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6:01 (토)
비급여 보고 의무화 추진에 의료계 반발 확산
상태바
비급여 보고 의무화 추진에 의료계 반발 확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4.10 0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시ㆍ통제 정책" 비판...직역간 연대 목소리도
▲ 정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 및 비급여 내역 보고 의무화 등에 대해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자,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 정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 및 비급여 내역 보고 의무화 등에 대해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자,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확대 및 비급여 내역 보고 의무화 등에 대해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자, 의료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을 수립, 올해 1월 1일 발표한 바 있다.

종합대책에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을 의원급으로 확대, 매년 정기적으로 보고토록 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일부 개정이 3월 29일부터 시행됐고, 30일에는 과태료 규정 및 보고시기를 연 2회로 개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지난 8일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제11차 회의를 개최, ▲환자 안전과 인권 ▲공공의료 ▲의료전달체계 ▲소비자 정보 확대와 선택권 강화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등 논의과제들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복지부는 비급여 정보공개 확대 등 의료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기조와 달리, 개원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4일 ‘2021년 제27차 춘계연수교육 온라인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비급여 설명 의무화가 개원가의 큰 문제로, 이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라며 “비급여 설명의무화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인간 존엄, 가치, 행복추구권,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게 법률가의 의견이고, 아 내용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잘못 설명했다고 과태료를 먹이겠다는 건, 의사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는 의료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비급여를 절감해서 획일적인 진료를 하게끔 하고, 의사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사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최운창)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남도의사회는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법 45조 등에 의거, 비급여 관련 내용을 ‘고지(비치 및 게시)’ 및 ‘사전설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심평원이 관리하며 모두 공개하고,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의료인에게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다.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의원급 의료기관에게는 또 다른 큰 행정적 부담이 되고, 나중에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정부는 비급여의 주요한 순기능이자 근본 취지인 공급자 입장에서 최선의 진료 선택,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와 유연성을 제공, 의료기술 혁신을 위한 시장형성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며 “마치 비급여가 사회악인 것처럼 역기능만을 국민들에게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사회(회장 김택우)도 성명을 통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의료기관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의료보험 보장률 파악과 확대를 명분삼아 일방적으로 제도 시행에 나섰다”며 “이는 코로나-19 방역 활동과 치료에 전념한 의료계의 공을 무시하고 국민을 앞세워 인기영합적인 정책 추진에 매몰한 몰염치한 행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은 행정과 심사가 독립된 형태로 운용되지 못해 정부가 고시한 기준을 맞추기엔 큰 제한이 따른다”며 “뿐만 아니라 고시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구하는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비급여 자료 제출은 법률이 위임한 사항을 초과하는 것으로 권한을 넘어서는 행정”이라고 전했다.

의사회는 “병ㆍ의원의 비급여 진료가 재산권과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례를 존중하고 정부가 과도하게 의료를 통제하려는 행정을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며 “진료에 따른 적정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 현 체계에서 발생한 비급여 진료의 문제를 근본적 고민 없이 단순히 법으로 통제, 관리하려는 정부 정책은 행정 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박진규) 역시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비급여관리 정책 협의체 운영을 통해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비급여가 의료비 증가의 주요한 원인이며, 비급여는 악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나, 동일한 자료에서 전체 의료비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의료비의 16.1%에 불과하며, 급여비용이 나머지 8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비급여 비중은 급여비용중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본인부담금 비중(19.7%, 20.3조원)보다 낮은 것으로 명시돼 비급여 관리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비급여를 관리하는 것보다, 공단 부담을 늘리고 본인 부담금을 줄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경외과의사회의 설명이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의료기관의 생존의 문제를 이기심의 발로로 몰아붙이고, 생존의 문제를 선악의 문제로 끌고 가는 정부의 일방통행이 더 이기적인 것”이라며 “정부는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적정 비급여 공급, 효율적 관리, 관리 거버넌스 연계ㆍ협력 강화 등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합리적ㆍ적정ㆍ효율적이라는 용어의 선택이 생존의 문제에 대한 의료기관의 해결책을 부적절한 것으로 바라보고 칼을 들이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단체 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에서도 정부의 비급여 통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급여 목록 분류부터 비현실적이고 구체화 되어있지 않다. 정확한 비급여 보고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며 “정확한 비급여 목록 분류 등 선행되어야 하는 행정적 준비가 이뤄지기도 전에 법 추진이 너무 앞서나갔다. 선결사항부터 준비되지 않았는데 위반시 과태료 부과부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 병원계 관계자도 “처음에는 급여화를 위한 파악으로 명시해놨지만 점점 관리와 제한이 강화될수록 의료기관입장에선 적극 진료하기 어려워 질 것이고, 국민 입장에선 진료선택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의료계의 이목은 다음 달 출범을 앞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집행부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정부 주도 비급여 통제를 얼마나 잘 저지해 내느냐에 따라, 이필수 당선인의 임기 초반 입지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

이 당선인은 취임 직후,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의사면허결격사유확대법 저지 및 수가협상 준비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빠른 대응을 약속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에 끌려다녀 말 뿐인 합의에 그치기 보단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끌어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정부의 비급여 관련 정책은 규제를 위한 규제로, 완화해서 받아주는 것도 반대다.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건 위헌의 여지가 있기 때문으로, 위헌이라면 싸워야 한다”며 “이필수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 부당하기 때문에 끝까지 싸워야지 완화해서 받아들일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비급여 통제 강화를 두고, 의협 뿐만 아니라 타 직역에서도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이에 이필수 당선인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화합을 공언한 만큼, 정부의 비급여 관련 정책에 대해 의협 뿐만 아니라 범의료계의 의견을 한데 모아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