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환자들을 돌볼 인력으로 전공의 ‘강제동원’을 고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정부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고시 개정 등 구체적인 방향을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1일 보건복지부가 대한의학회에 회신한 ‘제64차 전문의 자격시험’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학회에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 필요성 검토를 요청했고, 의학회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낸다면 고시 개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복지부는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큰 레지던트 3, 4년차 전문의 자격시험 시행 어려움과 코로나19 환자 및 일반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병원 내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일선병원의 코로나19 대응 인력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64차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 필요성에 대해 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전공의의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대한 참여는 일부 언론보도에서 제기된 ‘강제동원’은 사실이 아니며, 자발적인 지원을 전제로 의협 공중보건지원단(재난진료지원팀) 내 전공의 모집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16일 의ㆍ정협의체에서 다시 한 번 협의해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또한 복지부는 의학회와 전공의 당사자가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을 때에 대한 계획도 이미 갖고 있었다.
감염병 등 국가 위기적 상황에는 수련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전문의 자격시험을 면제할 수 있도록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 자격시험 면제는 응시대상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어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자의 64차 전문의자격시험 응시기회 부여 방안에 대한 세부계획을 수립해서 제출해야 한다는 요청도 더했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정부는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 관련 논의를 한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논의를 부탁한 게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미 전문의 시험 원서 접수가 마감되고 시험일정이 공개돼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어떻게든 전공의를 코로나19 방역 및 치료에 투입하려고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소는 “전문의 자격 시험은 3~4년간의 전공의 수련의 내실을 평가하고, 환자 진료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라며 “전공의 입장에서도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년간의 수련 내용을 정리하고, 학문적으로 더욱 깊이 있는 의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전문의 자격시험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땜질 식 의료 인력 운용,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담보되지 않는 강제적인 동원명령을 통한 의료 인프라 확보 정책으로는 절대로 현재의 방역 실패 및 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전문의 시험 면제를 통한 전공의 인력 동원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통해 국민들과 의료계를 기망한 것에 대해 사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학회에도 복지부와 주고받았던 관련 공문을 모두 공개해 언론에 언급한 내용이 거짓이었는지 여부를 명백히 밝히고, 거짓이 있었다면 즉각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가 아니라 의사국시 문제 해결이 답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면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 논의 이전에 의대생 2700여명에 대한 시험일정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의대생 조기졸업이나 의사자격 시험 면제등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초 의사가 배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혼란은 4~5년 이어져 의료시스템 문제와 국민 건강권에 피해가 예상된다”며 “의사인력 확보 기회를 실기했을 때 혼란은 내년 초 인턴, 공보의, 군의관 부족과 코로나 대응인력 부족 등으로 현실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