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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온 환자 걸어가면 드라마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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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온 환자 걸어가면 드라마틱하죠
  • 의약뉴스 정세진 기자
  • 승인 2011.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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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외과 이승은 교수
▲ 이승은 교수는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수술 후 완쾌돼 제발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외과의사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해 36세를 맞은 중앙대학교병원 외과의 이승은 교수는 전형적인 '엄친딸'이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서울대학교 의대에 입학했고 여성에게는 아직 그 문턱이 높은 외과의사가 되었다. 학자로서도 인정받아 최근 제34차 한국간담췌학회에서 학술발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부면 공부, 일이면 일,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그녀가 여성으로서는 힘들다는 일반외과에 지원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드라마틱했어요. 실습을 돌 때 침대에 실려 오던 응급환자가 수술을 받고는 자기 발로 걸어서 나간다는 게 신기했죠. 이른바 '바이탈을 다루는 과'라면 내과와 외과가 있는데 내과에서는 주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반면 외과에서는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자 외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외과에서 이제 여의사는 더이상 소수가 아니에요. 제가 의대에 입학한 해에 여학생 비율이 1/4로 크게 높아졌고 외과에 지원하던 2002년에도 1/3가량의 여자 레지던트가 선발됐죠. 오히려 여자 동기들 사이에 유대가 돈독했고 수련을 받는 데도 큰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여자라는 점이 오히려 외과의로서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남이 강요하지 않아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왜냐 하면 남자 의사의 실수 한 번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비치지만 여자 의사가 문제를 일으키면 사회의 이목이 쉽게 집중되거든요. 한 명이 잘못을 하더라도 "여자 의사가 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여의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또 그런 점을 교수님들도 예쁘게 보시는 면이 있구요."

다만 문제는 일반인들에게 있어 '여자 외과의'가 아직 낯선 존재라는 점이라고 이승은 교수는 털어 놓았다. '의사' 하면 '권위'만을 떠올리던 기성 세대의 통념 탓이다.

"젊은 여자의사들은 레지던트 때 환자들한테서 '간호사', '아가씨'로 불리고 속이 상하는 일이 자주 있어요. 다른 분야와는 달리 의사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은 게 플러스 요인이죠. 젊은 의사, 특히 여의사는 신뢰가 안간다고 하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승은 교수는 환자를 대할 때 여성 특유의 '세심함'을 중시한다. "가능하면 설명을 많이 해 주고 세심하게 살펴 주려고 애써요. 대학병원 진료 하면 대부분 3분 진료라고 해서 건성건성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꼼꼼한 설명이 뒷받침되면 환자도 자연 의사를 신뢰하게 되죠."

의사 하면 환자를 돌보는 임상의의 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연구에 매진하는 '공부하는 의사'의 이미지가 있다. 이 교수 같은 경우 환자를 직접 보는 일도 많이 하지만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는 암 환자들이 많다 보니 진료에 주료 집중했어요. 하지만 중앙대병원은 아직 환자들에게 네임밸류가 약한 편이라 학회 일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이 교수의 전공분야인 담낭암은 예후가 특히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거의 없다보니 병원을 찾았을 때는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담낭암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일반적인 개복수술과 복강경을 이용한 절개술이 있는데 어떤 방법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고 한다.

"담낭암은 수술 케이스가 워낙 적어 다기간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16개 대학병원에서 데이터를 모아서 발표했는데 T1 담낭암에 있어서는 기존의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생존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했습니다."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승은 교수. 그에게 힘을 주는 원천은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생활방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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