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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의사 전문직업성 '국가철학'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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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의사 전문직업성 '국가철학' 중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2.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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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硏, 프랑스 사례 살펴…국가·국민에 지속적으로 입증 ‘필요’

최근 의료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자율규제’를 위해선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국가철학이 반영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국가철학이 반영된 자율규제 규범을 의사가 철저히 준수하고 있음을 국민과 국가에 지속적으로 입증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은 최근 ‘불법의료기관 근절 대책을 위한 교육 자료 개발 연구’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불법의료기관의 설립이 근본적이고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선진국의 공통점은 의사전문직업성을 엄격하게 수립하고 이를 위반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을 의사 단체나 기구가 자율 규제하고 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대표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나 나른 독립된 단체, 기구가 의료자율규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이를 위임받아야 행사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국민이 합의한 국가철학이 전문직 단체나 기구의 자율규제 규범에 반영돼 있어야하고, 이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음을 국민과 국가에 지속적으로 입증해야한다”고 밝혔다.

▲ 서양근대 국가철학과 보건의료법규 및 제도의 한국 도입의 역사적 단계.

이에 연구소는 우리나라 의사전문직업성에 영향을 준 근대국가 이념에 대해 ▲19세기 가톨릭이나 개신교 선교사들이 의료기관을 설립하면서 기독교 종교이념과 함께 전파한 프랑스와 미국의 국가철학 ▲일제 강점기 때 이식된 일본 국가철학 ▲18~19세기 미국 독립선언문과 헌법정신 등을 꼽았다.

이중 연구소는 “미국 독립선언문과 헌법정신은 프랑스 인권 선언과 프랑스 국가철학을 상당히 반영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근대국가 이념 이외에 의사전문직업성에 암묵적으로 수용한 국가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프랑스 국가철학과 프랑스 인권 선언에 주목해야한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프랑스 인권 선언, 국가철학, 보건의료법에 포함된 의사직업윤리법을 통해 살펴봤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수립된 프랑스 인권 선언과 국가철학은 여러 전문직의 대표가 참여해 수립했고, 카바니스와 같은 의사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이러한 논의와 협의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오테이유 서클로, 이 서클의 논의를 주도한 카바니스는 의료의 사회적 기능과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의학적 인간학’이라는 이념으로 표방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르면 건강과 질병은 과학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과의의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치료와 함께 사회적 치료가 병행돼야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며 “건강과 질병 개념에 입각해본다면 의사의 의료행위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사회적 행위까지 포함되기에, 의사는 국가 보건위생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국가 존립에 필수적인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는 “카바니스는 의사가 의료의 사회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국가를 대신해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아야하고, 이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어야한다고 주장했다”며 “의료의 본질적인 특징이 공공성이라는 전제에서 의사가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받기 위한 조건을 규정했는데, 이 조건이 의사기구가 국민과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자율규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카바니스의 의료이념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오늘날까지 프랑스 국가철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줬고, 현대 프랑스 의사전문직업성의 토대가 됐고, 현재 프랑스 의학전문직업성의 규체적인 규범은 현재 프랑스 공중보건법의 일부로 포함돼 있는 프랑스 의사직업윤리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는 “‘인권과 시민권 선언’ 또는 ‘프랑스 인권 선언’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집약하고 프랑스 국가철학의 기본원리를 담고 있다”며 “프랑스 인권 선언은 자연권 사상을 계승하고 정초한 것으로 평가 받는데, 자연권은 특정한 국가나 사회의 법, 관습, 믿음과 무관하게 모든 시대와 지역에서 모든 인간이 갖는 보편적이고 박탈 불가능한 고유한 권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연권은 오늘날 의료계에서 환자의 권리 뿐만 아니라 의사의 전문적인 자율성을 규정할 때도 근거가 되는 이념이고 프랑스 인권 선언의 제1조, 제3조에 강조돼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프랑스 인권 선언 제1조는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갈 권리를 갖는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공이익을 위해서만 가능하다’로, 제3조는 ‘모든 주권은 근본적으로 국가에 근거해 있다. 어떠한 단체나 개인도 명백하게 국가로부터 유래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로 규정돼 있다.

연구소는 “두 조항에 따르면 모든 환자는 의사나 의료기관으로부터 차별받아선 안되고,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성과 소신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권리인 의사의 임상적 자율성은 국가로부터 의료자율규제의 권한을 위임받아서만 합법적으로 행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소는 “프랑스 인권선언 제4조와 제5조는 자유와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에 따르면 의사는 국민이나 환자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는 조건에서 해롭지 않은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받는다”며 “의사에게 주어진 임상적 자율성은 무제한적인 자유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자유이고, 이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프랑스 인권 선언 제12조는 불법적인 자유를 제재하고 합법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권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며 “의사단체나 기구가 의사의 자율규제를 관장하기 위해 직업윤리를 준수하지 않은 의사를 합법적으로 제재할 공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이는 국민과 국가의 본편적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랑스 인권 선언의 기본 정신에 계승해 수립된 것이 프랑스 의사직업윤리법이고, 국민과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이 법을 제정 및 개정하고 의사를 대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의사기구가 프랑스 의학회라는 것.

여기에 연구소는 “프랑스는 지난 두 세기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의사직업윤리법으로 법제화된 의사전문직업성에 자유, 평등, 박애라는 국가철학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오고 있다”며 “프랑스 의사직업윤리법은 국가철학이 명문화된 프랑스 헌법의 하위법이기 때문에 의사직업윤리법과 국가철학 사이에 법적이거나 철학적인 대립, 모순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어, “프랑스의 상황은 우리 의료 현실, 의사가 전문성과 직업윤리에 근거해 판단한 최선의 진료가 종종 합법적이지 않을 수 있는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프랑스 의사는 자신의 의사직업윤리와 합법적인 적정 진료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데, 이 같은 프랑스 의료환경은 의사, 의사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국가 철학에 프랑스 고유의 의료이념과 의사의 역할을 반영하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전했다.

프랑스 의사직업윤리법은 헌법의 일방적 반영이나 연역적 귀결, 비의료인이 전문성없이 제정한 법이 아니라 의사 스스로 국민, 정부와 협의해 제정한 법이기 때문에 프랑스에선 법의 준수가 곧 의사의 자율규제와 동의어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의사단체나 기구가 국가로부터 자율 규제 권한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평등과 박애의 가치를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추구해야할 의무를 부담해야한다”며 “의사단체나 기구가 자율규제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박애를 통해 평등을 실현하고 있음을 국민과 국가에 보고하고 입증해야할 책임도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연구소는 “의사가 국가로부터 자율규제의 전제가 되는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이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수용하는 것”이라며 “한 국가의 국가철학이 추구하는 가치를 의사전문직업성에 충실히 반영하고 의사가 이 가치를 실현하고 있음을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야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의사는 의료 현실을 고려한 참된 의료이념을 먼저 수립하고, 이념이 추구하는 가치를 국민과 국가에 알려야하며, 궁극적으로는 의료이념을 우리 국가철학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과 과정을 통해서만 의료계는 실추된 국민과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의료자율규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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