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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실태 개선, 여성 건강보호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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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실태 개선, 여성 건강보호가 최우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0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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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전문의.."의료인에 낙태 거부 권리 보장해야"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와 관련된 실태 개선은 여성 건강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안나 산부인과 전문의(사진)는 5일 의료윤리연구회에서 ‘낙태의 윤리’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낙태 현황에 대해서 2차례 조사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2005년, 2011년 진행했고, 현재 3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조사 때 연간 총 낙태 34만 2433건으로 이중 불법 낙태가 32만 7494건(95.6%), 합법 낙태는 1만 4939건(4.4%)이었다. 낙태의 사유에서 강간 임신은 0.2%, 소녀 임신은 0.03%였고, 나머지는 정상적인 성관계로 인한 임신으로 낙태를 한 케이스가 99.7%였다.

2011년 정부 실태 조사를 보면, 연간 낙태 추정은 약 17만건으로, 추정건수는 24만건에서 17만 건으로 약 30%가량 감소했다. 중절률은 15.8%로 OECD 주요국가 중 높은 수준이었고, 낙태 여성의 60%가 피임을 하지 않고 있다. 피임한 40%도 주기법이 42%, 질외사정법이 40%였다.

최안나 전문의는 낙태와 관련해서 모자보건법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인공인심중절술을 규정한 부분은 태아와 관련되기 보다는 우생학에 기인한 부모와 관련된 문제로 규정됐다는 게 최 전문의의 설명이다.

인공임신중절술을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를 살펴보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힘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최 전문의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우생학과 관련된 조항이 모자보건법 이외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법의 모체가 된 일본의 우생보호법도 90년도에 없앴고, 일본도 이를 베껴온 독일 역시 없앴다. 독일을 보면 당시 우생학을 주장한 의사는 히틀러와 함께 전범 목록에 올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모자보건법을 보면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라고 있는데, 유전학적 정신장애는 없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모자보건법의 임신중절술과 관련된 부분이 모태가 된 일본의 우생보호법은 우생학에 기초를 두고 있고, 이는 부모에 문제가 있으면 그 대를 끊겠다는 사상에 기초한 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어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문제인데, 이 애매한 조항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낙태를 열어둔 것”이라며 “당시 이 법이 제정될 당시 생명권 내지는 여성의 권리, 건강권에 대한 논의 없이, 인구수를 줄이겠다는 경제학적 논리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자’, ‘셋부터는 부끄럽다’ 등의 캠페인, 교육을 받은 세대를 대상으로 지금 출산장려정책을 쓰고 있는 넌센스가 발생했다는 게 최 전문의의 설명이다.

최 전문의는 “그동안 출생 후 생존 가능성보다는 산전 진찰에서 발견이 쉬운 이상을 가진 아이들이 더 많이 낙태됐다”며 “아기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 생존 가능성 등 출생 후 예후에 대한 판단은 부모의 이상 여부와 별개로 판단돼야하며, 소아과, 소아외과 등 아기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낙태에 대해서는 연명의료결정법과 같이 목적과 정의 및 절차가 규정돼야 한다”면서 여성의 권리 보호를 위한 낙태 실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어떤 임신도 사회적으로 차별 받아선 안 된다”며 “지난 2016년 김혜수 주연의 굿바이 싱글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 10대 임신을 다뤘다. 영화에서 출산 여학생만 학습권이 박탈되는 내용이 나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 전문의는 낙태 실태 개선 방안으로 ▲미혼부의 양육 책임 법제화 ▲합리적 절차의 마련과 제도화 ▲의료인이 낙태를 거부할 권리 보장 등을 꼽았다.

최 전문의는 “남성이 부양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낙태의 위험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지난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7명 중 미혼부로부터 양육비 지원을 받는 비율은 4.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덴마크, 캐나다, 영국, 미국 등 낙태율이 낮은 나라 모두 미혼부의 책임을 법제화해 놨다”며 “우리나라도 양육비를 회피하는 경우 월급 및 재산 압류, 운전면허 정지, 여권 정지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원 없이 선택하게 하는 낙태는 여성의 권리 보호가 아니라 사회적 강요에 불과하다”며 “주위의 낙태 강요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술자가 아닌 의료인으로부터 낙태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자세히 듣고, 낙태하지 않는 경우 할 수 있는 선택과 받게 되는 지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숙고절차를 거처 여성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해야한다”며 “10대 여성도 성인 여성과 같은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낙태 문제에 있어선 임신한 여성의 권리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숙고절차와 보고체계 위해 법적으로 허용된 낙태에 대해서는 건강 보험을 적용해야한다”며 “낙태 시술은 국공립 병원이나 지자체에서 허가된 병·의원에서 하는 것으로 한정해야 실효성 있는 상담과 숙고 절차 및 보고 체계가 가능해야한다”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안나 전문의는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며 진료거부 금지를 규정해 놓고 있다”며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의료인의 낙태 거부 권리를 포함해야한다. 의사들이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소신에 의해 낙태하도록 뒷받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전문의는 “있는 법을 지키고 관련된 문제를 다 드러내야지 논의가 가능하다”며 “여성이 결국 아이를 품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존중받아야 아이도 존중받을 수 있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낙태 문제가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에 닥친 여러 문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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