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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어느 이름 없는 무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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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어느 이름 없는 무덤 앞에서
  • 의약뉴스
  • 승인 200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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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문이 없는 어느 무덤앞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잠깐 동안 생각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숙연해 지는 순간 가운데 하나는 무덤 앞에서이다.

이 무덤의 주인공도 나처럼 사색하고  움직였는데 이제는 한 줌 흙으로 변해 땅 속에 묻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 한 켠이 짠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이리저리 쏘다니다 산 기슭의 양지 바른 곳에  무덤이 있는 것을 보았다. 무덤은 한 눈에 봐도 오래됐으며 무덤 속의 주인공은 살아 있을 동안에 행세께나 했을 것 같은,  다시 말해 지위가 제법 있었던 사람 같았다.

자세히 가서 보기로 했다.  무덤은 제법 컷고 그 앞에 세워진 문관 모양의 망부석도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를 대변해 줬다. 내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하면서 비석을 살펴보던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비석에는 비문이 없었다. 그 흔한 아무개 누구 라는 이름 석자는 물론 아무런 내용도 새겨지지 않은 비석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비석 앞에 있는 제법 큰 망부석에도 아무런 글자가 새겨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 무덤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인가. 이렇게 근사하게 무덤을 만들어 놓고 비문도 없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떨어져 무덤을 살펴보니 그 무덤은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는채 방치돼 있었다. 후손들이 몰락 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한때는 힘이 있었으나 지금은 몰락한 후손을 둔 무덤의 주인공에 새삼 애틋한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이런 것인가...

누구의 묘인지도 조차 알 수 없는 커다란 무덤 앞에서 나는 살아온 인생과 남은 인생에 대해 잠깐 동안 사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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