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안암병원 수면클리닉 이헌정 교수
한 여름밤의 불청객,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탓에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왜 일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수면클리닉 이헌정 교수는 “중추신경계에서 수면각성주기와 체온을 조절하는 부위가 비슷한 위치에 있다”며 “열대야가 지속될 경우 뇌의 관련 부위가 자극됨에 따라 각성 상태가 이어져 잠을 푹 잘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열대야 기간 동안에 수면장애가 발생하면 일상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낮 시간의 피로감이 심해져 작업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불면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으로 만성 불면증이 지속되면 신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각종 질병뿐 아니라 정신질환까지도 유발시킬 수 있다.
이헌정 교수는 “일시적인 불면증이 만성적인 수면장애로 발전되면 우울증, 불안증 등의 정신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만성 불면증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만성 불면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
◎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일어나라.
“지난 밤에 잠을 잘 못 잤다고 해서 아침 늦게까지 잔다거나 중간에 낮잠을 자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까 더 자야된다’는 생각으로 늦잠이나 낮잠을 자는데, 이는 우리 몸의 수면각성주기를 흩뜨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 낮에 충분한 햇볕을 쬐라.
“낮 동안에 햇볕을 많이 쬐고,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피곤하더라도 이렇게 해야지만 뇌에서 잠에 대한 필요성이 극대화돼, 밤에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다.”
◎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심한 운동을 하지 마라.
“밤에 하는 운동은 중추신경계를 자극시켜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격렬한 운동보다는 수면에 도움을 주는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더 좋다.”
◎ 잠을 자려고 애쓰지 마라.
“잠에 대한 걱정이 만성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졸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잠을 청하는 행위는 오히려 잠에 대한 조바심을 가중시켜 불면증을 영속화시킬 수 있다. 즉, 애써 잠을 청하기보다 저절로 졸려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헌정 교수는 “원래 갖고 있던 생체리듬을 회복시키는 것이 불면증 치료의 목표”라며 “지구 자전에 의해 만들어진 낮과 밤이라는 사이클에 몸의 리듬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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