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게 볼 수 있었던 치료에 대한 환자의 경험담도 이젠 불법 의료광고에 포함됐다. 또한 도를 넘어선 의료광고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28일)부터 의료광고의 금지 등을 규정한 의료법 제56조 개정안이 시행된다.
지난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정부 주도(보건복지부가 의료인단체에 위탁)의 사전심의’를 문제로 지적했는데,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그동안 자율에 맡겨졌다.
이에 국회는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3월 27일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반영,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환자 및 소비자에게 해로운 의료광고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민간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오늘(28일) 적용된다.

특히 이번에 시행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에는 의료광고를 할 수 없는 광고내용들을 규정해놨는데 그 중 ‘환자에 관한 치료경험담 등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가 포함됐다.
즉, 앞으로는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포함한 의료광고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인 셈.
여기에 서울 내 모든 지하철역에서 광고를 없앤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로 과도한 의료광고가 어느 정도 고삐가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 참석,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 더 나은 서울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 중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밝혔다.
박 시장은 상업광고가 없는 우이신설선 경전철의 사례를 소개하며 “성형 광고 같은 상업광고 때문에 시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느냐. 시민들을 위해 35억원의 우이신설선 광고 수익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설동역에 서울시가 보유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우이신설선은 완전히 예술역으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다. 공공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상업광고 없는 지하철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먼저 시청역·성수역·경복궁역·안국역 등 10곳에서 상업광고를 내리기로 했다.
또한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광고 자율심의제도 등이 포함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엔 의료광고 자율심의를 위한 자율심의기구 조직 기준, 의료광고 금지 관련 규정 위반 시 위반사실 공표 및 정정광고 명령에 필요한 사항 등이 포함됐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광고 자율심의 대상에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간 일일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공하는 광고매체’를 추가했다.
또 의료광고 자율심의는 의사회나 소비자단체에서도 가능하지만 심의기관은 의료광고의 심의 등에 관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1개 이상의 전담부서와 의료 또는 광고 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포함한 3명 이상의 상근인력 및 전상장비와 사무실을 모두 갖춰야 한다.
특히 소비자단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고 설립 목적 및 업무범위에 의료 또는 광고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야 의료광고 자율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광고에 대한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졌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며 “의료인 입장에선 시장의 자율성과 상품에 대한 홍보차원에서 일부 의료광고가 필요하지만, 광고 전체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광고를 막자는 취지엔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문제가 됐던 게 지금 인터넷에 있는 환자의 치료경험담이라는 게 과연 얼마나 진짜 사례인지 의문”이라며 “바이럴 마케팅 등 광고 테크닉을 위한 사례를 가장한 광고인지 살펴봐야하고, 환자경험담을 가장한 광고들은 의료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원의 A씨는 “블로그 등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환자의 치료경험담들에 대해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발표는 이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서울시에서 지하철 광고를 없애는 이유 중 하나가 성형외과 등의 과도한 광고 때문이란 이야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의료계에서도 이런 광고에 대한 것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 특히나 기존의 본인들의 홈페이지에 환자경험담 사례가 광고로서 이용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홈페이지를 광고로 볼 것인지는 다른 문제지만 만약 홈페이지를 광고로 본다면 의료법 위반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