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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동물농장(1954)-권력 이전과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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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동물농장(1954)-권력 이전과 이후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04.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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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열기가 뜨겁다. 뜨겁지 않은 선거가 없듯이 이번 선거 역시 그렇다. 날짜가 임박하면서 후보들은 애간장이 타고 유권자들은 모처럼 찾아온 권리 행사에 두 주먹을 쥐고 있다.

내 한 표로 지역은 물론 국가도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그렇다 해도 후보만큼 신경이 곤두서지는 않고 있다. 당락의 결정을 코앞에 둔 후보들은 그야말로 노심초사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유권자를 내 편으로 만들지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그들이 원한다면 간은 물론 쓸개도 내줄 태세다. 아니 골수까지 긁어내 먹여 주기라도 할 작정이다.

당선만 된다면서 무슨 짓이든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심사다. 지상목표인 당선이 됐다고 치자. 그들이 했던 말들은 여전히 당선 전과 마찬가지로 금과옥조인가, 아니면 다 쓴 마스크인가.

코로나 19의 첨병인 마스크가 길거리에 쓰레기로 버려진 것을 보면 조금 심란하다. 저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찌 됐을까 생각하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이 공약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선량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내 생애 최고의 영화’ 335번째 이야기를 해보자. ( 권력을 잡기전 나폴레옹의 행태와 그 이후를 비교해 보면 왜 서두가 길었는지 조금은 이해하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조이 베첼러와 존 하라스 부부 감독의 <동물동장>은 영국에서 만든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할리우드가 아닌 영국에서 디즈니가 만든 영화에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관객들은 아름답고 우아하고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도 상상했으리라. 그러나 돼지로 대변되는 동물들은 그전의 그런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무섭고 사납고 이기적이며 교활했다.

애들과 함께 온 부모들은 실망을 넘어 어서 영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을 수도 있다. 착한 마음만 심어줘야 할 아이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라고 해서 이런 영화를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린 시절의 이런 추억들은 커서 인생을 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지오웰의 소설이 원작이니 다들 내용은 조금씩은 알 것이다. 감독은 원작에 충실했으나 조금 다른 부분들도 있으니 그것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작을 따로 볼 시간이 없다면 이 영화만으로도 분노와 풍자와 연민과 개탄을 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동물농장의 원래 주인은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일으킨 문제 때문에 술을 마시고 주정뱅이가 됐다. 나쁜 사람들과 어울렸으니 애초에도 부족했던 동물사랑은 더 멀어졌다. 일만 죽으라고 시키고 밥은 적고 잠자리는 지저분했다.

그런 것이 동물의 운명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늙은 돼지 메이저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죽기 전에 동물들을 모아놓고 소위 유언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것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꽃피고 온화한 4월의 어느 봄날이었다.

매너 농장의 메이저 영감은 농장 주인 존스가 잠이 들자 동물들을 외양간으로 소집했다. 처음 하는 회의여서 동물들은 먼저 오기 위해 서둘렀고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앞쪽에서 자리다툼을 벌였다.

자리가 정리되자 늙은 영감은 동물들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생산한 모든 것을 주인에게 빼앗기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은 한마디로 이 사악한 독재자를 타도하라는 것이었다.

▲ 동물들은 더이상 순한 양이 아니다. 인간을 향해 돌진할 때 그들은 동물의 권리를 생각했다. 그러나 동물의 우두머리 역시 인간과 다를바 없었다. 돼지 나폴레옹 치하에 이를 간 동물들은 다시 뭉쳤다.
▲ 동물들은 더이상 순한 양이 아니다. 인간을 향해 돌진할 때 그들은 동물의 권리를 생각했다. 그러나 동물의 우두머리 역시 인간과 다를바 없었다. 돼지 나폴레옹 치하에 이를 간 동물들은 다시 뭉쳤다.

그러면 우리는 부유해지고 자유로워진다며 존스를 쫓아내고 그의 악덕을 본받지 말 것을 주문한다. 크든 작든 똑똑하든 단순하든 털이 있든 깃털이 있든 모든 동물은 항상 평등하고 형제임을 강조한다.

동물들은 맹세하고 합창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 소리에 놀란 존스는 부스스한 얼굴로 창문을 열고 총을 내밀고 헛방을 쏜다.

날이 밝았다. 그날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동물들은 주인에게 반기를 들고 대든다. 혼비백산 존스는 달아나서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농장으로 돌진한다. 그러나 참패한다.

소들이, 양들이 일렬횡대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뿔을 앞세우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앞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봤던 모습과 닮았다.(아이들이 이 장면을 보면 무섭다고 느낄 것 같다.) 인간은 채찍을 놓고 도망가기에 바쁘다.

이제 농장의 주인은 동물들이다. 모든 동물들은 존스가 살던 집은 그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동물이 가고 난 뒤 열린 문으로 들어간 그는 존스처럼 행동하고 존스처럼 먹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나 다른 동물은 더 평등하다고 여긴 것이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거나 어떤 동물도 술 마시면 안 된다는 규칙을 기억하는 동물들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나폴레옹이나 스노볼처럼 똑똑하지 못해 그저 네발 동물은 좋고 두 발 동물은 나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동물들은 열심히 일했다. 그중에서 힘센 말 복서는 두 동물 이상의 몫을 해냈고 그와 함께 다니는 당나귀 벤자민은 힘이 세지 않아도 매우 성실했다. 다른 동물들도 모두 열심히 일해 그 가을 많은 추수를 했고 동물들은 더 많이 먹었다.

시간이 나면 동물들은 수시로 회의를 했고 회의의 안건과 결의안은 항상 돼지들 몫이었다. 덧셈을 가르치고 교육을 하고 위대한 혁명 정신을 외웠다. 그러는 와중에 나폴레옹은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은 스노볼은 내쫓았다.

일사분란을 요구하는 동물회의에서 걸리적거렸기 때문이다. 멈칫하는 그에게 나폴레옹은 사냥개를 풀었다. 스노볼이 쫓겨났을 때 그가 동물농장의 발전을 위해 했던 모든 것은 무시됐으며 그는 배신자이며 반역자로 격하됐다.

동물들은 어리둥절했으나 그뿐이었다. 스노볼의 자리는 뚱보 추종자 스퀼러가 차지했다. 이후 회의는 나폴레옹이 단독으로 주재했으며 그 옆에는 언제나 사냥개가 흰 이빨을 드러냈다.

반대하는 동물들에게는 존스를 다시 데려오고 싶으냐고 협박했다. 회의도 사라졌고 합창하던 노래도 쑥 들어갔다. 동물 규칙은 변질되거나 사라졌고 동물들은 오직 네발 동물은 좋고 두 발 동물은 나쁘다는 소리만 질러댔다.

동물농장은 거대한 풍차를 세우기 시작했다. 왜 세우는지 알지 못한 채 복서와 벤자민은 다른 동물이 우리로 돌아간 뒤에도 늦게까지 일을 했다. 그날 복서와 벤자민은 돼지들이 존스 집에서 자는 것을 보았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는 규칙을 외운 것 같은데 이상했다. 한편 쫓겨난 존스는 겨울이 되면 동물들이 농장을 스스로 포기할 것으로 믿었다.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숱이 한두 개 달린 상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동물들과 직접 거래를 했다. 상인은 부자가 됐고 다른 상인들도 덩달아 동물농장과 물건을 주고받았다. 달걀을 절대 뺏겨서는 안 된다는 메이저 영감의 유언을 들었던 닭들은 돼지들이 바구니 채 알을 들고 나가는 것을 보고 턱에 달린 붉은 벼슬을 세웠으나 달리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순수한 저항은 곧 사냥개들의 등장으로 짧게 끝났다. 나폴레옹은 이제 존스 못지않은 위엄을 과시했다. 등 뒤로는 자신의 거대한 초상화가 있고 그가 말을 하면 다른 동물들은 몸을 떨었다.

우리 중에 반역자가 있다고 눈을 부라리며 오른 다리를 들고 게거품 아니 돼지 거품을 물으면 감히 돼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런 얼굴로 돼지는 존스와 스노볼이 한패가 되어 동물농장을 파괴하려 한다고 고함을 질렀다.

'죄지은 자는 스스로 나와 자백하라. '

닭과 오리들이 비실비실, 양들은 고개를 숙였고 다른 동물들은 앞으로 한 발씩 내밀었다. 까마귀가 등을 돌리고 울고 있을 때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죽여도 된다고 바뀌었다.

혁명의 노래는 금지됐고 어기면 사형이다. 이 말을 할 때 나폴레옹의 두 눈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다시 동물농장을 접수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유능한 나폴레옹은 매복작전을 펼쳐 이들을 물리쳤다.

술 취한 존스는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애써 세운 풍차를 파괴한다. 여기까지 본 관객들은 독재자보다 더한 돼지들의 통치방식에 혀를 내두른다.

국가: 영국

감독: 조이 베첼러와 존 하라스

출연: 동물들

평점:

: 나폴레옹의 매복작전 성공으로 동물농장은 인간들의 습격을 막아냈다. 이때 복서는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그러나 복서는 쓰러진 풍차를 세우기 위해 일을 쉬지 않았다.

돌을 끌어 올리던 복서에게 불운이 닥쳤다. 다친 복서는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벤자민은 쓰러진 복서를 위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복서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

복서는 은퇴 후 농장의 지원을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동물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마당으로 들어온 차는 구급차가 아니었다.

복서가 접착제 공장에 팔려간 후 돼지들은 맞바꾼 위스키를 마시면서 파티를 열었다. 말 그대로 돼지처럼 마구 퍼먹었다. 가슴에 훈장을 단 돼지들은 꼬리에 멋진 리본을 달았고 돼지 새끼들은 사람처럼 뛰어놀았다.

다시 몇 년이 흘렀다. 혁명 공약은 희미해졌고 지금처럼 어느 화창한 봄날 흰 와이셔츠에 잘 차려입은 돼지 들이 모여들어 회의를 벌였다. 그리고 그들은 보부도 당당하게 행진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돼지들이 아닌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소와 양과 닭들이 떼로 몰려와 지켜야 할 계명을 부수고 초상화를 박살 내고 농장을 파괴한다.

다시 희망을 노래할 기대에 동물들은 흥분했다. 독재자 스탈린도 영화가 완성될 무렵 죽었으니 이런 설정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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