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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 대동맥 파열로 사망, 과실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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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 대동맥 파열로 사망, 과실 판단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3.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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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주의의무 위반 인정 불가"

증상없는 대동맥 파열로 사망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인정할 수 없다’ 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이 B대학병원과 의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 2013년 아기를 출산한 A씨는 2주가 지난 뒤인, 3월경 모유수유 중 흉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119 구급대에 의해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혈액·흉부 X-ray·심전도·흉부CT 등 각종 검사 결과, ‘경도-중등도의 심장막삼출’로 진단한 의료진은 염증과 심장박동수를 조절하는 약물을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다. A씨의 산소포화도는 정상범위였으며, 호흡곤란·가슴 불편감 등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후, A씨에게 심정지가 발생, 심장마사지·앰부배깅·기관삽관·약물투여를 비롯해 심낭천자를 시행했다. 끝내 회복되지 못한 채 오름대동맥의 동맥자루 파열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A씨에게 오름대동맥의 동맥자루 파열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은 이를 적절히 진단하지 못했고,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약물치료로 응급실 도착 당시 증상이 호전됐고, 일반병실로 입원한 이후 호흡곤란·가슴 불편감 등 대동맥 파열의 중요 증상을 호소하지 았았다”며 “오름대동맥 동맥자루가 파열되는 경우 갑자기 사망할 수 있음을 들어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유족들은 항소심에선 “응급실 내원 당시 심낭천자를 시행하지 않았고, 심낭천자 시술상 과실을 했다”며 “대동맥파열 징후를 적절히 진단하지 못한 채 염증성 심낭삼출로 오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심낭천자는 심낭삼출이 있는 모든 경우에 시술하지 않으며, A씨의 경우 심낭압전이 전형적이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응급실 내원 당시 심낭천자를 시행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응급실 도착 직후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범위였고, 활력징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응급실 도착 당시 나타난 증상들이 일시적으로 호전된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이 대동맥 파열 징후를 적절히 진단하지 못했거나 경도의 염증성 심낭삼출로 오진함으로써 추가적인 조치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의료 과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료기록을 가필·정정하거나 누락·폐기한 것을 과실로 추단할 수 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선 지난 2010년 7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진료기록을 사후에 가필·정정한 행위에 대해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공평의 원칙과 신의칙에 어긋나는 증명방해 행위에 해당하나, 당사자 일방이 증명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더라도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증명책임이 전환되거나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허위 여부는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가필·정정한 시점과 사유, 가필·정정 부분의 중요성과 전후 진료 내용의 관련성, 다른 의료진이나 병원이 작성·보유한 관련 자료의 내용, 가필·정정 시점에서의 환자와 의료진의 행태, 질병의 자연경과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자유심증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일부 기록을 추가 기재하거나 수정 또는 누락을 입증방해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의료진에게 대동맥 박리를 의심하고 그에 따른 처치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는 만큼 A씨에게 대동맥박리의 가능성 및 치료방법 등을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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