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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6년 만의 건정심 탈퇴 선언에 찬반논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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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6년 만의 건정심 탈퇴 선언에 찬반논쟁 가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5.3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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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입장 전달” 우호적 평가...“과거 되짚어야” 지적도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이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얻은 것 없이 8개월 만에 복귀해야 했던 과거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정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30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 최 회장은 “의협은 복지부와 건보공단의 무성의한 수가협상안에 대한 강한 항의의 뜻으로 30일자로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다”며 “건정심 탈퇴는 고질적인 인적구성 불균형에 대한 규탄 속에 지난 4월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권고안으로 올라오기도 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건정심 탈퇴는 당분간 건정심을 통한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고, 건정심이라는 불합리한 구조에서 보건의료정책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당분간 의정실무협의체를 복지부, 정부여당, 청와대와의 단일한 대화창구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의협의 건정심 탈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37대 노환규 집행부 시절인 지난 2012년 5월 이미 한 차례 건정신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을 밀어부친 것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건정심을 탈퇴했다. 의협 송형곤 공보이사겸대변인은 건정심이 끝난 직후, “의협은 이 시간부로 건정심을 탈퇴한다”며 “건정심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정부가 전문가단체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묵살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렇게 건정심을 탈퇴한 지 8개월만인 지난 2013년 1월 의협은 건정심에 다시 복귀했다.  건정심에 다시 복귀했을 당시, 의협은 이유로 ▲건정심 구조 개선 ▲의·정간 대등한 파트너십 구축 ▲일차 의료 활성화 등 의견이 정부 측에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이후 6년여만에 의협이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왠지 2012년도 복지부와의 협상 결렬 후 수가협상 실패와 건정심 탈퇴라는 수순을 밟았던 게 오버랩된다”며 “묘하게도 현재 있는 임원진들 대부분은 2012년 회장으로 있던 분과 친분이 많은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억할 것은 지난 2012년 수가협상은 2.4%로 역대 최저였고 건정심 탈퇴시 건정심 복귀 안한다고 했던 말은 번복했고, 건정심에 복귀한 의협은 그 후로도 다른 위원들의 비판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는 것”이라며 “과연 의협이 언제 건정심에 복귀할 것이고, 이번 수가협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건정심 탈퇴라는 의협의 강성모드로 최대집 회장은 정치적으로 주목받을지 모르지만, 어려운 의원급 회원들의 고충은 더해만 갈 것”이라며 “건강보험의 중요한 정책들이 결정되는 건정심을 탈퇴하고 앞으로 3년간 문재인 케어가 논의될 건정심을 탈퇴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전략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개원의 A씨는 “지난 2012년 건정심 탈퇴에 대한 회원들의 피해가 있음에도 최대집 집행부가 이번 일을 추진한 점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이는 야당의 정책 연합 그리고 뉴 건강보험과 같이 설익은 행보로 비춰진다”며 “지난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건정심 탈퇴 권고안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에서 대의원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민초 의사들은 최근 사태의 집행부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의 건정심 탈퇴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들도 있다.

의협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은 “지난번 의협 상임이사회 때 올해 수가협상 참여를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때 참여는 하되, 정부가 수가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수가협상은 물론, 건정심 탈퇴를 이야기 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정부에겐 수가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 공염불로 생각하고, 이번 건정심 탈퇴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홍준)는 성명서를 통래 ‘낡디 낡은 건정심 체제와 굴욕적 수가협상! 이제 새 판을 짜야 할 때’라며 의협의 행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건정심 체제는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건정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비단 의료계만의 주장이 아니다. 건정심이 비민주적으로 구성돼 있고, 권한 및 역할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은 보험자인 공단과 가입자 측의 공통된 문제의식임에도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건정심이 더 이상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기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문재인 케어’ 로 일컬어지는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중차대한 과제에서조차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정심의 역할은 미미했다. 의료계가 끊임없이 문 케어의 문제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공단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왔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제 국민건강수호와 회원의 정당한 진료권 확보를 위해 낡고 굴욕적인 건정심 체제와 수가협상을 벗어버리고 새 역사를 만들어갈 것을 의협과 함께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의 건정심 탈퇴 선언에 대해 복지부에선 ‘내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의 건정심 탈퇴에 대해 복지부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단 의협이 말하는 ‘탈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파악해봐야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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