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추나요법이 급여화됐지만 논란은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의-한 간 해묵은 갈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개정안은 추나요법과 관련된 급여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의협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국민건강권과 향후 건보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급여화에 따른 것으로서 추나요법 본인부담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햇다.
의협은 이어 “수차례 정부에 비합리적인 추나요법 급여화 과정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를 일방 추진하고 있어, 개탄스러움을 금하지 못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한 의료행위는 해당 행위의 안전성, 유효성은 물론 비용대비 효과성과 건강보험 기본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서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한방 추나요법은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어 철회 및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추나요법의 효과성 검토라는 명목하에 시범사업을 2017년 2월부터 시행했지만, 전체 한방 의료기관의 1%를 대상으로 시행했고,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추나요법의 효과 역시 다른 논문들에 대한 단순고찰에 불과하다”며 “실제 시범사업에서 임상적으로 진행한 연구 또는 분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등을 종합해 고려할 때, 해당 시범사업이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를 위한 객관적인 근거자료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의협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한방 추나요법의 급여화 추진은 과연 의학적 필요성과 급여화 원칙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을 살펴볼 때 정부의 일방적인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추진에 결사반대하는 입장하며, 다시금 즉각적인 철회 및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의학적 근거 없는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그동안 정부는 의료계에 엄격한 인정규정을 내세워 의사의 자율적 판단을 제한하고 응급시술에 대해 제약해왔다”며 “이번 한방추나요법에 허용한 인정상병을 보면 303개로 광범위하게 인정해 의료계에 가한 엄격한 기준과는 모순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정기준을 살펴보면 절대안정이나 수술적 가료가 필요한 골절 불유합(M841), 골절 지연유합(M842), 스트레스 골절(M843)까지도 포함시켜 놓았다”며 “항생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염증성 질환인 상세불명의 원반염(M464)과 기타 감염성 점액낭염(M711)까지 포함시켜 놓았다”는 것.
심지어 유방 타박상(S200), 손가락 타박상(S600)과 상세불명의 찰과상(T140)까지도 포함해 놓았는데 어떤 의학적 근거로 이러한 인정기준을 정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형외과 의사는 낮은 수가와 병의원 운영비의 상승으로 입원실을 폐쇄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만성질환과 외상성 질환의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며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고시를 보면 자괴감과 함께 복지부의 졸속행정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런 결정을 한 정부를 거듭 비난했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송한승)도 안정성, 유효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추나요법의 급여화를 적극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추나요법 급여화 안이 심의·의결된 후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추나행위는 신의료기술 행위가 아니라, 안전성·유효성은 입증이 된 비급여 행위”라고 발언했다.
의원협회는 “바른의료연구소에 의하면 추나요법이 비급여로 등재된 2003년 당시에는 의료인단체나 전문학회가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했는지 여부만으로 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을 결정했다”며 “당시 추나요법은 별다른 유효성 검증없이 의료인단체나 전문학회에 의해 비급여로 등재되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추나요법은 공식적으로 유효성 평가를 받은 바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2013년 3월 ‘Chin J Integr Med'에 게재한 ’근골격계 통증에서의 추나요법: 한국 문헌에서의 무작위 임상시험의 체계적 분석‘ 논문에서 2011년까지 발표된 6편의 국내논문을 분석 보고했으나, 추나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6편 중 3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협회는 “추나요법의 안전성마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며 “한방의 다수 논문들도 추나요법에 의해 뇌졸중, 뇌경막 파열에 따른 뇌척수액 누출로 인한 두개강내 저혈압, 추간판의 외상성 파열, 수핵 탈출증 발생 및 악화, 후종인대 파열, 인두후방 혈종 등의 심각한 부작용 발생을 보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원협회는 “결론적으로 추나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이를 급여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건강은 아랑곳없이 정부가 한방의 잇속만 챙겨주겠다는 심산”이라며 “의료계의 경우 필수적인 의료에 대해 급여화의 제한으로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한방에 대해서는 안전성, 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추나요법을 급여화하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건강보험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나요법의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는 충분한 검토 후 내려진 결정이라며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일축했다.
한의협은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근거 없는 비방이나 악의적인 폄훼, 불확실한 추측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추나요법 급여화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것으로, 국민의 진료 선택권 확대와 경제적 부담 완화를 가로막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협은 “한의사들이 근골격계질환 치료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수기요법인 추나는 이미 수많은 학술논문과 임상연구결과 등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며 “국민의 요구와 치료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 지난해 11월 건정심이 건강보험 적용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한약진흥재단이 실시한 ‘2017년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결과와 65개 한의의료기관에서 실시한 추나요법 시범사업을 근거로 의료계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게 한의협의 설명이다.
한의협은 “한약진흥재단 조사에서 급여 확대 시 우선 적용이 필요한 3대 한의치료법에 추나요법이 포함됐으며 시범사업에서 3회 이상 진료를 받은 성인 환자 416명 중 92.8%가 추나치료에 만족감을 표시했다”며 “의료계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근거”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협은 “한의의료기관의 자보 진료비 증가는 내원 환자 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일부의 주장처럼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다”라며 “추나요법 급여화가 마치 자보 손해율 증가 주범이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한의진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한의협은 “실손보험에서 표준화되지 않고 최저 5,000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 100배의 차이를 보이는 도수치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의협 이진호 부회장은 “추나요법 급여화는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고 한의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 및 예방은 물론 불필요한 수술 방지에도 기여한다”며 “협회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하여 추나 뿐만 아니라 첩약과 약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회무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