으면 어드밴티지를 줘 모든 공급자를 획일화시키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쯤 의료도 적정수가를 지불해야 적정수준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것인가”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그동안 의료계를 위한 복지부의 노력을 한 번 더 생각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지금까지 심사체계개편과 관련된 논의를 해온 소감을 말하면, 온도 차이는 있지만 의협이나 개원의협의회, 내과 의사 기본 관점은 현 상태에 불만이 있지만 변하는 것보단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거 같다”고 운을 뗐다.

이 과장은 “복지부와 심평원은 비용효과와 관련된 규정을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삭제했다”며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를 받는다. 성과지표 중 심사분량 총액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데, 이를 기재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걸 보면 시민단체와 기재부는 심평원의 기본적인 역할을 의료현장에서의 비용문제를 조절하는 걸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이걸 없앴는데, 헛수고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현재 심사현장을 보면 현 심사체계에서의 개선이란 불가능하다. 현재 체계를 유지하면 정부 입장에선 심사물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심사체계개편 협의체를 만들었고, 의협과 가장 먼저 협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더니 논의가 중단됐다”고 꼬집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채널이 유지돼야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에 대해 답답함이 있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이중규 과장은 “심사체계개편에 있어 여러 논의, 수가, 식약처 허가사항, 자보까지 다 섞여 있다. 심사체계개편 논의가 의료제도의 종합적인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호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며 “굳이 복지부가 시민단체나 기재부 반대하는데 비용효과 규정을 삭제하고 경영평가에서 성과지표 중 심사분량 총액을 헛수고하면서까지 없앤 이유를 이해하고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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