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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혈우병 환자 관절 건강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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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혈우병 환자 관절 건강 ‘빨간불’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04.15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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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량 감소로 운동 범위ㆍ관절 건강 악화...적극적인 개입 필요

[의약뉴스]

혈우병 환자들의 관절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4월 17일, 세계 혈우인의 날을 앞두고 혈우병성 관절병증 주의보가 발령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신체 활동 감소로 혈우병성 관절병증의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페인 연구진은 지난해 헬스케어(Healthcare)지에 코로나19 이후 혈우병 환자들의 관절 건강이 악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폐쇄와 격리 등으로 사회적 활동이 크게 감소하면서 팔꿈치와 무릎, 발목 등 모든 관절에서 운동 범위가 감소하고 통증 강도가 증가하는 등 관절 건강이 악화됐다는 것.

특히 연구진은 3개월 간의 짧은 연구기간 동안 나타난 관절건강의 악화 정도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혈우병 환자들의 관절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과도한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발목의 출혈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팔꿈치의 출혈 빈도는 이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혈우병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 치료는 물론 교육을 강화해 관절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구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선아 교수는 적극적인 예방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 못지않게 적극적인 예방요법을 통해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

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인해 출혈 시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 환자들은 별다른 외상이 없더라도 무릎, 팔꿈치, 발목 등의 관절에서 잦은 출혈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잦은 관절 출혈로 인해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발생하면 관절 주위 근육이 위축되고, 결국 환자의 운동 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증상이 심해지면 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세계혈우연맹은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아 및 청소년, 성인 등 모든 연령대의 환자에게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예방요법의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혈액응고인자의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 혈우병 환자의 경우,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는 환자의 85%가 어린 나이에 관절 손상을 겪지만, 3세 이전부터 예방요법을 시행하면 관절 출혈과 이로 인한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예방요법을 시행하지 않아 이미 관절 손상이 나타난 청소년 및 성인 환자라하더라도 예방요법을 통해 혈우병성 관절병증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절반 이상의 혈우병 환자(A형+B형, 52.1%)들이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절반 이상의 혈우병 환자(A형+B형, 52.1%)들이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방요법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혈우병성 관절병증 환자의 비율도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혈우재단에 따르면, 2015년까지 60%를 웃돌던 A형 혈우병 환자 중 혈우병성 관절병증 유병률은 2019년 56.1%까지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B형 혈우병 환자들의 혈우병성 관절병증 유병률도 40%선에서 35.9%까지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반 이상의 환자(A형+B형, 52.1%)들이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이처럼 혈우병성 관절병증의 질병 부담이 여전하지만,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아직 50%를 하회하고 있다.(2019년 기준 A형 49.8%, B형 40.3%)

예방요법에 대한 접근성에도 제약이 있지만, 2~3일에 한 번씩 투약해야 하는 부담도 예방요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반감기를 늘린 장기지속형 혈우병치료제들이 등장, 예방요법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

일례로 사노피의 장기지속형 혈우병 치료제 엘록테이트 예방요법은 성인 및 소아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주요 3상 임상에서 관절 자발 출혈률이 모두 0.0으로 나타났다.

12세 이상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한 A-LONG 연구에서는 엘록테이트 개별화된 예방요법 시행군(N=117)과 주 1회 예방요법 시행군 (N=23)의 연간 관절 자발 출혈률 모두 0.0이었으며, 12세 미만 소아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69명을 대상으로 한 Kids A-LONG 연구에서도 엘록테이트 예방요법 시행군(N=69)의 연간 관절 자발 출혈률은 0.0으로 관찰됐다.

뿐만 아니라 A-LONG 연구에서 성인 환자에게 발생한 표적 관절 235건 중 233건(99.18%), Kids A-LONG 연구에서 소아 환자에게 발생한 표적 관절 9건 모두(100%) 해소됐다.

두 연구를 완료한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211명(A-LONG 150명, Kids A-LONG 61명)을 대상으로 한 ASPIRE 연장 연구에서도 관절 건강 점수(modified Hemophilia Joint Health Score, mHJHS)가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A-LONG 연구 시작 시점부터 ASPIRE 연구 2년차까지 엘록테이트로 예방요법을 시행한 환자(N=30/47)와 필요 시 보충요법을 시행한 환자(N=17/47) 모두 mHJHS 점수가 꾸준히 개선됐으며, 특히 A-LONG 연구 시작 시점에서 mHJHS 점수가 가장 나빴던(mHJHS>34-37) ) 하위 25% 환자군(N=12/47)에서 관절 건강 개선 효과가 더 현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신체 활동이 줄어든 가운데 잦은 투약이 부담된다면, 반감기가 연장된 장기지속형 혈우병 치료제로 전환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 이선아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혈우병 환자들에게 '관절 건강 주의보'가 내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방요법을 통해 출혈을 예방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활발한 신체 활동을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잦은 주사 투여가 부담스러운 환자라면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 시 질환 관리가 더욱 용이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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