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11 07:48 (토)
포신방화(抱薪放火)
상태바
포신방화(抱薪放火)
  • 의약뉴스
  • 승인 2006.04.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시대 후기 진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수교하고 가까운 나라를 침공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정책을 펼쳤다.

진나라가 위나라를 네 번씩 침입하자 위나라 장군 ‘단간자’는 남양을 떼어 주고 화친을 청하자는 미봉책을 주장했다.

그러나 왕의 정책을 보좌하는 책사 직책(職責)을 맡고 있는 ‘소대’는 진나라의 원교근공 정책을 지적하며 ‘진나라에 땅을 떼어 줌은 불에 잘 타는 섶나무를 들고(포신) 불을 끄는 격(방화)’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위나라 왕은 ‘소대’의 충언을 듣지 않고 남양을 떼어 주었다가 멸망당했다. ‘포신방화’란 잘못된 일을 시정하지 않고 덮어두면 훗날 화가 된다는 뜻이다.

10.25 보궐선거는 동대문 을, 구로 을, 강릉 세 곳 모두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야당은 여론 상 예견했던 결과이며 현명한 국민의 심판이라 환호했고 여당은 민심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침통해 했다.

오랜 국민의 숙원 끝에 교체한 정권이기에 기대가 큰 만큼 국민의 심판 역시 더욱 준엄했을 것이다.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이 내려질 때마다 여당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그 성명은 순간을 모면하려는 임시변통이 아니었나 싶다. 10전 1승 9패란 치욕스런 참패를 당한 바 있는 지난 4월 재. 보궐선거 직후에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도 여당은 석고대죄(席藁待罪)하는 자세로 반성하기보다 경제사정이 안 좋은 시국에 선거를 치렀고, 면책특권을 악용한 야당의원들의 폭로성 발언 때문에 패배했다며 변명하기 바쁜 인상을 주고 있다.

만에 하나 여당이 지난 번 재. 보선 결과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민의(民意)를 파악하는 데 성의를 보였더라면 이런 참패의 결과는 면했을 것이다.

오랜 민주 투쟁 끝에 정권을 쟁취한 집념의 대통령, IMF 국가 위기를 현명하게 해결한 통치자라며 환호하던 민심이 오늘에 이르러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치적을 쌓기 위해 너무 급하게 서두른 개혁과, 통치자 측근에서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인재의 부족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개혁을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사전 준비 없이 밀어붙인 의약분업 정책은 의료대란을 유발시켰고 의료보험료 및 환자 부담금 증가로 국민들에게 고통과 경제적인 부담을 안겨주었다.

퍼줄 것 다 주고도 이산가족의 그리움 따위는 나 몰라라하는 북측에 농락 당하는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컸다.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거국적 영광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햇볕정책에 연관시키며 민심은 오히려 거부반응을 보였다.

혹자는 국세청 주도로 이뤄졌다고 하고 혹자는 청와대에서 사전에 계획되었다고 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문3사 세무조사도 악재 중의 하나였다.

청와대 내 실세에 대한 국민 의혹,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 불신, 시시때때로 바뀌는 대입 수능 제도, 교사의 정년제 단축,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축소시키면서 부족 되는 교사를 중등교사로 대체시키겠다는 등 백년대계란 단어가 무색한 교육정책. 경제난 시대에 강제성을 띄운 국민연금 정책, 거품 경제를 부추기는 듯한 주 5일 근무제 등 악재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당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제쳐놓고 차기 대선 후보 낙점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반성하기는커녕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않고 달아난 소를 원망하며 외양간 관리인만 바꾸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국민들에게 영원히 버림받는 정당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국민은 정권 재창출보다 민생을 더 소중히 여기는 통치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정책)을 덮어두면 훗날 화를 당한다며 간언 하는 위나라의 ‘소대’ 같은 충신이 정녕 여당에는 없단 말인가. 아니면 위나라 왕처럼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