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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재고약과 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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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재고약과 환경오염
  • 의약뉴스
  • 승인 200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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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는 ‘불용 재고 약 발생 및 환경오염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한나라당 문 희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복용을 하거나 조제. 판매할 수 없는 상태로 가정과 약국에 보관된 불용재고 의약품이 결국 환경문제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대학교 김판기 교수는 ‘하천 물 환경의 의약품 오염 조사’ 연구보고서에서 한강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카페인과 항생제인 ‘설파메톡사졸’이 가장 많은 빈도로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2005년 4월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유효기간을 알 수 없는 의약품을 1종 이상 보관하고 있는 가정이 77%에 이르며 이들 중 74%는 쓰레기로 버리거나 그냥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약사회는 2004년도, 전국 1만 9천 개 약국에 보관된 불용 재고약품이 516억 원에 이르며, 이들 중 16%는 제약회사에서 회수하고, 16%는 그냥 버리며,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위탁 처리하는 11%를 제외한 57%는 처리방법을 몰라 약국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환경오염의 시한폭탄인 엄청난 양의 불용 재고약을 약국과 가정에서 간직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약국에 쌓인 엄청난 재고 약 처리를 위하여 인천시약사회는 지난달 대의원 총회에서 대통령 선거공약 사항인 성분 명 처방을 조속히 실행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엄청난 불용 재고약을 폐기처분해 자연환경이 공해로 오염되고, 의약품원료 수입에 투자한 막대한 외화가 한줌의 재로 사라지는 현실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용 재고 약에 대한 정책이 전무한 것도 아니다. 의사가 처방약을 바꾸려면 1개월 전에 처방목록을 작성하여 보건소에 통보해야 하고 보건소는 각 약국에 이 사실을 알려 약품 준비에 만전을 기하므로 써 환자들이 이 약국 저 약국으로 방황하는 불편을 덜어주도록 하는 약사법규(22조 2항)가 있다.

하지만 이 법규는 지켜지지 않고 있어 1000정의 포장을 뜯은 지 며칠이 안 되어 임의로 처방이 바뀌면 900여 정이 남은 처방약을 약국 창고에 쌓아둔 채 새로운 약을 주문해야만 한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어 전국의 약국에 516억 원에 이르는 불용 재고약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약사회와 소보원의 주장대로 30정이나 100정 단위의 소포장 제도가 실천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으나 제약회사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바람직한 대책은 처방약 이름이 다르더라도 약효가 동일한 약품을 대신 조제하는 대체조제 방법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천가지 약품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마쳤다. 의약분업 초기, 정부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거친 처방약품이 2000종만 되면 환자의 동의를 받고 의사에게 통보를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대체조제 조건을 완화시킨다고 약속했으나 현재 4000종이 넘도록 상대이익단체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의약분업의 취지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이지만 작금의 의약분업 정책 하에선 ‘진료는 의사에게, 약의 선택도 의사에게’로 변질된 상황이다.

의사가 외국 제약사의 약품이나 국내 특정 제약사의 고가 약을 처방했다 하더라도 효능이 같고 가격이 저렴한 타 회사 약품을 약사가 선택해 조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의약분업 정책이며, 나아가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국민건강보험료를 인하시킬 수 있는 첩경이다.

정부는 더 이상 특정집단의 눈치만 살필 것이 아니라 불용 재고 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외화낭비와 국민 불편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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