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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 의료의 ‘민낯’KBS1 거리의 만찬 ‘하얀거탑’...열악한 근무환경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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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9.16  12: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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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 의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전공의,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고발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

지난 14일 KBS 1TV ‘거리의 만찬’ 하얀거탑 편에서는 종합병원 '환자 쏠림' 문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전공의들의 과로 문제, 간호사들의 태움 문제 등을 소개했다.

거리의 만찬의 출연진은 방송인 양희은, 박미선, 가수 이지혜 씨리며, 이날 게스트로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전 회장(단국의대 전공의), 최원영 간호사(서울대병원), 차현주 간호사(캐나다) 등 3명의 의료인이 참석했다.

먼저 올해 초 사망한 故신형록 전공의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다. 이날 방송에는 지난 2015년 2월 故신형록 전공의의 네팔 현장 의료 실습 당시 영상을 공개했는데, 영상에서 故신 전공의는 슈바이처와 같은 삶을 꿈꾸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 31세의 젊은 나이에, 술·담배도 안했던 건장한 청년이 당직 중에 사망한, 배움을 가장해 묵인된 합법적 과로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 이승우 전 회장이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이승우 전 회장은 ‘하루에 환자를 몇 명이나 보냐’는 질문에 “교수들이 진료를 보면 3시간을 한 타임이라고 표현한다. 한 타임에 많게는 70~80명 정도 본다”며 “당직근무는 평균 72명 정도 보는데, 더 놀라운 것은 대형병원의 경우엔 100∼200명에 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당직근무 시, 병원에 콜을 받고,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의사가 전공의 딱 1명이라는 것이으로,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최원영 간호사도 "전공의들이 하루 몇 십 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퀴즈를 하듯 한 명씩 패스한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이승우 전 회장은 “전공의특별법에서 허용하는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이고, 연속으로는 36시간 근무할 수 있다”며 “24시간을 근무하고도 평소와 같이 12시간 추가 근무를 한 다음에 집에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의 열악한 수련환경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공의특별법’이 마련, 지난 2017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됐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은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되, 교육적으로 필요한 경우 88시간까지 추가할 수 있고, 최대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이지만 응급상황인 경우 40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하며, 최소 휴식시간(10시간)을 규정했다.

전공의법에 명시된 연속 근무 36시간에 대해 출연진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자 이 전 회장은 “이런 반응을 주위에서 듣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서야 근무환경이 잘못됐단 걸 알았다”고 씁쓸하게 답했다.

박미선 씨가 주간 근로기준시간이 52시간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넘는 전공의의 근무는 불법 아닌가고 하자, 이 전 회장은 “근로기준법에 예외 조항이 있다. 보건업계는 제한적으로 초과근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이날 방송에는 간호사 태움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진행됐다.(KBS 1TV 거리의 만찬-9월 14일 방영 '하얀거탑'편 캡쳐화면)

이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의료사고 우려에 대해 출연한 의료진들은 모두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예를 들어 혈당조절을 하는 인슐린과 같은 약을 4유닛을 줘야하는데, 과도한 근무로 그보다 많은 용량을 처방하게 되면 환자에게 저혈당쇼크가 올 수 있다. 문제는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이라며 “특히 환자 상태를 잘 모르는 바쁜 전공의와 신입 간호사가 만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중환자인데 여러 명을 보게 되면 동시에 여러 명을 케어할 수 없다. 더 위급한 환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전 회장은 “심지어 한 전공의가 수술하다가 기절할 것 같다고 교수에게 말하자, 교수는 환자가 앞에 있으니까 뒤로 한발 물러나라고 했다. 그렇게 뒤로 물러나 있다가 뒤로 쓰러져야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의료소송이 많아지다 보니 세트 처방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검사 등을 모두 포함해 진료하는 것”이라며 “혹시 모를 의료사고를 대비한 일종의 방어진료로, 실제 의료사고를 대비한 과잉진료를 지도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위 메이저라고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다. 흉부외과와 같은 생명과 직결된 주요 필수과도 마찬가지”라며 “처음에는 생명을 직접 다루는 과이기 때문에 흥미가 있고,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선배 전공의의 이야기 듣고 의료소송에 대해 알게 되면 내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씨가 다니던 산부인과가 분만을 도울 간호사가 없어서 폐원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승우 전 회장은 “분만은 필수의료인데, 분만 가능한 병원이 하나도 없는 지역이 있다”며 “아이 낳는 시간이 어머니에게 달린 게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 스케줄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국가 재난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지방 상관없이 지역마다 수술 가능한 의사가 있어야하는데, 그 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없다면 나중에 수술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서 수술 절벽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방송에는 전공의의 과로 문제 뿐만 아니라 간호사의 ‘태움’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신입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말한다. 최소한 휴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현실 속에 지난해 故박선욱 간호사와 故서지윤 간호사가 간호사 태움 문화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원영 간호사는 ‘태움’을 겪었던 일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최 간호사는 “나 역시 고 박선욱 간호사처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일을 시작했다. 갓 졸업해서 취직했는데 교육은 제대로 안 하면서 해내야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며 “‘이렇게 하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 ‘너 환자 죽이려고 작정했냐’는 말을 들었는데 어느 간호사가 환자 죽이려고 생각하겠는가? 출근하는 게 두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간호사가 여러 명 있었고, 한 병원에서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나 역시 갓 졸업했는데 그만두겠다는 말은 차마 못했고, 출근하는 게 너무 두려웠다. 지뢰밭을 거쳐서 퇴근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첫 해 신입 간호사 사직률이 35% 정도 되며, 출근을 하다가 그대로 집으로 가버리는 등의 갑작스런 응급사직이 많다는 게 최 간호사의 설명이다.

선배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간호사는 “2개월의 교육을 하긴 하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진 게 아니라 바쁜 선배 간호사에게 신입 간호사를 붙여주며 네 담당이라고 하는 게 전부”라며 “본인 업무도 많아 정신없는데 신입간호사가 사고를 치면 치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차현주 간호사는 “캐나다의 경우, 신입 간호사는 아예 중환자실에 지원도 못 한다. 경력 1년 이상의 간호사만 중환자실 교육의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자격을 얻은 뒤 1년의 교육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비교했다.

이승우 전 회장도 “2012년도에도 전공의가 자살을 한 경우가 있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전공의법이 생겼다”며 “전공의 우울증, 자살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이뤄졌는데 같은 연령대의 청년들에 비해 우울증이나 자살사고 확률이 4배나 높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방송에서는 의료계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해온 ‘의료 저수가’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이승우 전 회장은 “미국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18만 원이다. 대한민국의 보험수가는 OECD 최하위 수준”이라며 “병원은 수익 부족분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최원영 간호사는 “의료현실이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같다는 걸 느낀다.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현주 간호사는 “캐나다의 경우 중환자실 입원비가 하루 800만 원이지만 한국은 낮은 수가에 질 높은 의료만 요구한다”며 “비행기에서 난기류를 만나면 산소마스크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나 먼저 착용 후,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의료인의 안전이 보장돼야 남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희은 씨는 “결국 제자리에 모든 게 있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가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의사들이 과로하지 않고, 간호사들이 과로하지 않을 때 우리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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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cyvaster@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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