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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감정 공정성 확보 위해 의협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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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감정 공정성 확보 위해 의협이 나서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0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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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경막탈장 환아 사건 감정 모두 달라..."교육·가이드라인 마련"
 

최근 법원이 횡격막 탈장 환아 사건에서 의사 3명에 실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전 의료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진료기록 등 의료감정의 공정성 및 전문성 확보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진행한 3번의 진료기록감정 결과가 전부 다르게 나온 점을 지적, 의협에서 의료감정에 대한 교육 및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야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 의사 B씨와 C씨에게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한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환아 D군은 지난 2013년 5월 말부터 약 열흘간 복부통증으로 4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E병원을 찾은 뒤 같은 해 6월경 인근 다른 병원에서 횡격막탈장 및 혈흉이 원인인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A씨 등은 D군의 복부 X-레이 촬영 사진에서 좌측하부폐야의 흉수(정상 이상으로 고인 액체)를 동반한 폐렴 증상이 관측됐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해 이상 증상의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검사나 수술의 필요성에 대한 확인 없이 변비로 인한 통증으로 판단, D군이 4차례 방문하는 동안 변비 등에 대한 치료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 내에선 이번 판결의 진료기록감정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사망 환아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의료감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총 3번에 걸쳐 이뤄진 진료기록감정이 전부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것.

민사소송 중 진행된 E대학병원의 진료기록감정에선 “2013년 5월 27일 B병원 응급실에 최초 내원했을 당시 피해자에게 횡격막 탈장이 확실히 보이지 않고, 2013년 6월 8일에야 횡격막 탈장의 가능성이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또 “F대학병원에서 우측 흉수 배액 후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그 원인은 많은 양의 흉수를 배액한 후 발생한 저혈량성 쇼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진료기록감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진행했는데, 중재원은 “5월 27일 응급실에서 진료할 당시 피해자의 복통이 횡격막 탈장에 의한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X-ray 결과 숙련된 전문의라 하더라도 정확히 판독해 흉수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횡격막 탈장의 확정적 소견인 탈장된 내장기관이나 공기음영이 없어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문제는 형사소송 중 진행된 G대학병원의 진료기록감정 결과였는데, 회신 내용을 살펴보면 “5월 27일 응급실 내원 당시부터 횡격막 탈장 소견이 있었음이 명백하다. 병원 내원 당시 피해자의 위가 횡격막을 통과해 흉강에 진입했고, 위가 팽창하다 천공돼, 위산에 의해 심장이 화학적 화상을 입어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이 사건은 3군데서 진료기록감정을 했는데, 2군데는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1군데에서만 반대로 나왔다”며 “감정 결과가 불리하게 나온 것만 가지고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소송에서 유죄를 인정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같은 진료기록으로 감정을 했는데, 아무리 다른 의사가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감정의 차이를 보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형사소송에서의 진료기록감정은 부검도 하지 않은 환아를 마치 부검이라도 한 것처럼 감정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감정의 사례는? ‘민사소송법 증거방법으로 활용’
우리나라 법원의 의료감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 2014년 발표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 ‘의료감정의 현황과 제도 개선방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민사소송법에서 증거방법의 일종으로 감정제도를 두고 있다.

의료소송에 있어 반드시 진료기록감정절차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분야가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참고하지 않고 재판을 하는데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실제로는 많은 진료기록감정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감정의 내용은 주로 진료기록감정이나 신체감정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소송당사자가 법원에 감정 신청을 함으로써 개시된다. 감정신청할 때 감정인을 지정할 필요가 없는데, 민사소송법에서 감정에 대한 인선은 법관의 재량에 위임돼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신청되고, 감정비용이 예납되면 법원은 의료기관 혹은 의협 등 감정기관에 감정촉탁을 하게 되는데, 신체감정은 주로 3차 의료기관에 직접 촉탁하고, 진료기록감정의 경우에는 주로 의협에 촉탁, 의협이 관련 학회에 감정을 맡기고 있다.

의협 외에 감정을 맡고 있는 곳은 의료사고조정중재원으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료감정을 위해 의료사고감정단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재원은 직접 신청이 들어온 조정·중재 사건을 위한 의료사고 감정 외에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업무도 담당하는데, 실제 법원과 검찰, 경찰은 민사 및 형사사건으로 접수된 의료사고에 대한 의학적 감정을 중재원에 의뢰, 감정 결과를 회부 받아 소송에 활용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감정의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복수 감정인의 활용’으로, 동일한 내용이라도 복수의 감정인을 활용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감정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의료감정전문위원회가 시험을 통해 감정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의료감정 전문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으로 자격관리기관을 통해 감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이수한 자들이 감정전문의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의료감정 체계 잡기 위해 의협 나서야
연구소의 보고서처럼 의료감정과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체계와 가이드라인 마련에 의협이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회 임원을 지낸 모 인사는 “국민 건강 수호 뿐만 아니라 의료전문가로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료감정을 의협이나 대한의학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보면 이는 의협의 또 다른 책무인 ‘올바른 사회의학적 기준'을 세우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 신중해야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경기도 모 개원의는 “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문제”라며 “이제까지 의료감정 있어서 의협은 권위있는 의사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답을 받아왔다. 법률 자문처럼 각고의 노력을 통해 결론을 내었기에 많은 동료 의사와 국민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자칫 이제까지 만들어낸 신뢰를 무너뜨려 오히려 의료계에 해가 될 수 있다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의협은 진료기록 등 의료감정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정의사 교육과정 및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교육과 관련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곳은 의협 외엔 없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법원 등 의료감정은 의협으로 창구 일원화해야한다고 본다”며 “의협 역시 국민과 의사 모두가 신뢰하고, 공정하면서도 객관적인 감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인프라를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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